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은 오랫동안 할리우드에서 활약을 펼쳤던 김윤진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19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니만큼 얼마나 좋은 작품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윤진의 선택은 박진우 작가였다. 박진우 작가는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 중 여전히 명작으로 회자되는 KBS 2TV 드라마 <한성별곡>을 집필했다. 이후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천재 탈북의사라는 신선한 시도는 인정받았다. 그런데 모처럼 돌아온 박진우 작가가 선택한 건 뜻밖에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소설 '미스 마플'이다.

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아가사 크리스티
 
 영국 추리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영국 추리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 Wikimedia Commons

 
추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의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는 80여 편의 작품으로 전 세계 103개의 언어로 번역, 40억 부 이상이 팔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베스트 셀러 추리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소설은 물론, 영화, 연극, tv 시리즈로 재가공되어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이끄는 탐정은 늘 프랑스인이라 오해받는 벨기에인 에르큘 포와로, 그리고 수더분한 동네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예리한 미스 마플 두 사람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1914년 첫 작품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에서부터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까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질 때까지를 이끈 인물이었다면, 1930년대 이후 추리 소설가로서 정점을 이루던 시기에 <목사관 살인 사건>으로 미스 마플을 등장하여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후반부를 빛낸다. 

그렇다면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한 대표작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나일 살인 사건>이다. 포와로 탐정은 유럽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던가, 나일강을 유람하는 배처럼 공간의 역동성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이방의 공간, 지역에 모여든 다양한 출신과 배경의 인물들, 그들이 숨겨온 이력들이 날카로운 포와로 탐정을 통해 해부되고, 그들의 과거의 인연을 통해 사건이 풀어헤쳐진다.

그에 반해, 미스 마플은 영국의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독신 노인 제인 마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조용한 시골마을, 그곳에서 뜨개질이나 하며 동네 사람들과 수다나 떠는 할머니다. 하지만 그 '동네 사람들'과의 친교 과정에서 얻어진 그녀 특유의 '직관'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할 열쇠를 얻어낸다. 

바로 이 '마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여성 탐정을 박진우 작가는 <미스 마>의 주인공으로 초빙한다. '마을'은 그간 SBS 장르 드라마가 그간 잘 활용해 왔던 공간이다. 2015년 방영한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에서도, 최근 종영한 <시크릿 마더>에서도 '사건'의 중심은 '마을'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마을, 하지만 그곳에 인간의 본능과 관계된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곳에서 인간의 복잡한 애증이 사건을 증폭시켜나가는데 SBS는 이런 것을 남다르게 주목해 왔다. <미스마: 복수의 여신> 역시 한국으로 온 미스 마를 통해 이 '장점'을 신도시 중산층 단지의 '무지개 마을'로 살려낸다. 
 
 SBS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스틸 컷.

SBS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스틸 컷. ⓒ SBS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질 복수극

하지만 박진우 작가는 마을 탐정 미스 마플을 '무지개 마을'로 되살려 낸 것에 더해, 거기에 '복수'라는 요소를 가미한다. 영국 시골 마을의 노처녀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은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혐의로 복역 중 탈주에 성공하여 진범을 찾으려 한 엄마로 재해석되었다. 

덕분에 드라마는 미스 마플 시리즈 특유의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한 축으로 하고, 거기에 탈주범 미스 마의 진범 찾기와 그런 미스 마를 추격하는 한태규(정웅인 분)와 양미희 검사(김영아 분)의 쫓고 쫓기는 스릴러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지난 6일 방영된 1~4회 중 1, 2회는 보호 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던 미스마의 탈옥 과정을 박진감있게 그려냈고 3, 4회에서는 탈옥에 성공한 미스마가 무지개 마을에 노처녀 추리 소설가로 등장해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스틸 컷.

드라마 <미스 마: 복수의 여신> 스틸 컷. ⓒ SBS

  
주말 드라마로 찾아온 <미스 마>의 전반부는 김윤진의 헌신적인 호연과 정웅인, 김영아의 안정적이고 강렬한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제작진의 스릴러 연출 역시 주목할 만 했다. 그에 반해 3, 4회 무지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앞서 1, 2회의 박진감 넘치던 장면들과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차별화 된다.

결국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성공은 아기자기한(?) 무지개 마을의 사건과 미스 마의 탈주 사건을 적절히 조화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장르물이 주말 드라마 환경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인간의 본능' 운운하는 날선 대사, 시청자들을 애매모호하게 이끌어가는 서사의 딜레마를 과연 <미스마 복수의 여신>은 조절할 수 있을까. 전작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통해 기존의 주말 드라마와는 차별된 장르 드라마로 승부수를 띄웠던 SBS다. 이번에도 <미스 마: 복수의 여신>의 연착륙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미스 마 복수의 여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