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드 사마리안> 포스터

영화 <배드 사마리안> 포스터 ⓒ (주)영화사 빅

 
축구경기에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빌드업이다. 공격을 전개하기 위한 형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빌드업은 현대 축구에서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는 수비에서부터 패스가 진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공격 전개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드 사마리안>은 이 빌드업 능력이 부족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임에도 전개가 느리니 답답한 느낌을 준다.
 
성경 신약 누가복음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하고 이 말에 대해 유대인 교사는 '내 이웃이 누구이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에 예수는 비유를 드는데 도둑에게 돈을 빼앗기고 상처를 입은 사람을 신앙심이 깊은 사제와 레위인은 못 본 척 하고 지나간다. 그때 이도교 하층민으로 천시하는 존재인 사마리아인이 나타나 상처를 치료해주고 돈도 쥐어준다. 이때 '누가 네 이웃이 되겠느냐'는 예수의 질문에 교사는 '자비를 베푼 자'라는 답을 한다.
  
 영화 <배드 사마리안> 스틸컷

영화 <배드 사마리안> 스틸컷 ⓒ (주)영화사 빅

 
<배드 사마리안>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션은 현대의 사마리아인 같은 존재이다. 그는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랐고 각종 자잘한 범죄를 저질렀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발렛파킹 일을 하는 그는 동료 데렉과 함께 손님들의 차를 이용해 집을 털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의 범죄기록과 낮은 생활수준으로 인한 사회적인 시선은 과거 사마리아인이 유대인에게 인식되었던 사회적인 위치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VIP 손님 케일의 집에 잠입한 션은 그의 집 사무실에서 의자에 묶여 있는 여자를 발견하게 된다. 본인의 범죄행각도 잊은 채 션은 여자를 구하려 하지만, 케일이 레스토랑에서 출발하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게 된다. 겉은 'Bad(나쁜)'지만 속은 'Good(선한)'한 션은 여자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션의 정체를 눈치 챈 케일은 그의 주변을 철저히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미국의 대다수 주와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타인이 응급사항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 본인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경우 타인을 위험으로부터 구조해 줄 의무를 부여한 법률 조항인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시행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6월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구호자보호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 간접적으로 도입됐다).
 
영화는 현대의 사마리아인 션을 통해 편견 없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위험과 공포 앞에서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다만 이런 의미를 전달하기까지 과정이 지지부진하다. 복선이라 할 만한 지점이 적으며 장르에 공포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섬뜩함을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미를 위한 준비가 적다는 점이다. 스릴감을 주기 위한 장면, 공포감을 주기 위한 장면이 전무하다.
  
 영화 <배드 사마리안> 스틸컷

영화 <배드 사마리안> 스틸컷 ⓒ (주)영화사 빅

 
대표적으로 한 장면을 이야기하자면 케일이 션의 여자친구인 라일리를 습격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케일의 폭행은 더럽고 어설픈 느낌만 들뿐 악역이 주는 공포나 섬뜩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폭행 후 도망치는 케일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케일이라는 악역의 준비성은 하나하나가 단조롭고 뻔뻔하다. 철저함과 서늘함이 매력적인 악역의 매력을 선보이지 못한다.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스릴러의 묘미인 짧은 편집을 통한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는다. 사건이 적고 발생하는 사건도 전형적이고 허술하다 보니 늘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는 소설처럼 글로 캐릭터를 서술할 수 없기에 사건을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사건을 통해 케일의 잔혹한 면모가 드러나지 않으니 그와 대립하는 션의 캐릭터 역시 살아나지 못한다. 작품을 이끌어갈 캐릭터들이 살아나지 못하니 속도감 없는 영화가 되고야 말았다.
 
스릴러 영화의 매력은 빠른 속도감과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 하는 긴장감이다. <배드 사마리안>은 정통 스릴러 장르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이런 장르적 쾌감을 주지 못한다. '사마리아인'이라는 소재를 스릴러 장르 안으로 가져온 아이디어는 독창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아쉬운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배드사마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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