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아래 ACL) 우승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가 또 한번의 험난한 도전에 나선다. 전북은 19일 오후 7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ACL 8강 2차전에서 한편의 드라마를 작성해야 4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지난 16강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과의 경기에서도 힘겨운 승부 끝에 8강에 올랐던 전북이지만 그때와는 난이도가 확연히 다르다. 당시에는 1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곤 하지만 원정경기인 데다 원정에서 2골이나 기록하고 돌아왔고,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던 전북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1차전 홈경기를 허무하게 0-3 완패를 기록한 전북이었기에 원정에서 3골을 넣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만약 실점을 허용한다면 전북에게 필요한 득점은 더욱 늘어나기에 실점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그야말로 절박한 상황이다.

1차전 전북의 패배 요인은 지난 여름 팀을 떠난 에이스 이재성의 공백도 있었지만 수비수인 홍정호의 부상과 송범근, 김민재의 아시안게임 차출 등이 겹치면서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리지 못한 탓이 컸다. 이러다 보니 후반전 급격하게 찾아온 체력 저하로 인해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고, 사리치가 포진한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면서 허무하게 패한 것이었다.

90분 승부가 남아있다곤 하지만 3골차의 점수차와 원정경기라는 점은 전북에게 부담스럽다. 다만 그래도 최근 전북의 흐름을 봤을 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수원과의 2차전이다.
 
이동국 '골'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8.4.29

지난 4월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공격진의 가공할 만한 득점이 터져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공교롭게 수원과의 ACL 1차전에서 0-3 패배를 기록한 이후 2일 펼쳐진 경남과의 K리그 1 27라운드 경기와 지난 1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8라운드 경기에서 각각 3-0과 4-0의 점수 차로 승리했다. 최근 팀 득점이 2경기 7골로 공격진의 파괴력이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아드리아노, 로페즈, 이동국을 비롯해 한교원, 정혁, 손준호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을 터뜨리고 있어서 전북 공격진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차출이 겹치면서 불안했던 수비진은 최근 2경기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찾는 모습이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에 차출돼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송범근과 김민재가 합류하면서 뒷문이 안정됐다. 전북은 1차전과는 확연히 전력면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또한 수원의 최근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또한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25일 경남과의 경기를 끝으로 사퇴한 서정원 감독의 후임으로 이병근 감독대행이 부임했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4-4-2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바탕으로 전북과의 ACL 1차전을 3-0으로 승리하며 한껏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첫 골 넣은 데얀, 겸손한 세리머니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크 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 첫 골을 넣은 수원 데얀이 손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크 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 첫 골을 넣은 수원 데얀이 손을 모으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후 수원은 대구-제주-인천으로 이어지는 리그 경기에서 2무 1패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특히 대구와의 원정 경기 2-4 패배로 좋았던 팀 분위기가 주춤했고, 이후 두 경기 모두 0-0 무승부에 그치며 좋았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북 현대, 'Again 2006'-'Again 2015' 사이의 갈림길

이쯤 되면 전북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대목은 2006년 ACL에서의 우승 과정이다. 그때와 비교를 해본다면 올시즌 ACL 조별리그에선 5승 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는 점은 차이가 있지만 토너먼트에서의 모습은 당시와 흡사하다.

당시 8강전 상하이 선화와의 경기에서 1차전을 0-1로 패한 전북은 2차전 홈경기에서 4-2의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4강 상대는 당시 '아시아의 깡패'로 명성을 날린 울산 현대와의 경기로, 1차전 홈경기를 2-3으로 패한 전북은 원정골을 3골이나 헌납해 2골차의 승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어진 2차전 원정경기에서 전북은 최진철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정종관, 임유환, 이광현의 골을 터뜨렸다. 당시 이천수가 만회골을 터뜨린 울산을 4-1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결승에서 시리아의 알 카라마를 물리치고 우승을 달성했다. 전북으로선 당시 울산과의 4강전 극적인 대역전승의 기억을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전북이 2차전에서 드라마를 쓰지 못한다면 지난 2015년과 같은 양상으로 시즌을 마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5시즌 공격진에 에두를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했던 전북은 전반기 리그 1강 체재를 굳혀가는 데다 ACL에서도 8강에 진출하며 상승세를 타 ACL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그 해 여름 전반기에 11골을 터뜨리며 공격진의 핵심이었던 에두가 중국리그로 이적하며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여기에 대체자로 영입된 선수들의 부진으로 전력이 약화된 전북은 후반기 매경기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리그에선 그동안 벌어놓은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ACL 무대에선 8강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을 상대로 2차전 충격의 2-3 역전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거의 흡사하다. 당시에도 에두의 이적 이후 전력이 약해졌던 전북이었는데 현재의 전북은 팀의 에이스인 이재성이 지난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2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후 이재성의 공백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대표팀 차출과 선수들의 부상 등도 있었지만 이재성이 빠진 전북은 이전처럼 폭넓게 움직이며 생동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전북은 8월 한달 동안 승리와 패배를 오가는 '퐁당퐁당' 성적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성적 역시 리그에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FA컵에서 조기탈락했다는 점도 2015년과 유사하다. 만약 여기서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지난 2015년과 마찬가지로 리그만 우승한 채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전북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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