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황희찬 '내가 왜 이러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내내 김학범호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초 '인맥 발탁'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갓의조'로 거듭났다. 이후 황희찬에게로 비난의 타깃이 옮겨간 모양새다. 김학범호는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라 아시안게임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황희찬을 바라보는 팬들의 여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황희찬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축구의 미래'로 꼽히던 유망주였다.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 1부 리그에서 주전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은 데 이어, 국가대표까지 승선해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라는 월드컵 무대까지 밟았다. 비록 월드컵에서는 큰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손흥민-이승우 등 A 대표팀 동료들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이번 아시안게임은 황희찬의 진가를 보여줄 좋은 기회로 보였다.

우즈벡전서 PK 성공 후 세리머니 선보인 황희찬

황희찬 결승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황희찬 결승골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패널티킥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황희찬은 정작 이번 대회 내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며 경기 외적으로 더 주목받는 신세가 됐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충격의 1-2 패배를 당한 직후 상대 선수와의 악수를 거부하고 홀로 그라운드를 떠나버린 것이 사건사고의 시작이었다. 황희찬은 승리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감정적인 행동으로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논란을 자초한 셈이었다. 황희찬은 이 사건으로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황희찬의 기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경기인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무리한 개인기를 시도한 모습이 도마에 올랐다. 16강 진출이 좌우되는 중요한 경기였고 팀이 어려운 한 골 차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비난이 집중됐다. 결정타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었다. 황희찬은 3-3으로 양팀이 팽팽하게 맞선 연장전 막판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황희찬은 스스로 페널티킥 키커를 자원할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득점을 성공시킨 이후 펼친 세리머니였다. 황희찬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유니폼을 벗어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를 보이도록 관중석을 향하여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마치 그동안 자신을 비난한 사람들을 향하여 보내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행동이었다.

사실 이날 우즈벡전에서 황희찬은 PK를 기록하기 전까지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냉정히 말하면 페널티킥도 팀 동료인 황의조가 차린 밥상이었다. 그런데도 PK를 성공시키자마자 선보인 세리머니는 팀 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분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자신을 위해 PK를 만들어준 동료들이나 경기 내내 뜨거운 성원을 보여준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경기, 황희찬에게 기대하는 건

황희찬 골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여섯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황희찬 골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여섯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행히 베트남과의 준결승전에서는 별다른 돌출 행동은 없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올리지못했지만 황희찬의 활약도 이전 경기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특히 3-0으로 점수차가 벌어지고 황의조와 손흥민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잇달아 교체된 이후에는, 다시 황희찬의 약점이 드러났다. 자신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인지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가 볼을 놓치거나, 경기 내내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나 수비가담에 소홀해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내주는 모습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공격수라면 개성과 자존심도 필요하다. 황희찬이 이번 대회에서 비록 많은 골은 넣지 못했어도 매 경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던 선수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 없다.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보다는 자신이 돋보이는 데 더 급급한 선수는 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학범호는 토요일 한일전에서 승리하면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심지어 병역헤택이라는 달콤한 과실도 기다린다. 하지만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황희찬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한 이미지가 한동안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게 될 가능성도 높다.

황희찬은 바로 지금 옆에서 뛰고있는 선배 손흥민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의 슈퍼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손흥민이지만 이번 대회 내내 자신의 주역이 되기보다 기꺼이 동료들을 돋보이게 하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골을 넣지 않아도 손흥민의 거대감은 존재감은 김학범호에서 대체불가한 기둥과도 같다.

진정한 스타는 팀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굳이 화려한 발재간을 부리거나 유니폼을 흔들며 자기 이름을 과시하지 않아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는 동료들도 팬들도 알아서 존중한다. 어쩌면 황희찬에게 지금 금메달보다도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내면의 성숙이 아닐까. 대회 내내 마음고생이 심했던 황희찬이 마지막 경기에서만큼은 실력과 매너 모두 팬들의 존중을 받을만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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