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수원이 역전패를 당했다. 애매한 태도로 긴 시간을 허비한 수원은 가시마 원정길에서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K리그 팀 중 2018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수원 삼성이 3일 오후 7시 가시마 사커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 ACL 준결승 1차전에서 2-3의 패배를 당했다.

수원 입장에서 대단히 아쉬운 패배였다. 무승부만 거둬도 이득인 원정길에서 경기 극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다. 전반 2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우치다 아쓰토의 자책골을 유도한 수원은 4분 뒤 데얀의 득점까지 엮어 순식간에 두 점 차 리드를 가져갔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승리를 넘어 대승을 노려봐도 좋을 정도로 수원의 압도적인 흐름이었다.

전반 중반까지는 수원의 원하는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수원 선수들은 이병근 감독 대행이 요구한 강건한 압박으로 가시마를 괴롭혔다. 안방에서 먼저 2골을 실점한 가시마는 수원의 도전적인 몸싸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시마는 수원의 패널티 박스 안으로 공 자체를 투입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허둥댔다.

전반 21분 장호익이 헤더로 크로스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내줬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수원의 것이었다. 다만 장호익의 실수로 스코어 차이가 한 골로 좁혀지자 갑자기 수원의 경기를 풀어가는 태도가 애매해졌다.

여유로웠던 점수 차이가 한 골 차 승부로 바뀌자 수비 라인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보수적으로 경기에 임하기 시작한 수비 진형과 달리 공격진들은 본래 이병근 감독 대행의 바람대로 전방 압박을 수행했다. 중원의 핵심 사리치도 과감하게 전진했다. 

순식간에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넓어진 간격은 에너지가 충만한 전반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시마 수비진들의 실수를 야기하면서 기회를 수차례 잡았다. 공격수들이 찬스를 살렸다면 다시 한 번 수원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수원은 기회를 놓쳤다. 심판의 이해하기 힘든 판정으로 권순태의 퇴장도 피한 가시마는 후반전에 완전히 살아났다. 가시마는 일본 클럽 특유의 빌드업과 짧은 패스로 수원 수비진에 균열을 가했다. 

전반 중반부터 시작된 수원의 애매한 경기 스타일은 가시마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비수들은 리드를 지키고자 후방 지역에만 머물렀고, 공격적으로 임하라는 미션을 받은 공격진들은 높은 라인에 위치했다. 흔히 말하는 '텐(ten)백'도 아니었고 선수단 전체가 강인한 전방 압박을 유지하지도 않았다. 명확한 의도를 알 수 없는 경기 자세였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수원은 고질적인 문제인 '후반 막판 실점'을 내리 허용하며 2-3의 역전패를 당했다. 후반 38분 세르징요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 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우치다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가시마의 장점만 살려주는 수원의 모호했던 경기 태도가 대역전패의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복잡해진 2차전 계산... 결승 진출은 가능할까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맨 왼쪽)가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맨 왼쪽)가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번 패배는 올 시즌 어떤 패배보다 수원에게 치명타다. 수원은 현재 K리그1 5위다. 한 때 리그 2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선두 전북 현대를 추격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모든 역량을 ACL에 집중하고 있었다.

때문에 ACL 4강 1차전 패배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리그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도 ACL 4강전만 보고 인내한 수원 팬들의 실망감도 크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무관에 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2차전에서 반전을 노려야 할 수원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원정길에서 2골을 뽑아냈다는 사실이다. 챔피언스리그는 1·2차전 경기 결과를 합해서 최종 승리팀을 결정한다. 한 쪽으로 승리의 추가 기울지 않으면 골득실로 승자를 가리는데 골득실마저 같으면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해 승부의 결과를 정한다. 즉, 패했지만 원정 2골은 희망을 가지게 하는 성과라는 의미다.

하지만 원정에서 잡아낸 2골을 수원이 2차전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변수가 많다. 일단 당장 이번주 일요일 열리는 상주 상무와 리그 경기부터 고민이다. 현재 리그 5위 수원(승점 43점)은 아직 상위 스플릿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산술상 승점 38점의 6위 강원FC와 7위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역전을 당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상위 스플릿행을 위해서는 상주전에서 무승부 이상이 필요하다.

상주전에서 상위 스플릿행 티켓을 따지 못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24일 열리는 ACL 4강 2차전에 집중이 어려워진다. 수원은 17일에 제주와 FA컵 8강 경기를 가진다. K리그는 리그 3위 이상 팀과 FA컵 우승팀에게 다음 시즌 ACL 티켓을 부여하기에 리그 5위 수원은 FA컵을 소홀히 할 수 없다. FA컵 8강 이후에는 포항 스틸러스와 리그 경기까지 소화해야 한다. ACL 4강 2차전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은 수원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은 일정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가시마와 2차전 자체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수원은 단점이 가득한 팀이다. 데얀을 제외하면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고, 흔들리는 수비 라인은 여전하다. 공수 양면 모두 불안하다.

수비적으로 시작해서 빠른 역습으로 골을 넣기에는 속도감 있는 선수가 너무 적다. 임상협의 ACL 준결승 1차전 활약은 인상적이었지만, 2차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스피디한 공격수 한의권은 갈수록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비 라인을 높게 형성해 시종일관 공격을 하는 전략도 위험하다. 수원의 수비수들은 실수가 잦은 편이다. 심지어 골키퍼 신화용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는 장면을 종종 연출한다. 넓은 뒷공간은 수원 수비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이 터지는 원인이 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1차전 패배가 아쉬운 수원이다. 1차전에서 최소한 무승부만 이끌어냈어도 2차전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 유지했던 애매한 경기 태도가 비극을 불렀다. 수원의 2018년 막바지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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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가시마 AFC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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