강팀이라면 어떤 조건에서도 늘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언제나 잘할 수 없는 게 축구다. 하지만 부진한 경기력 속에서도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고, 꾸준함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우승은 먼 이야기다. 과연 현재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강팀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조세 모리뉴의 맨유는 연승하는 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맨유는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6라운드를 치른 현재 7승 5무 4패(승점 26)로 6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주말 풀럼전 승리에 힘입어 빅6 자리를 꿰찼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5위 아스널(승점 34)과의 격차는 무려 8점이나 벌어져 있다.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등 상위팀 가운데 어느 누구도 맨유를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선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 선수 ⓒ AP/연합뉴스

 
무리뉴 또 실패?… 3년차 징크스
 
그동안 무리뉴의 2년차는 나름 특별함이 있었다. 팀을 맡은 두 번째 시즌의 성적이 워낙 좋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했다. 포르투, 첼시,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감독을 맡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맨유에서는 2년차 시즌 무관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시즌 수확이라면 리그 2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남겼다는 점이다.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맨시티는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승점 100점 고지를 밟았다. 맨시티는 훨씬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축구로 결과를 잡은 것에 반해 맨유는 지루한 수비 축구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맨유는 맨시티보다 승점도 19점이나 뒤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모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무리뉴의 3년차는 언제나 형편 없었다. 2년차의 성과를 이어가지 못한 채 다음 시즌 언제나 부진을 거듭했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도 성공보단 실패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믿었던 수비 조직력 붕괴로 인해 순위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경기에서 무려 26실점을 기록했다. 맨유보다 실점이 많은 팀은 번리, 허더스필드, 사우스햄턴, 풀럼, 카디프 시티 등이다. 맨유는 본머스와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20개팀 가운데 최소 실점 공동 14위에 그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6위뿐만 아니라 카라바오컵 32강전에서는 더비 카운티에 충격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 진출하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맨유는 지난 13일(이하 한국 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H조 조별리그 발렌시아와의 6차전에서 1-2로 패했다.

16강 진출에는 영향이 없었다. 6경기 3승 1무 2패(승점 10)으로 H조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정은 껄끄럽지 못했다. 3위로 밀려난 발렌시아와의 상대 전적에서 1무 1패로 열세였고, 영 보이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마루앙 펠라이니의 핸드볼 논란 속에 종료 직전 결승골이 터지며 가까스로 1-0 신승을 거뒀다.

특히 맨유는 마지막 발렌시아전에서 승리했다면 조 1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조 1위에 주어지는 혜택은 매우 크다. 16강 대진 추첨에서 다른 조 2위와 맞붙는다. 조 1위를 차지한 강팀들을 대거 피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8강으로 가는 길이 수월하다. 그러나 맨유는 하늘이 준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들쭉날쭉한 경기력, 연승은 단 두 차례

맨유는 지난 주말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4-1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평소와는 다른 맨유를 볼 수 있었다. 공격의 역동성과 속도감이 느껴졌고,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마커스 래시포드, 디오고 달롯 등 유망주들의 활약도 빛났다.

한편으로는 상대팀이 리그 최하위 풀럼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맨유는 언제나 부활과 부진을 반복해왔다. 한 경기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평하기 어려운 부분은 많은 경우 다음 경기에서 연승으로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유는 올 시즌 연승에 성공한 적이 겨우 두 차례에 불과하다. 9월 번리-왓포드-영 보이스를 상대로 3연승,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에버턴-본머스-유벤투스전 3연승이 전부다.

맨유는 이번 발렌시아전에서도 패했다. 일부 주전들이 빠졌지만 로멜루 루카쿠, 프레드, 후안 마타,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폴 포그바, 마루앙 펠라이니, 마르코스 로호, 에릭 바이, 필 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 세르히오 로메로가 베스트 11으로 나섰다. 이만하면 네임벨류로 크게 떨어지는 전력이라고 보긴 어렵다.

발렌시아는 승패에 관계없이 조 3위가 확정된 상황이라 동기부여가 크게 없었다. 그럼에도 동기부여가 뚜렷했던 맨유는 둔탁한 움직임과 답답한 공격력,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패배를 당했고, 올 시즌 드러난 문제점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8년 9월 25일(현지시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더비 카운티의 잉글랜드 리그 컵 3라운드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오른쪽)가 더비 카운티의 선수들과 공을 다투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루앙 펠라이니(오른쪽)가 더비 카운티의 선수들과 공을 다투고 있다. ⓒ AP/연합뉴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빅6 가운데 최근 유일하게 정체한 팀이다. 맨시티, 리버풀은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해진 전력으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첼시와 아스널은 새 감독 교체 이후 이렇다 할 시행착오 없이 승승장구 하고 있으며, 토트넘은 올 여름 소극적인 이적시장을 보내고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에 반해 지난 시즌 2위였던 맨유의 순위는 6위까지 추락했다.

매 경기 바뀌는 라인업, 혁신적이지 못한 무리뉴 감독의 전술, 꾸준하지 못한 경기력. 맨유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오는 17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릴 리버풀과의 2018-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노스 웨스트 더비'는 맨유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맨유의 최대 라이벌이자 전통 강호 리버풀전은 승리만이 살 길이다. 과연 무리뉴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맨유, 올 시즌 경기 결과
2-1 승 레스터시티 - 리그 1라운드
3-2 패 브라이턴 - 리그 2라운드
0-3 패 토트넘 - 리그 3라운드
2-0 승 번리 - 리그 4라운드
2-1 승 왓포드 - 리그 5라운드
3-0 승 영 보이스 - 챔스 H조 1차전
1-1 무 울버햄턴 - 리그 6라운드
2-2 무(PK패) 더비 카운티 - 카라바오컵 32강
1-3 패 웨스트햄 - 리그 7라운드
0-0 무 발렌시아 - 챔스 H조 2차전
3-2 승 뉴캐슬 - 리그 8라운드
2-2 무 첼시 - 리그 9라운드
0-1 패 유벤투스 - 챔스 H조 3차전
2-1 승 에버턴 - 리그 10라운드
2-1 승 본머스 - 리그 11라운드
2-1 승 유벤투스 - 챔스 H조 4차전
1-3 패 맨체스터 시티 - 리그 12라운드
0-0 무 크리스탈 팰리스 - 리그 13라운드
1-0 승 영 보이스 - 챔스 H조 5차전
2-2 무 사우스햄턴 - 리그 14라운드
2-2 무 아스널 - 리그 15라운드
4-1 승 풀럼 - 리그 16라운드
1-2 패 발렌시아 - 챔스 H조 6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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