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주 출신 밴드 그레타 밴 플릿의 두번째 정규 앨범 <Anthem of the Peaceful Army> 커버

미시건주 출신 밴드 그레타 밴 플릿의 두번째 정규 앨범 커버 ⓒ 유니버셜 뮤직 코리아

  
미시건 주 십 대 밴드 그레타 밴 플릿은 최소한의 오차만을 남겨둔 레드 제플린의 완벽한 모사로부터 출발했다. 8곡짜리 데뷔 앨범 < From The Fires >를 두고 로버트 플랜트는 < Led Zeppelin I >을 언급하면서 '내가 잘 아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아주 잘 따라 하더라'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유명 음악 유튜버는 밴드의 첫 싱글 'Highway tune'을 < Physical Graffiti >의 'The wanton song'과 감쪽같이 합성했다. 

여러 곱지 못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최근 등장한 신인 밴드 중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07년 레드 제플린의 역사적인 재결성 공연 때 유치원생이었던 키즈카 삼 형제가 '쇠퇴한 로큰롤을 다시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피력하는 건 기묘한 광경이다.

레드 제플린을 주축으로 레너드 스키너드,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닐 영 등 여러 이름을 겹치며 카피라는 의혹을 떨치고 1970년대 레트로의 직계임을 거리낌 없이 표출함은 물론이다. 그 중에도 벼락같이 내려치는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를 '좀 많이' 따라 하는 것조차 숨기지 않는다. 
 

어설픈 재현은 아니다. 직선적 블루스 로큰롤을 하는 데 있어 맛깔나는 리프를 주조해낼 줄 알고, 기억에 남을만한 멜로디를 펼치며, 각 솔로 파트에서 준수한 연주력을 뽐낸다. 헌정에 가까웠던 데뷔 앨범보다 'Age of man', 'Brave new world'같은 대곡을 시도하기도 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를 주축으로 한 'Flower power'의 후속 'Anthem'과 'Mountain of the sun'으로 < Houses of Holy >를 흠모하기도 한다. 

스테레오 녹음의 묘미를 살리며 간결한 구조로 뽑아낸 'When the curtain falls' 같은 싱글도 매력적인 데가 있다. 마냥 몰아치다가도 'Lover, leaver'처럼 완급 조절을 해내기도 한다. 불타는 십 대의 열정을 노래하다가도 고전 신시사이저의 활용으로 로맨틱한 슬로우 템포를 만드는 'You're the one' 같은 곡을 선보인다. '음악은 어디있나요? 영혼을 해방하고, 우리를 한데 모을 간결한 노랫말은 어디 있나요?'라 마무리하는 'Anthem'의 순진함에 와서야 노련한 연주에 감춰진 그들의 어린 시각이 드러난다.  
 
 그레타 밴 플릿은 키즈카 삼 형제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로, 멤버들의 나이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다.

그레타 밴 플릿은 키즈카 삼 형제를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로, 멤버들의 나이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다. ⓒ Greta Van Fleet 페이스북


로큰롤 황금기에 열광했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 Anthem of the Peaceful Army >는 모든 영웅을 모시는 만신전같은 작품이다. 나날이 급증하는 LP 판매량과 과거를 기록하는 유튜브 영상은 틴에이지 로큰롤 마니아들에게 '로큰롤의 명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고 그 결과는 제법 괜찮은 재현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감쪽같은 흉내일 뿐이라는 데서 칭찬은 멈춘다. 결국 이 앨범을 듣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은 < Led Zeppelin > 시리즈와 후반기의 찬란한 업적 뿐이다. 이는 그레타 밴 플릿 뿐 아니라 레트로 페티시즘에 매몰된 밴드들의 공통된 한계이기도 하다. 오리지널을 놔두고 커버 버전을 찾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카피 밴드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Immigrant song'의 대체재 이상의 창의력은 발휘했어야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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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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