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한 장면.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포스터. ⓒ 디씨드

 
한국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미권을 넘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면서 현재까지도 매년 25만 부가량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반면, 작가 J.D. 샐린저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삶을 제대로 노출한 적 없는 '신비한 작가'이기도 하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우리가 아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청년기를 비롯해 시대의 걸작을 내놓은 직후까지를 다룬 일종의 연대기적 영화다. 엄밀히 말하면 J.D. 샐린저의 평전을 원작으로 이야기를 가미한 팩션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샐린저

자신의 전기를 쓴 한 문학평론가에게 소송을 걸 정도로 미디어 노출을 극히 꺼렸고, 유명 작가가 된 이후 은둔 생활을 한 샐린저의 청년 시절 모습은 어땠을까. 예상한 대로 괴짜 그 자체였다. 영화는 대학에서 쫓겨나고 한 문학 수업을 청강하던 샐린저(니콜라스 홀트)의 모습부터 시작해 그의 부모, 또 그가 사랑해 마지않던 여인들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키워나간다.

영화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했다. 그의 생애에서 겪었을 굵직한 사건들, 이를테면 첫 단편을 쓴 이후 반응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 하나의 단편을 써내기까지 그가 고민하고 품었던 화두를 묘사하는 식이다. '이야기라는 건 무엇인지'. '왜 소설을 쓰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을 지도 교수 버넷(케빈 스페이시)에게 던지며 자신의 가치관과 소설관을 정립해 가는 모습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문학 잡지 <스토리> <뉴요커> 등에서 관심이 보일 정도로 물이 올랐을 무렵 샐린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다. 대부분의 참전 군인이 그렇듯 심한 트라우마를 안고 돌아온 그가 다시금 재기하는 과정 또한 영화는 충실하게 묘사한다.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한 장면.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한 장면. ⓒ 디씨드

 
단조로운 구조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샐린저가 영감을 얻고 소설을 쓰며 느끼는 희열의 순간들을 묘사한 장면이다. 창작의 고통과 기쁨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니콜라스 홀트가 훌륭히 연기해냈다. 그의 꿈을 반대하며 가업을 잇기를 원하는 아버지(빅터 가버)와 재능을 알아보고 기꺼이 지지한 어머니(미리암)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 같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야기를 쓸 때 유일하게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던 샐린저에게 쓰는 행위는 삶의 목적 그 자체였다. 영화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얼마나 오랜 시간 그리고 작가가 몸소 겪은 삶의 고통을 함께 품었는지를 알리며, 우리가 잘 몰랐던 그 소설의 또 다른 진면모를 제시한다. 

글쓰기 자체를 의미 없는 생산 활동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겐 이 영화는 다소 감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읽는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한 강연에서 "집단으로 묶거나 일반화하는 것에 '딴지'를 거는 것이 문학"이라 설명한 바 있다. 당연하게 생각해 온 이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이것을 통해 보편적인 깨달음을 던지는 게 문학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는 셈이다. 

좋은 아들,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한 채 괴짜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샐린저는 평생 단 한 권의 소설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의 성과가 있다면 J.D. 샐린저라는 인물을 오롯이 한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위한 좋은 참고서가 된다는 데 있다. 그와 함께 창작 행위의 숭고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한다. 

참고로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버넷 교수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 정보가 가려져 있다. 여러 성추문 사건의 영향으로 보인다.

한 줄 평 : 알고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샐린저에 대한 좋은 입문서 
평점 : ★★★★(4/5)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 관련 정보

연출 : 대니 스트롱
출연 : 니콜라스 홀트, 조이 도이치, 사라 폴슨
수입 : 디씨드
배급 : 트리플칙쳐스
러닝타임 : 109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관람가
개봉 : 2018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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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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