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크프방크 쌍포' 주팅(198cm)과 슬루티어스(191cm)

'바크프방크 쌍포' 주팅(198cm)과 슬루티어스(191cm) ⓒ 국제배구연맹

 
김연경이 떠난 유럽 여자배구 리그는 중국 주팅이 주도한 바크프방크의 '완전한 독무대'였다. 특히 김연경이 중국 리그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은 바크프방크가 모든 대회를 제패하는 '싹쓸이 우승'을 차지했다. 바크프방크는 지난 시즌 터키 리그, 터키 컵, 터키 챔피언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수권까지 5개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 

흔히 터키 리그, 터키 컵,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할 경우 3관왕에 오르는데, 바크프방크는 이를 넘어 5관왕을 한 것이다. 바크프방크는 지난 2013~2014시즌에도 4관왕을 차지했다. 당시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에 머물면서 5관왕을 놓쳤다.

주팅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2016~2017시즌부터 바크프방크에서 뛰기 시작했다. 올해가 3번째 시즌이다. 터키 리그 진출 첫해부터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2017 클럽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주도하며 모두 MVP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도 터키 리그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했다.

이렇듯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여자배구 리그는 '바크프방크 신왕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동안 터키 리그 우승 4번, 터키 컵 우승 3번,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3번을 달성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경우 2016~2017시즌, 2017~2018시즌까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세계 최고 명장' 구이데티의 힘

바크프방크가 신왕조를 구축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의 감독과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초호화 멤버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구이데티(47) 감독은 바크프방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구이데티는 중국 랑핑, 브라질 조제 호베르토과 함께 여자배구 세계 3대 명장으로 꼽힌다. 치밀한 분석과 지략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이데티와 바크프방크의 인연은 깊고도 각별하다. 지난 2008~2009시즌부터 무려 10년여 동안 바크프방크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많은 업적과 명성을 쌓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며 월드그랑프리 3위, 유럽선수권 준우승 등의 기록을 남겼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아 리우 올림픽 4위에 오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터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터키도 구이데티 감독 영입 이후 2017 유럽선수권 3위,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력 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살림꾼 괴즈데, 붙박이 세터 나즈가 없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초호화 멤버도 바크프방크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선수 구성 면에서 지난해보다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8~2019시즌 바크프방크의 14인 엔트리를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주팅(25세·198cm), 로빈슨(27세·188cm), 투으바(21세·184cm), 데르야(19세·185cm)로 재편됐다.

라이트는 슬루티어스(29세·191cm), 에브라르 카라쿠르트(19세·194cm)가 맡는다. 센터는 밀레나 라시치(29세·191cm), 제흐라 귀네쉬(20세·196cm), 퀴브라(25세·197cm), 멜리스(29세·185cm)가 포진했다.

세터는 잔수 외즈바이(23세·182cm), 부케트(20세·183cm), 리베로는 기젬(26세·170cm), 아이차(23세·178cm)가 책임진다.

주팅(중국), 슬루티어스(네덜란드), 밀레나 라시치(세르비아), 로빈슨(미국), 잔수 외즈바이, 제흐라 귀네쉬, 에브라르 카라쿠르트, 데르야, 기젬(이상 터키)은 지난 20일 끝난 2018 세계선수권에서 자국의 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에브라르와 데르야는 2000년생으로 팀 최연소 선수다. 둘 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터키 대표팀 1군으로 발탁돼 출전했다. 에브라르는 라이트 백업 멤버로 좋은 활약했다. 특히 중국전에서 주팅과 똑같은 16득점을 올리며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데르야는 경기 출전 기회가 적었다. 일부 경기에서 잠깐씩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주팅 부담 커지고, 어린 세터진 우려... 슬루티어스·센터진은 향상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바크프방크의 공격과 리시브 등 수비를 동시에 책임져야 할 레프트, 그리고 세터 포지션에서 큰 공백이 발생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살림꾼 역할을 했던 괴즈데 손스르마(34세·183cm)가 은퇴를 하고, 주전 세터 나즈(29세·186cm)가 출산 준비로 팀을 떠나 있기 때문이다.

괴즈데는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MVP를 수상할 정도로 수비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나즈도 2012~2013시즌부터 6시즌 동안 바크프방크의 주전 세터로 맹활약했다.

두 핵심 선수의 공백은 바크프방크의 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괴즈데가 빠진 레프트 포지션에서 주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로빈슨은 올해 네이션스 리그와 세계선수권에서 미국 대표팀의 주전 멤버로 활약했다. 그러나 레프트 공격수가 아닌, 리베로로 뛰었다. 투으바와 데르야도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세터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잔수 외즈바이가 네이션스 리그와 세계선수권에서 터키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좋은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시즌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결승전,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3~4차전에 나즈 대신 주전 세터로 나서 바크프방크가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잔수가 세계 최정상 팀을 한 시즌 동안 풀로 끌고가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주팅과 함께 공격 쌍포인 슬루티어스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네덜란드 주 공격수인 슬루티어스는 전체 선수 중 득점 2위, 공격성공률 4위, 서브 1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세계선수권 4위를 차지했다.

센터진은 지난해보다 더 강해졌다. 제흐라 귀네쉬가 올해 터키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크게 성장했다. 세계선수권 세르비아 우승의 주역인 밀레나 라시치도 건재하다. 주전 센터 3명이 191~197cm에 달하는 장신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독주 끝낼 기회... 에자즈바쉬-바크프방크 '첫 맞대결'

전력 하락 평가에도 불구하고, 바크프방크는 여전히 막강하다. 주팅-슬루티어스의 공격 쌍포와 라시치-제흐라-퀴브라의 장신 센터진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바크프방크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다. 그럼에도 괴즈데와 나즈의 공백은 다른 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에자즈바쉬가 구단의 핵심 인사를 한국까지 보내 김연경 영입을 성사시키고, 김연경이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한 중국 리그를 뿌리치고 터키 리그로 다시 돌아간 배경에는 바크프방크가 있다. 바크프방크의 독주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의지가 서로 통했기 때문이다. 바크프방크의 무한 질주만 막아도 절반은 성공한 시즌이 될 수 있다.

과연 에자즈바쉬는 바크프방크의 독주를 끝낼 수 있을까. 11월 1일 새벽이면,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터키 리그 '스포츠토토 챔피언스컵' 대회에서 에자즈바쉬와 바크프방크가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챔피언스컵 대회는 매년 터키 리그 개막 이전에 직전 시즌 터키 리그 우승팀과 컵 대회 우승팀이 맞붙는 '단판 경기'이다. 지난 시즌에는 바크프방크가 터키 리그와 컵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 때문에 터키 리그와 컵 대회 준우승팀인 에자즈바쉬와 챔피언스컵 대회를 갖게 됐다. 비록 단판 승부지만, 주전 멤버들이 출전하는 대회이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11월 1일 0시 25분(한국시간)부터 에자즈바쉬-바크프방크의 챔피언스컵 경기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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