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놈> 포스터

영화 <베놈>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베놈>은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로 주목받았다. 소니픽처스 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음에도 최근 히어로 영화들의 흥행과 빌런 히어로라는 독특한 설정이 관심을 끌었고 압도적인 예매율로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였다. 베놈은 빌런 히어로라기보다는 데드풀로 대표되는 안티 히어로에 가깝다. 대의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히어로와 달리 이해관계로 행동하는 안티 히어로는 이로 인해 빌런과 대립한다.
 
<베놈>은 베놈 캐릭터의 흉측한 외모와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빌런 히어로라는 용어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캐릭터에 부여된 차별성인 '빌런 히어로'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와 닿았는지는 의문이다. <베놈>은 개봉과 동시에 상반된 평을 듣게 된다. 먼저 액션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상당수다. 특히 드론을 활용한 오토바이 추격전은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다.
 
히어로 무비가 액션에 충실하다는 건 만족할 만한 요소이다. 그러나 쿠키 영상을 통해 시리즈물을 기획 중인 듯한 암시를 남겼는데, 스토리와 설정 측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먼저 빌런 히어로라는 설정을 보면 베놈은 자신이 살던 행성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지구에 온 그는 자신보다 훨씬 약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마음에 들어 하고 그런 점에서 행성의 동료들을 지구로 데려오고자 하는 라이엇을 막으려고 한다.
 
베놈이 보이는 행동의 동기는 기존 안티 히어로와 다르지 않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빌런과 대적한다. '빌런 히어로'라면 빌런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기존 안티 히어로와 베놈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 빠지는 매력이 부족하다. 베놈의 매력은 선과 악의 경계다. 이 경계를 줄타기 하는 게 베놈이라는 캐릭터다.
 
다만 이런 매력을 한 편의 영화에서 보여주기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톰 하디는 이 영화에서 편집 당한 약 40여분의 장면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아마 이 장면이 베놈의 악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빌런 히어로'라는 문구에 어울리는 잔인하고 어두운 모습을 담은 장면이 삭제되었다면 이는 베놈의 매력을 덜어낸 아쉬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관객의 기억 속에 남는 건 징그러운 베놈의 이미지뿐이다.
  
 영화 <베놈> 스틸컷

영화 <베놈>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오토바이 추격 장면 이후 처음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베놈의 아우라는 상당하다. 특히 마스크가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담아내는 베놈의 모습은 코미디에 가깝다. 에디와 주고받는 개그는 그의 어두운 이미지를 희석시키에는 과하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담아낸 베놈 자체가 빌런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약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통한 이미지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빌런 히어로라는 캐릭터 구축이 매력적으로 되지 못한 건 허술한 스토리의 문제도 있다. 에디가 베놈을 만나는 장면은 앞서 에디가 겪은 일을 생각할 때 의아함이 든다. 에디는 변호사인 여자친구 앤의 사건파일에서 칼튼 연구소가 임상실험으로 사망자를 낸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뷰 중 그 내용을 말한다. 이에 분노한 칼튼은 에디와 앤을 모두 직장에서 해고시키는 위력을 과시한다.
 
헌데 철저한 보안이 이뤄져야 되는 칼튼의 연구소에 에디가 잠입하는 장면은 물론 그가 베놈과 만나게 되는 부분은 앞선 설정이 무색할 만큼 허술하다. 이는 에디와 베놈이 공존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느끼는 공감에서도 나타난다. 베놈은 에디와 본인을 둘 다 무리에서 밀려난 루저라 말한다. 헌데 베놈이 어떻게 루저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정은 나와 있지 않다. 에디가 뿌리부터 소심하고 잘날 것 없는 루저 성향이라면 모를까 그는 칼튼에 의해 루저가 되었다.
  
 영화 <베놈> 스틸컷

영화 <베놈>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오히려 이런 설정은 강제로 베놈과 에디 사이에 공감대를 성형하려는 억지스러운 시도처럼 비춰진다.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 역시 마찬가지다. 에디와 베놈 – 칼튼과 라이엇이 얽혀 격투를 벌이는 인상적인 영상미를 선보임에도 중요한 마무리를 급하게 내려버린다. 이런 허술함은 90년대 초 <인간 로켓티어>에서나 허용될 법한 개연성을 보여준다.
 
이런 스토리적인 아쉬움은 쿠키 영상을 통해 보여준 빌런 캐서디와의 만남을 다룰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키는 아쉬움을 준다. 톰 하디라는 걸출한 배우와 베놈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 시원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주는 매력이 떨어진다. 속편에서 빌런 히어로라는 문구를 달은 베놈 만의 캐릭터 구축과 시리즈물에 어울리는 개연성을 갖춘 이야기가 완성된다면 히어로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시리즈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루나글로벌스타와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놈 빌런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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