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보다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안고 있었던 고민이었고,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원투펀치가 중심을 잡아주기 시작했고, 5선발로 시즌을 출발한 투수는 2~3선발급 활약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 선발진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4선발과 5선발까지 안정감을 찾으면서 마지막 퍼즐조각이 맞춰졌다.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실시되는 선두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두산은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시즌 82승째를 기록했다. 동시에 선발로 등판했던 유희관은 시즌 9승째를 수확하며 올시즌 처음으로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8월까지 부진에 빠졌던 유희관 개인에게도, 매직넘버를 하루라도 빨리 줄이고 싶은 팀으로서도 반가운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같은 날 2위 SK 와이번스가 패배하면서 매직넘버가 '8'로 줄어들었다.

나란히 다승 부문 1, 2위에 이름을 올린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은 이미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약 한 달간 자리를 비웠던 이용찬도 전반기에 10승을 채우는 데에 성공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세 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로 거듭난 유희관은 1승만 더 추가하면 구단 역사상 최초로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투수가 된다. 5선발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영하도 구원승을 포함해 10승 달성까지 2승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 선발 유희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두산 선발 유희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그 최강의 1~3선발, 단기전 최고의 무기

누가 뭐래도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한 팀은 두산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두 투수가 합작한 승수만 32승에 달한다. 다승왕이 유력한 후랭코프는 내친김에 20승까지 바라본다. 2승을 더 기록할 경우 두산에서 2016년 니퍼트(現 KT, 22승) 이후 2년 만에 20승 투수가 나오는 셈이다. 7월 들어 5경기 3승 2패 ERA 7.50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8월 14일 SK전 이후 최근 3연승 행진 중이다. 오는 18일 고척 넥센전에서 시즌 19승 도전에 나선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후랭코프의 선발 등판 시 타선의 득점 지원은 7.55점으로 김원중(롯데, 8.16점)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지원받았다. 타자들 덕분에 투구 내용이 좋지 않은 날에도 패전을 면한 적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10개 구단 중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야수진이 후랭코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야수들이 단기전을 경험한 만큼 한국시리즈에서도 야수들만 믿고 던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선발' 린드블럼은 득점 지원과 관계없이 선발 등판 때마다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올 시즌 25경기 14승 4패 ERA 2.93으로, 평균자책점이 3점대 미만인 선발 투수는 리그에서 린드블럼이 유일하다. 이미 2015년~201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실력을 검증받았지만, 넓은 잠실구장의 특성과 탄탄한 야수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더해지면서 그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직전 등판인 9일 SK 와이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조기강판됐으나 팀은 여전히 린드블럼을 믿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선발은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두산 선발 이용찬이 역투하고 있다. 2018.8.1

지난 8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두산 선발 이용찬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용찬은 선발 전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상 전까지 3경기 동안 19이닝 3승 ERA 2.37을 기록, 전망을 밝게 했다. 긴 이닝 소화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가 꽤 길었지만, 복귀 이후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5월 4경기(선발 3경기) 3승 ERA 1.23으로 좌완 선발 장원준과 유희관의 부진 속에서도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달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미들맨으로 활약하며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끌었다.

대표팀에 차출된 일부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후유증으로 고생했으나 이용찬은 9월 2경기에 등판해 모두 6이닝을 소화하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단기전에서도 3선발로 나서더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다른 팀들을 둘러보면 이만한 3선발을 찾기 어렵다. 2년 전, NC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던 이용찬은 가장 화려한 가을을 꿈꾸고 있다.

유희관-이영하의 호투, 완벽한 통합 우승 위해 꼭 필요하다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정규시즌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하려면 5선발, 적어도 4선발까지는 제대로 갖춰야 한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간절한 SK도 켈리-산체스-박종훈-문승원-김광현으로 이어지는 5선발이 큰 부상이나 부진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했기 때문에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단기전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 명의 선발 투수만으로도 시리즈를 버티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팀은 확실한 3선발만 있어도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다.

'판타스틱4'로 한국시리즈를 단 4경기 만에 끝냈던 2016년보다 선발진의 무게감은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실점을 떠나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버거워 보였던 유희관이 정상궤도에 진입해 한시름을 덜었다. 6월까지 단 2승에 그쳤던 유희관은 7월 이후에만 7승을 기록하며 10승 고지를 밟을 것이 유력해졌다. 좌완 선발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희관이 4선발로 활약해준다면 두산으로선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자, 간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자, 간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이영하도 팀에 큰 보탬이 됐다. 8월 이후 선발로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1패 ERA 4.05로 장원준의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5선발이 필요하지 않은 한국시리즈에서는 미들맨으로써 불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4선발이 시리즈 내내 호투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선발 투수가 길게 던지지 못하고 내려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1+1'로 이영하가 마운드를 이어받을 수 있다. 어쩌면 정규시즌보다 한국시리즈에서 그의 역할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2년 전처럼 완벽한 우승을 재현하려는 두산에게 마지막 퍼즐조각과 같은 존재다. 두 투수마저 잘 던진다면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든 두려울 게 없다. 가을야구가 익숙하고, 단기전을 가장 잘 아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청신호가 켜진 선발진을 바탕으로 올 가을 가장 높은 곳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이미 두산의 가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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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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