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많아요. 그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도 컸어요.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죠."(수경)

대학교 선후배 세 명이 모여 만든 밴드 '빨간의자'의 멤버 수경(리더, 보컬), 강주은(피아노, 코러스), 정재훈(퍼커션)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빨간의자는 2014년 1집 <존재의 온도>를 발표했고, <막돼먹은 영애씨>,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 여러 드라마 OST에도 참여했다.

밴드명은 20대 소중한 추억이 깃든 학교 내 명물, '빨간 의자'에서 착안해 지었다. 팀명처럼 발칙하고 편안한 음악을 하는 그들이 지난달 29일 새 EP < Our A >를 발표했다. '별이 되어줘', '백 년 만에', '멀쩡했던 내 마음', '좋은 사람', '우리 행복했던 시간' 등 청명하고 사랑스런 5곡을 담았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내고 싶어 < Our A >로 지었어요. 알파벳처럼 A, B, C 이어갈 수 있잖아요? 또 < Our A >에서 A를 소문자로 쓰면 아우라처럼 보여요. 이번에는 이어어택(earattack) 프로듀서와 같이 작업을 했어요. 조금 더 다른 우리의 아우라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지었죠."(수경)

'반짝반짝 넌 모를 거야 나에게 큰 힘인 거야 말없이 손을 내어줘 조금만 기댈 수 있게 내게 와줘' 「별이 되어줘」 중

'좋은 사람 기준이 어디 있겠어 나쁜 사람 정말 나쁜 걸까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야' 「좋은 사람」 중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 모습 그대로 살면 좋다고 이야기하는 빨간의자. 자신들의 노래를 들어주는 팬이 있어 힘이 난다는 그들을 지난 10월 16일 종로 북촌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밴드 빨간의자(재훈, 수경, 주은)

밴드 빨간의자(재훈, 수경, 주은) ⓒ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 초가을인데, 북촌 오니까 기분이 어떤가요?
수경 :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느낌? 이곳에서 인터뷰한다고 해서 좋았어요."

- 빨간의자 특이한 이름이잖아요?
재훈 : "같은 학교 출신이에요. 수경씨와 주은씨를 만나서 팀을 만들어서 해보자 했는데, 공연이 잡혔는데 팀 이름이 없었어요. 그때, 학교 한 장소에 빨간색 의자가 있었거든요."
수경 : "쉴 수 있는 의자요."
재훈 : "학생들이 그곳에서 모이기도 하거든요. 아, 그냥 빨간의자 하자! 그렇게 해서 8년 동안 써요.(웃음)"
수경 : "우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팀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잘 나가는 밴드? 웃긴 이름으로 지을까 하다가 빨간의자라고 짓게 되었어요."

- 지금도 빨간의자가 있나요?
수경 : "지금은 철거되었어요."
주은 : "검은 의자로 바뀌었어요."
재훈 : "정규 앨범 나오는 날에 철거가 되고 검은 의자로 바뀌었어요."

- 이번 EP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주은 : "깨알 같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었어요. 첫 번째 '별이 되어줘'는 힐링 메시지를 담았어요. 두 번째 곡 '백 년 만에'는 설레는 감정으로 고백을 유도하는 고백송이고요. 세 번째 타이틀곡 '멀쩡했던 내 마음'은 고백을 해서 사귀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다른 사람을 한 번은 생각해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담긴 곡이에요. '좋은 사람'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담았어요. 마지막 곡, '우리 행복했던 시간'은 헤어지고 회상하는 곡이고요.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봤어요."

- 타이틀곡 '멀쩡했던 내 마음'은 어떤 곡인지?
수경 :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저희의 매력을 담은 곡이죠. 편안한 느낌의 리듬과 빈티지, 레트로 한 사운드의 느낌으로 가보자 했어요. 틈새 공약? 요즘 사운드가 빵빵하고 일렉트로닉적인 사운드가 많잖아요? 그 사이를 살짝 비집고 갈 곡이죠."

- '별이 되어줘'는?
수경 : "퇴근할 때 양화대교를 지나가요. 한강 보는 걸 좋아해서, 매일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요. 지친 하루 끝에 제가 초라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겠구나 해서, 너는 전혀 초라한 존재가 아니다, 소중한 존재라는 걸 담았어요. 은하수, 별빛처럼 반짝이는 것들을 가사에 담아서요."

