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이번 시즌 첫 공연 커튼콜을 잊을 수 없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록키호러쇼>는 유독 열렬 팬들이 많다. 작품 속 인물의 의상을 따라 입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도 꽤 있었다. 관객들이 함께 공연 문화를 만드는 '컬트문화' 뮤지컬답게 첫 공연부터 분위기는 후끈거렸다.
 
 성을 찾은 자넷과 브래드를 껴안고 있는 외계인 남매 마젠타와 리프라프.

성을 찾은 자넷과 브래드를 껴안고 있는 외계인 남매 마젠타와 리프라프. ⓒ 알앤디웍스

 
트랜스 섹슈얼 외계 행성에서 온 프랑큰 퍼터의 성에 인간 커플 자넷과 브래드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일을 그리는 뮤지컬 <록키호러쇼>. 정신없으면서 신나는 공연이 2시간 동안 이어진다. 공연 도중에도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환호했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기립을 했다. 모든 배우들의 인사가 끝날 무렵 음악이 끝나면 공연장은 다시 함성 소리로 채워진다. 정말로 어마 어마한 함성이었다. <록키호러쇼>의 주인공 외계인 프랑큰 퍼터는 잠시 감격하는 듯 하더니 이내 능숙하게 환호를 계속 이끌어냈다. 그러자 1층, 2층, 왼쪽, 오른쪽 구석 구석 모조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록키호러쇼> 커튼콜은 단순한 환호를 넘어 관객 스스로 신나서 지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렇게 길었던 환호가 끝나면 배우와 관객들은 본격적으로 '놀기'에 돌입한다. 공연 중 관객들을 일으켜 춤을 추게 만들었던 노래 'The Time Warp'에 맞춰 한 번 더 춤을 춘다. 오프닝 곡 'Science Fiction'도 본 공연보다 훨씬 빠른 비트로 연주된다. 그러면 관객들은 모두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도 추고 제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며 신나는 커튼콜을 즐긴다.

 
 프랑큰 퍼터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다.

프랑큰 퍼터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다. ⓒ 알앤디웍스

 
<록키호러쇼> 커튼콜의 매력은 '본격적으로 노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로 즐겼던 관객들에게 주어진 함께 즐길 시간. 소리 지르고 뛰면서 커튼콜을 보내다 극장을 나오면 내가 공연을 본건지 공연을 한건 지 헷갈릴 정도로 목도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집에 가는 발걸음은 아주 가볍고 기쁘다. 공연 자체도 화끈하고 신나지만 커튼콜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낸 것만으로도 <록키호러쇼>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신나는 노래가 나오고 같이 춤을 추는 커튼콜이라도 <록키호러쇼>처럼 관객들이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즐기는 공연은 흔치 않다. 그렇다면 <록키호러쇼>의 어떤 점들 때문에 사람들이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록키호러쇼>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팬텀'
 
<록키호러쇼>에는 '팬텀'이라 불리는 앙상블 배우들이 있다. 매 장면마다 몸으로 동물 박제, 시계 등 괴기스러운 소품을 표현하고 장면 곳곳에서 깨알 연기를 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이 팬텀들을 공연 전 극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남자 팬텀들은 로비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관객들과 사진도 찍어주고 몰래 관객 옆으로 다가가 깜짝 놀라게도 한다. 여자 팬텀들은 공연장 객석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면서 타임워프 댄스를 알려준다. 과감하게 파이고 딱 붙는 검은색 의상에 기괴한 얼굴 분장까지 한 팬텀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팬텀들이 공연 전부터 작품의 분위기를 몸소 만들어가니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더 빨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비가 내리는 공연장?
 
공연장에서 혼자 환호하고 춤추는 건 아주 민망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주변에 있는 관객들이 같이 한다면 더 없이 즐거운 일일 것이다. <록키호러쇼>는 관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콜백((call back)'은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야유, 환호, 같이 춤추기, 대사 따라 하기 등이 있다. <록키호러쇼>는 소품을 활용한 콜백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프랑큰 퍼터가 고무장갑을 튕길 때면 관객들도 함께 고무장갑을 착용한 뒤 튕기고, 인조 인간 록키가 탄생하는 날에는 함께 블로우 아웃을 불며 축하도 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관객들이 다 같이 신문지를 뒤집어 쓰고 비를 피하는 장면이다. 극 중 브래드와 자넷은 폭우를 만나 신문을 덮고 걸어가는데 이 때 객석에도 비가 내린다. 팬텀들이 커다란 물통을 매고와 객석 구석 구석 골고루 뿌려준다. 대극장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일제히 신문을 들고 비를 피하는 장면은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공연 중에 비를 뿌리는 공연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좀 더 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공연 도중 일어나서 춤추는 뮤지컬
 
 프랑큰 퍼터의 성에서 외계인들과 인간 커플 자넷과 브래드가 타임워프 댄스를 추고 있다.

프랑큰 퍼터의 성에서 외계인들과 인간 커플 자넷과 브래드가 타임워프 댄스를 추고 있다. ⓒ 알앤디웍스

 
<록키호러쇼>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타임워프댄스'다. 극 중 외계인들의 성에 도착한 자넷과 브래드 커플 앞에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댄스 타임. 외계인들은 손을 들었다 다리를 모으고 점프를 하는 등 이상한 동작들을 선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그 춤을 관객들까지 일어서서 추고 있다. '타임워프'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능숙하게 관객들을 일으키는 외계인을 따라 팔을 높이 뻗어보면 자연스레 공연에 빠져든다.
 
게다가 커튼콜 때만 되면 프랑큰 퍼터들이 "타임워프댄스를 전 국민이 추는 그날까지"라며 <록키호러쇼> 영업 의지를 불태운다. 그만큼 타임워프댄스가 솔직하고 신나는 <록키호러쇼>를 상징하는 것이지 않을까.
 
Touch Me!
 
Touch-A Touch-A Touch Me! 록키를 유혹하는 자넷의 노래는 화끈하다. 이처럼 19금 공연답게 <록키호러쇼> 넘버들의 가사는 발칙하다. 그런데 민망함도 잠시 어느 순간 흥얼거리게 된다. 과감한 가사와 신나는 멜로디가 공연을 즐기는데 큰 몫을 한다. 강렬한 롹앤롤 리듬을 타며 나타나는 배달부 에디가 'Hot Patootie'를 부르며 등장할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한다.
 
<록키호러쇼> 넘버들은 '신남' 그 자체다. 롹앤롤부터 펑크록까지 전 곡을 일어서서 즐기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이 어마어마하게 중독적인 넘버들을 만들어낸 건 뮤지컬 <록키호러쇼>의 제작자이자 영화 <록키호러픽쳐쇼>에서는 직접 프랑큰 퍼터의 하인 리프라프 역을 맡은 리처드 오브 라이언이다. 세계적으로 탄탄한 록키호러쇼 매니아들을 만들어 낸 건 이 섹시하고 신나는 노래들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프랑큰 퍼터가 인조인간 록키의 탄생을 아리고 있다.

프랑큰 퍼터가 인조인간 록키의 탄생을 아리고 있다. ⓒ 알앤디웍스

 
<록키호러쇼>는 재관람을 계속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관람하는 사람들은 신나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처음 오는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 이게 뭐지 이 공연은 이렇게 즐기면 되는 건가?'하면서 함께 빠져든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잘 노는 사람들이 많았던가 싶었다. 프랑큰 퍼터가 처음 등장할 때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던 관객들, 타임워프 노래가 나오자마자 일어날 준비를 하며 들썩거리는 관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록키호러쇼 뮤지컬록키호러쇼 마이클리 송용진 조형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