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블루밍스 선수들 경기 종료 후 삼성생명 선수들이 도열하여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삼성생명 블루밍스 선수들 경기 종료 후 삼성생명 선수들이 도열하여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WKBL

 
지난 시즌 삼성생명 블루밍스 여자농구단은 단 한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엘리샤 토마스 의존증이다. 간판 외국인 선수였던 토마스는 평균 22.63득점 5.40어시스트, 15.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1위를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팀 성적은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원인은 토마스에 너무 치중된 공격 분포였다. 당시 삼성생명은 토마스만 막으면 되는 팀이었다. 주포 김한별과 박하나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이 둘 역시 당시 기복이 있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토마스에서 파생되는 찬스를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생명은 토마스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다. 비시즌 기간 동안 국내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임근배 감독은 먼저 지난 시즌 잘 안 됐던 부분을 고치고자 노력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박하나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 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가 없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삼성생명은 컨디셔닝과 부상 방지에 일가견이 있는 김익겸 트레이너를 모셔서 이러한 부분을 수정하는 것에 집중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자 확실히 할 수 있는 플레이도 많아졌고, 자신감도 커졌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윤예빈과 같은 젊은 유망주들이 빠르게 1군 무대에 자리 잡았다. 여기에 더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수 있는 김보미가 합류하면서 삼성생명은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국내 선수들의 준비는 잘 되고 있었지만, 개막 전 삼성생명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외국인 선수 티아나 하킨스의 부상이었다. 올 시즌부터 개정된 룰에 따라 외국인 선수를 1명밖에 선발할 수 없었던 삼성생명은 급한 대로 지난 시즌 우리은행과 KDB 생명에서 뛰었던 서덜랜드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시즌을 치르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국내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개막전에서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다.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B 스타즈를 상대로 접전 끝에 55-60으로 아쉽게 패했다. 국내 선수들만 뛰는 2쿼터에는 26-12로 오히려 압도했다.
 
2번째 경기였던 OK 저축은행전도 마찬가지였다. 부천 KEB 하나은행을 꺾으며 상승 기류를 탔던 OK 저축은행이었지만, 여기저기서 폭발하는 삼성생명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없었다.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4명이나 될 정도로 삼성생명은 이제 1명에 의존하는 농구를 펼치지 않는 팀이 됐다.
 
비록 지난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패했지만,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서덜랜드, 김한별, 배혜윤, 김보미, 박하나 총 5명의 선수가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삼성생명은 하나은행을 92-75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승부처는 국내 선수들만 뛰는 2쿼터였다. 2쿼터에서 27-14로 압도한 삼성생명은 후반전을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국내 선수들이 중심이 된 삼성생명 농구의 현재 핵심은 김한별이다. 대표팀을 다녀온 터라 지칠 법도 하지만, 김한별은 매 경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포인트 가드 포지션부터 파워포워드, 때로는 센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한별은 다재다능함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 평균 16.3득점 11.5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 토마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부진했던 배혜윤이 살아났다. 배혜윤은 이번 시즌 10.8득점 5.8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인사이드에서 영리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배혜윤은 이제 경험과 여유까지 더해져 상대 선수들을 손쉽게 공략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3점 라인도 김보미의 합류와 함께 살아나고 있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가장 큰 약점은 3점슛이었다. 성공 개수와 확률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삼성생명의 외곽 공격은 박하나만 막으면 되는 상황이었기에 박하나가 묶이는 경기에서는 3점슛 개수와 성공률이 상당히 저조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보미가 들어오면서 삼성생명의 외곽은 180도 달라졌다. 평균 33%의 성공률에 8개를 성공시키며 개수와 확률 모두 1위로 올라섰다. 김보미의 합류로 박하나가 외곽 공격에 대한 견제와 부담을 덜면서 성공률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식스맨들의 성장도 반갑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주전 의존도가 상당히 큰 팀 중 하나였다. 좋은 유망주들을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이들의 성장이 더뎠다.
 
올 시즌은 다르다. 먼저 부상에서 돌아온 윤예빈은 이제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 평균 10점 4.5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팀에 또 다른 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이주연의 성장 역시 반갑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수상했던 이주연은 이번 시즌 주로 2쿼터에 나서 팀의 에너지 레벨을 올려주고 있다. 아직 기록상으로는 저조하지만,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여기에 주전으로 활약했던 강계리까지 필요할 때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삼성생명은 이제 식스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삼성생명은 이제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내선수들을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농구를 선사하고 있다. 아직 하킨스가 들어오지 않았고, 최희진, 양인영, 이민지 등 식스맨들이 부상에서 복귀하지도 않았기에 삼성생명은 전력상 플러스 될 요인들만 가득 남아있다.
 
매년 다른 농구를 구사하며 주목 받았던 임근배 감독의 4번째 시즌은 어떨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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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여자농구 삼성생명 박하나 김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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