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와의 2차전에서 7-3으로 시리즈 첫 승을 기록했다. 두산은 3회말에 선취점을 뽑은 이후 줄곧 리드를 지키면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6.2이닝을 소화한 두산 선발 후랭코프는 탈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내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후랭코프의 호투와 더불어 공격 쪽에서도 두산다운 야구를 펼쳤다. 전날 잠잠했던 4번 타자 김재환이 3개의 안타를 만들어냈고,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주환은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으로 MVP급 활약을 선보였다. 공-수 양면에서 팀에 보탬이 된 '안방마님' 양의지의 활약도 빠질 수 없었다. 김재호, 박건우, 오재일, 오재원 등 일부 타자들은 아직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타자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무기력했던 1차전과 비교했을 때 2차전에서는 타격, 주루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안타 11개와 사사구 1개로 7득점을 뽑아낸 점을 고려하면, 공격의 흐름이 원활한 편이었다. 연속 안타로 상대를 괴롭히는가 하면, 상대 수비의 약점을 파고드는 주루 플레이도 눈에 띄었다. 결국 단기전에서는 상대의 빈 틈을 집요하게 노려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두산이 증명했다.

공-수에서 두산다운 야구로 SK를 괴롭혔다

두산의 선취점은 3회말에 나왔다. 1사 1, 3루 상황에서 정수빈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오재일이 홈을 밟았고, 타자 주자 정수빈은 여유롭게 1루에 들어갔다. SK 유격수 김성현의 수비가 안정적이었으나 빠른 발이 귀중한 점수로 이어졌다. 비록 정수빈은 2차전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자신의 장점으로 호투를 이어가던 후랭코프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점수 차를 더 벌린 4회말부터 빈 틈을 놓치지 않는 두산다운 야구가 시작됐다. 무사 2루에서 양의지가 상대 선발 문승원의 2구째를 받아쳐 좌전 안타로 연결됐고, 이 때 2루 주자 김재환은 전력질주해 홈으로 쇄도했다. 타구 거리상 2루 주자가 3루에 멈출 수도 있었는데, 공필성 코치는 계속 팔을 돌렸다. 김재환의 주력이 매우 뛰어나진 않더라도 김동엽이 수비 능력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계 플레이를 시도해봤지만 부정확한 송구로 타자 주자 양의지가 여유롭게 2루에 안착했다.

결국 후속타자 최주환의 투런포가 더해지면서 4-0으로 달아났고, 사실상 두산이 분위기를 잡는 계기가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사소한 플레이가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구장의 특성상 홈런이 승부를 좌우할 3~5차전 역시 SK의 좌익수 수비는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런군단' SK 못지않게 많은 장타를 생산하는 팀이 바로 두산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두산은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낸 김동엽의 발목을 또 다시 잡았다. 8회초 2사 1루, 두산의 마무리 투수 함덕주는 타석에 들어선 김동엽을 상대로 5개의 공을 모두 체인지업으로 구사했다. 같은 구종이었음에도 방망이가 계속 나갔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진 1구, 3구를 제외하고 2구, 3구, 5구째에는 모두 헛스윙을 연발했다. 정규시즌에서도 약점으로 지적된 변화구 대처 능력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완벽하게 상대 전력을 분석한 함덕주-양의지 배터리의 승리였다.

시리즈 첫 승까지 아웃카운트 3개만을 남겨둔 가운데, 8회말에는 타자들의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올 시즌 SK의 마무리로 활약한 신재웅이 올라오자마자 볼넷으로 출루한 박건우가 후속타자 김재환의 안타 때 재치있게 3루까지 진루했다.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서진용을 상대로 양의지, 최주환이 적시타를 터뜨렸을 때도 1루에 있던 주자가 3루까지 달렸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던 두산의 저력이 돌아왔음을 알렸다.

일부 타자들만 살아난다면... 3~5차전에서도 공격력 기대할 만하다

역대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의 타선은 여전히 강력했다. 김재호와 오재일의 타순이 바뀐 것 이외에는 라인업에 변화가 없었고, 그런 김태형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이미 여러 차례 큰 경기를 경험한 타자들은 점수가 한 두 점씩 나오면서 긴장을 풀었다. 이용찬과 켈리가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3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1, 2차전과 비슷한 라인업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똑같이 1, 2차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한 지난해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남아있는 과제는 깨어나지 못한 타자들의 활약 여부다. 특히 1차전 5타수 무안타, 2차전 3타수 무안타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박건우가 3차전 이후에 살아나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언젠가 박건우의 타격감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박건우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야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타순 조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박건우 본인에게 달려 있는 문제다.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등 포스트시즌은 물론이고 국제대회까지 경험한 야수들의 부진도 아쉽기만 하다. 타격도 타격인데, 세 명의 야수 모두 수비에서 평소같지 않은 모습이다. 타격이든 수비든 어느 한 쪽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더구나 SK는 아직 1, 2선발 카드를 꺼내지 않은 상태다. 이들이 살아나는 동시에 타선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돼야 원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는 게 가능하다.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일궈낸 2016년에도 2차전에서 서서히 시동을 건 타선 덕분에 일찌감치 시리즈를 끝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그 때의 좋은 기억을 다시 재현할 수 있다. 홈에서 반격에 성공한 두산이 인천 원정길에서 통합 우승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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