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던 후반전 경기 양상이었다. 하지만 살아나던 수원 삼성의 결승 진출 티켓은 불과 20분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수원은 24일 오후 7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홈경기에서 통한의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은 3-1로 앞서던 후반 19분과 후반 39분 연달아 2골을 허용했고, 1, 2차전 합계 5-6의 스코어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일전이라는 상징성에 권순태와 임상협의 충돌로 인해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경기였다. 하지만 수원은 너무나 허망하게 결승행 티켓을 놓쳤고, 가시마의 ACL 결승 진출로 J리그는 2시즌 연속 ACL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하게 되었다.

수비 집중력 부재, 흐름 싸움에서 밀린 수원

지난 3일 열린 가시마와의 1차전을 되짚어보면 수원은 전반 6분 만에 상대 자책골과 데얀의 골이 터지면서 일찌감치 2-0으로 앞서나가며 승기를 잡았다. 사실 1차전이 원정경기였기에 승리는 둘째 치더라도 원정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원정에서 2골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승리한다면 수원으로선 더더욱 이득이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후 경기는 가시마의 흐름으로 진행되면서 수원은 그 흐름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결국 전반 19분 장호익의 자책골로 불안한 1골 차의 리드 속에 후반전을 맞이한 수원은 후반전에도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반 막판에는 권순태 골키퍼와 임상협 간의 충돌과정에서 권순태가 임상협을 머리로 들이받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는 뒤지고 있던 가시마 선수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권순태의 심리전으로 볼 수 있다. 이 장면이 결과적으로 수원이 당시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 또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 있다.

후반전에도 경기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 채 밀리는 경기를 펼치던 수원은 결국 서서히 체력이 떨어져가기 시작했다. 후반 35분에는 동점골을 내줘 2-0으로 앞서던 경기가 2-2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2-2 스코어라면 원정 2골이라는 이점이 있어 홈 경기에서 부담이 덜했겠지만 수원은 종료 직전 세트피스 혼전 상황에서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2-3으로 허무한 패배를 기록했다.

24일 2차전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전반전을 0-1로 뒤진 수원은 후반 6분과 7분 임상협, 조성진의 릴레이 골이 터지며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후반 15분에는 데얀의 골이 터지면서 3-1로 달아난 수원은 이 상태만 유지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수원 세 번째 골 넣은 데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세 번째 골을 넣은 데얀이 기뻐하고 있다.

▲ 수원 세 번째 골 넣은 데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세 번째 골을 넣은 데얀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후반 19분 니시에게 실점을 허용해 3-2가 되며 합계 5-5 동률이 됐다. 수원은 이어 후반 39분에는 세르지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3-1로 앞서던 경기가 순식간에 3-3이 되며 합계스코어에서 5-6으로 뒤지게 되었다.

1차전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 수원이었다. 3-1로 앞서던 수원은 계속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채 4분만에 실점을 허용했다. 수원은 이어 후반 39분 세르지우에게 내준 골까지 2골을 내주었다. 모두 수비진에서의 집중력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니시를 막던 곽광선의 판단미스가 발생하며 2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세르지우의 실점 과정에선 한순간의 집중력 저하로 세르지우에게 공간을 내준 것을 놓치지 않은 세르지우가 과감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스코어에서 유리하게 가져가고도 그것을 이어가지 못한 수원은 결국 탈락의 쓴 잔을 마시게 되었다.

