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6연패의 늪에 빠지며 4년 연속 최하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위즈는 1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얻어 맞으며 5-7로 패했다. 지난 12일 NC 다이노스와 자리를 맞바꾸며 최하위로 추락한 KT는 7연승을 달리고 있는 NC와의 승차가 2.5경기 차이로 벌어졌다(50승2무72패).

KT의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는 5이닝 3자책을 기록했지만 황재균의 실책이 나온 3회와 4회 대량 실점을 하면서 시즌 7번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수원구장을 찾은 KT팬들은 6연패의 우울 속에서도 한 가지 뿌듯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KT가 자랑하는 '천재' 강백호가 역대 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22개)을 세운 것이다.
 
kt 강백호, 솔로 홈런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상황 kt 강백호가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kt 강백호, 솔로 홈런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초 2사 상황 kt 강백호가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김재현-김태균 이후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고졸 거포형 야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위 '특급 유망주'라 불리던 선수들은 대학 무대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투수 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염종석이나 정민철 같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야수 쪽에서는 우수한 고졸 신인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고졸 신인 야수는 곧바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이 고정관념을 깼던 선수가 바로 '캐넌히터' 김재현이었다.

신일고 시절부터 배명고의 김동주와 함께 '좌재현 우동주'로 불리며 고교 야구계를 주름잡는 강타자였던 김재현은 연세대 입학을 포기하고 LG트윈스와 계약하며 프로에 직행했다. 입단 첫 해부터 LG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한 김재현은 타율 .289 21홈런80타점81득점21도루를 기록하며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김재현의 성공을 시작으로 이승엽, 손지환, 정성훈(KIA 타이거즈),이진영(KT) 등 프로에 직행하는 고졸 야수 유망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재현 이후 최고의 성공사례를 만든 고졸신인은 2001년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천안 북일고의 내야수 김태균이었다. 김태균 역시 여느 신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타자였던 김태균에게 '프로적응기간'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김태균은 루키 시즌 1군에서 단 88경기만 출전하고도 타율 .335 20홈런54타점으로 대활약했다. 김재현에 이어 통산 2번째로 20홈런 고지를 밟은 고졸 신인에 등극한 김태균은 박한이(삼성)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김태균은 한화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고 이후 KBO리그에는 김재현과 김태균의 아성을 넘보는 걸출한 고졸 신인 타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작년 시즌 역대 신인 최다 안타(179개), 최다득점(111개) 신기록을 세운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역시 '역대급 고졸 신인타자'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정후는 장타보다는 짧은 스윙으로 많은 안타를 만들어내는 교타자 유형으로 작년 시즌 전경기에 출전하고도 홈런은 단 2개 밖에 치지 못했다. 훗날 구자욱처럼 중장거리포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장타자로는 완전히 여물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 친 강백호, 아직 성장 중이라 더 무섭다

서울고를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된 '초고교급 선수' 강백호는 투타에 모두 능한 소위 '이도류 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KT의 코칭스태프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투수로서의 재능보다는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강백호의 타격 능력을 주목했다. 강백호 역시 마무리 훈련에서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외야수 훈련에 집중했다.

만약 강백호가 서울 연고의 두산 베어스나 LG, 넥센 등에 지명을 받았다면 스프링캠프에서 선배들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생구단 KT에서는 강백호를 NC의 나성범처럼 팀의 간판스타로 키우기로 결심했고 강백호를 시즌 초반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강백호는 KBO리그 최초로 개막전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낸 고졸신인으로 등극했다.

이후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강백호는 고졸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활약으로 프로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월간 타율이 낮았던 4월(.264)과 7월(.241)에는 각각 5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뽐냈고 5월과 6월에는 .320 이상의 월간 타율로 KT의 공격을 이끌었다. 김진욱 감독은 경험이 필요한 강백호가 한 타석이라도 더 설 수 있도록 주로 1번과 2번 타순에  배치했다. 

KT의 '프랜차이즈 스타 만들기 대작전'은 헛되지 않았다. 8월15일 NC전에서 김재현, 김태균에 이어 역대 3번째로 20홈런을 때린 고졸 신인에 등극한 강백호는 15일 삼성전에서 6회 백정현을 상대로 시즌 22호 홈런을 터트렸다. 김재현의 21홈런을 뛰어넘는 역대 고졸신인 최다홈런 신기록이다. 올해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던 삼성을 상대로 홈런을 친 강백호는 데뷔 첫 해 전 구단 상대 홈런 기록도 만들었다.

올해 KBO리그에는 강백호 외에도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정은원(한화) 같은 고졸 신인들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올 시즌 1군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강백호가 유일하다. 동기들이 1군 진입과 생존을 위해 발버둥칠 때 이미 KBO리그의 역사를 쓰며 차원이 다른 루키시즌을 보낸 강백호가 훗날 얼마나 대단한 타자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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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강백호 고졸신인 최다홈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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