- 빨간의자가 행복했던 시간은 언제였을까요?
수경 : "처음 만나 밴드를 만들어갔던 시간이 기억에 남아요. 7~8년 되었는데, 지금도 그 시간들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더 단단해지는 느낌도 있고요. EP도 처음 내서 감회도 새로워요. 곡이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 있어 지금도 소중한 것 같아요."
 
 ep <Our A> 자켓

ep 자켓 ⓒ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 빨간의자의 사랑은 어떤가요?
주은 : "저는 친구 같은 사랑을 추구하는 스타일에요. 편안한 스타일? 그래서 사랑에 대한 곡을 쓰면 정열적이고 불꽃 튀는 내용을 잘 못써요. 나중에는 꼭 써보고 싶어요."
재훈 : "남들과 똑같은 사랑을 다 해본 것 같아요. 짝사랑도 해보고요. 너무나 평범해서 딱히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수경 : "상대방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사람이 된 상황이 많아, 같이 성장해나가는 연애를 하는 것 같아요."

- 외롭거나 힘든 적은 없었나요?
주은 : "멤버들이 분담을 해도 리더 수경 언니가 많은 것을 하니까 외롭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제가 외로울 때는 합주 끝나고 집 갈 때요. 저만 집이 멀어서요."
재훈 : "정규 앨범을 내고 난 후에 밀려오는 외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단독공연이나 앨범을 준비할 땐 일주일 매일매일 만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 끝나면 2~3일 정도는 외로움이 조금 있더라고요."
수경 : "리더로서의 부담감? 책임감이 있을 때는 외롭기도 해요. 멤버들 없이 혼자 게스트로 갔을 때, 혼자 무대에 서니까 외로움이 크게 밀려왔어요. 멤버들이 없으니 허전하구나."

- 그때마다 자신을 일어서게 한 것은?
수경 : "영화를 많이 봐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라서 크게 우울해지는 편은 아니죠."
주은 : "저는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극복하는 편이라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재훈 : "워낙 집돌이라서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극복하고 싶을 때는 계속 혼자 집에 있어요. 집에서 혼자 무엇을 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극복이 되는 것 같아요."

- 음악을 하면서 결심했던 것이 있을지?
수경 : "버티자 꿋꿋이 음악하자."

- 이번 EP는 누가 들으면 좋을까요?
수경 : "일상에 지쳐 힘을 받고 싶을 때, 나도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는 '별이 되어줘'를 듣고, 고백을 망설이는 분은 고백 욕구가 오는 고백송 '백 년 만에'를 들으면 좋겠어요. 발칙하지만 솔직함을 담은 '멀쩡했던 내 마음'은 속마음을 펼쳐보고 싶을 때 들으면 좋고요.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좋은 사람의 기준이 뭘까? 할 때는 '좋은 사람'을 들으면 좋겠어요."

- 이번 EP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재훈 : "변화? EP 전에는 음악적으로 스펙트럼이 크다기보다는 어쿠스틱으로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었어요. 이번 EP도 편안하지만 좀 더 사운드적으로 연구를 많이 했어요. 멘토인 프로듀서 이어어택 형님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작업했죠. EP를 듣는 리스너들이 빨간의자가 많이 노력했구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이 친구들이 노력했구나,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주은 : "트렌드. 밴드들의 성향은 우리만의 음악을 보여 주자가 크잖아요? 그것보다는 우리의 색깔도 가지면서 요즘 트렌드의 음악을 하자 했어요.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담은 거죠."
수경 : "변화와 트렌드를 다 합쳐서 음악도 단단해졌어요. 팀워크도요. 그래서 단단함?"

- 10년 뒤에 어떤 뮤지션이 되어 있을지?
주은 : "성숙한 어른이 되어 어른스러움이 음악에 담기면 어떤 음악이 될지 궁금해요. 지금보다는 잘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인생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음악도 쓸 것 같기도 해요."
 
 밴드 빨간의자

밴드 빨간의자 ⓒ 김광섭

  
- 빨간의자로 사행시를 지어 인사를 전한다면?
빨 : 빨간의자입니다
간 : 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의 : 의자처럼 편안하게
자 : 자, 빨간의자 노래를 들어봐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빨간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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