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이즈 본>의 한 장면.

영화 <스타 이즈 본>의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첫 장면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백스테이지였다. 땀에 젖은 록스타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악기를 건네받으며 무대 위를 오른다. 그의 노래에 환호하는 수많은 관중들. 어쩐지 피로한 모습으로 공연을 마친 잭슨은 우연히 한 술집을 찾고, 거기에서 자신의 운명을 만난다.
 
술과 마약, 그리고 록.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이는 요소를 모두 품고 있는 잭슨은 이른바 절정에 오른 태양이다. 여기에 그가 술집에서 우연히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반한 앨리(레이디 가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영화는 사랑이라는 교집합 안에서 스승과 제자, 그리고 꿈을 이룬 자와 아직 꿈을 가져보지 못한 자의 관계성을 직조해 넣었다.

전형성 안에 자리 잡은 탄탄함

설정 자체는 전형적이다. 음악으로 피어난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산 영화가 여럿 있었다. 진부함에 빠지느냐 아니면 가장 대중적 코드로 빠르고 쉽게 관객에게 접근하느냐의 기로에서 핵심은 진정성이다. 같은 사랑 이야기이고 비슷한 대중적 요소를 갖췄어도 그럴싸해 보이는 이야기와 진짜 이야기의 차이는 큰 법이다.

<스타 이즈 본>은 이런 함정을 피해 나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스스로 "늘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싶었고, 연출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왜 그걸 해야 하는지 그것부터 확고하게 정립해야 했다"던 브래들리 쿠퍼의 말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로 연출 데뷔를 알린 그는 직접 작곡에 참여하고 노래까지 실제로 다 부르며 진정성을 더했다. 

영화에서 백미로 꼽고 싶은 순간이 몇 군데 있는데 낯선 술집에서 사랑임을 직감하는 잭의 눈빛, 스타가 된 이후 갈등을 빚지만, 여전히 잭슨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보인 앨리의 모습. 모두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적확한 호흡과 연기 덕에 나올 수 있었던 장면들이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한 장면.

영화 <스타 이즈 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레이디 가가와 컨트리록 뮤지션 루카스 넬슨 등이 이 영화에 담긴 여러 오리지널 곡을 작곡했다. 록과 팝을 아우르는 음악은 각기 신구 세대가 되어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 사이를 오간 잭과 앨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카메라 워크 또한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좋은 수단이 됐다. 공연 장면에선 카메라는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아티스트의 시선이 되어 객석과 무대 뒤까지 훑는다. 거친 호흡, 불안에 떠는 눈빛들, 스태프들과 관객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 있다. 

영화 속 인물이 처하는 갈등 요소 또한 전형적인데 그게 지루하지 않다. 자신의 하향세를 몸소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질투하는 잭, 형과의 해묵은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술과 마약을 끊지 못하는 잭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상투적이지만 이 영화에선 그 상투성이 적절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음악과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종결지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남녀가 보이는 모습에서 울컥한다. 아주 조금씩 쌓여오던 감정을 그 마지막 순간에 터뜨리는 식이다.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한 줄 평 : 2018년 수작으로 꼽기에 부족함 없을 음악 영화의 탄생 
평점 : ★★★★☆(4.5/5)

 
영화 <스타 이즈 본> 관련 정보

연출 : 브래들리 쿠퍼
출연 :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앤드류 다이스 클레이, 데이브 샤펠 등
제작 : 브래들리 쿠퍼, 빌 게버, 존 피터스, 토드 필립스, 라이넷 하웰
각본 : 브래들리 쿠퍼, 에릭 로스, 윌 페터스
수입 및 배급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러닝타임 : 135분
개봉 : 2018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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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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