수원의 결승 진출 실패가 아쉬운 이유

수원의 결승 진출 실패가 아쉬운 이유는 3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수원은 올시즌 ACL에서 힘겨운 여정을 보냈기 때문이다. 타인호아와의 ACL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오른 수원은 가시마 앤틀러스, 상하이 선화(중국), 시드니 FC(호주)와 한조에 속해 힘겨운 승부를 펼친끝에 조별리그 최종전 가시마전 승리로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서도 수원의 힘겨운 여정은 이어졌다. 울산 현대와의 16강전에선 1차전을 0-1로 내준 수원은 2차전 홈경기에서 드라마틱한 3-0 승리를 이루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전 상대는 K리그 1 절대강자이자 올시즌 그 전까지 2패에 0득점 5실점을 기록했던 전북 현대였다. 여기에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사퇴를 선언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8강전을 치러야 했다. 수원은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종료 15분을 남기고 3골을 터뜨리며 3-0 승리를 거두었지만 2차전에선 이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결국 0-3으로 패했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 가시마와 다시 한번 만난 수원이었지만 끝내 수원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만약 수원이 결승에 진출해 우승까지 했다면 '고진감래'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생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원은 결국 그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서정원 감독의 복귀가 무의미해졌다는 점이다. 수원이 서정원 감독을 설득 끝에 복귀시킨 이유로는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점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ACL과 FA컵에서 우승하기 위한 수원의 승부수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로 서정원 감독 복귀 이후 치른 제주와의 FA컵 8강전과 지난 2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1 33라운드까지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그동안 침체됐던 분위기를 전환시키면서 가시마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경기 지켜보는 서정원 감독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서정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서정원 감독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가시마 앤틀러스의 경기. 수원 서정원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서정원 감독 복귀 효과는 가시마전에서 나오지 못했다. FA컵 우승이나 리그 3위 안에 들어 다음 시즌 ACL 진출권을 따내는 것도 수원에겐 중요했지만 ACL 4강까지 온 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탈락은 수원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K리그에겐 올시즌 ACL 우승이 가장 중요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수원의 결승 진출 실패가 더욱 아쉽다. 올시즌 ACL 우승이 K리그에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K리그의 현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K리그의 1강인 전북은 10년이 넘게 전북을 지휘했던 최강희 감독이 다음 시즌 중국 슈퍼리그로 떠나는 것이 확정됐다. 그러면서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단의 변화가 예상되는 등 전체적인 팀 운영에 있어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 다음 시즌 K리그 1의 우승경쟁 여부도 변수가 발생했다. 변화를 맞이하는 전북이 다음 시즌 ACL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여부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다음 시즌 ACL 출전이 유력한 팀들 역시 ACL에서의 경쟁력을 갖췄는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 2위인 경남 FC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전패를 하지 않는 한 3위 이내의 순위를 지켜 다음 시즌 ACL 출전이 유력한데, 선수단 뎁스나 팀 전력이 ACL에서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아직 국제무대 경험이 없다는 점도 경남엔 악재다.

현재 리그 3위이자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 역시 지난해와 올시즌 ACL에서 힘겨운 승부를 펼쳤던 터라 우승까지 노리기엔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산술적으로 3위가 가능한 포항이나 제주, 그리고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또 다른 팀인 수원과 전남 드래곤즈, 대구 FC가 ACL에서 경쟁력을 보일지는 의문 투성이다.

사실 냉정하게 K리그에서 ACL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은 전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그에선 절대 1강 체재를 구축한 데다 더블스쿼드를 갖춘 전북은 리그는 물론이거니와 ACL 우승 역시 최대목표로 삼고 있는 팀이다. 실제로 전북은 올시즌 ACL에서도 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데다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것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이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전북은 예상외로 수원에게 발목이 잡혀 8강에서 탈락했고, 그 대권도전을 수원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원 역시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4강에서 탈락했다. 사실상 올시즌이 K리그에게 향후 몇 년 가운데 마지막으로 찾아온 우승기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놓친 셈이다.

여전히 쟁쟁한 용병들에 구단 재정규모에선 압도적인 중국 슈퍼리그와 올시즌까지 2시즌 연속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하며 다시 결과를 내기 시작하는 J리그, 여기에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태국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이동거리 등의 변수가 많은 호주 A-리그까지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1강 전북을 제외하면 K리그 다른 팀들의 전력이 ACL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 시즌 K리그가 A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북 역시 다음 시즌 행보가 어떨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올시즌 ACL 우승을 놓친 K리그는 최악의 경우 한동안 ACL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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