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김학범 감독 '목 타네'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 2연패를 향한 본격적인 진검승부에 돌입한다. 첫 관문은 아시아 무대에서 여러 차례 한국축구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난적 이란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 9시 30분(한국 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을 펼친다.

이란은 전력 차를 떠나 늘 한국에게 힘겨운 상대였다. 한국축구는 A대표팀이 이란에 9승 8무 13패, 역대 아시안게임 전적은 3승 2무 4패로 모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아시안게임에서 2002년 부산 대회 준결승(승부차기 2-4)과 2006년 도하 대회 3, 4위전(0-1)에서 모두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 있다. 하지만 2010 광저우 대회 3, 4위전에서는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한국이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란과의 16강전, 불안한 이유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도 이란을 상대로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손흥민이 A대표팀이 발탁된 이후 이란과 총 6번 맞대결을 펼쳤으나 1승 1무 4패에 그쳤다. 유일한 승리는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거둔 1-0 승리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대기했으나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이 경기가 한국이 현재까지 최근 A팀과 U-23팀을 통틀어 이란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남아있다.

손흥민이 나선 경기로만 국한하면 한국은 이란에 1무 4패로 철저하게 밀렸고 득점도 아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비록 A매치가 아닌 아시안게임이지만 무승-무득점 징크스를 이제는 한번쯤 깨야하는 이유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주장 완장까지 차고 나서는 만큼 책임감이 더 무겁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 나서는 이란은 최정예 멤버는 아니다. 아시안게임 연령대(23세 이하)보다 어린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2년뒤인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하여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22세 이상의 선수는 주전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지라니 한 명 뿐이고 와일드카드도 뽑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국제 경험은 부족하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고 서아시아 특유의 탄탄한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아시안게임만 놓고보면 4회 우승으로 이란은 한국과 함께 최다 우승국이기도 하다. 징병제가 있는 이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비록 최정예가 아니더라도 이번 대회에서 나서는 이란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한국 이상으로 충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란은 F조에서 1승 1무 1패로 득실 차에서 앞서 조 1위를 차지했다. 미얀마와의 최종전에서 0-2로 지기는 했지만 한국과의 16강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고의 패배' 의혹까지 나왔을 만큼 실제 전력을 다 보여줬다고 하기는 어렵다. 앞선 사우디-북한과의 대결에서는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준 것이 이란의 진짜 모습에 가깝다.

앞으로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수비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과 대화하고 있다. 2018.8.20

2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과 대화하고 있다. 2018.8.20 ⓒ 연합뉴스


당연히 조 1위를 예상했던 한국은 반둥쇼크(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인해 2위로 밀려나게 되면서 토너먼트 대진표가 완전히 꼬여버렸다. 베트남 혹은 일본과의 대결을 예상했던 한국은 이란을 제대로 분석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게 걱정거리다.

현재로서 김학범호는 손흥민 등 일부 주축 선수들의 활약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서 약체 말레이시아에 패한 데 이어,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간신히 승리를 했지만 졸전을 면치 못하여 다소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 대표팀 수비의 핵심이던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에 나설 수 없어 이란전을 앞두고 부담감이 커졌다.

조별리그에서 성급하고 무리한 로테이션의 부작용으로 결과와 내용을 모두 놓친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계산과 달리 어쩔 수 없이 주축선수들을 대거 기용해야한 데다 그나마 이기고도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선수단의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짓고 미얀마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패배를 감수하며 로테이션을 가동한 이란은, 체력적인 면에서는 한국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자칫 승부가 연장전으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설사 이란을 이기더라도 앞으로의 일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졸전에 대한 실망감으로 몇몇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이 높아진 것도 팀분위기가 위축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너먼트가 한 골 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는 수비가 승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던 2014년 인천 대회에서도 이광종호는 공격은 다소 저조했지만 전경기 무실점으로 버틴 수비의 힘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학범호는 김민재가 빠진 이란전에서 황현수, 조유민, 정태욱같은 중앙수비 자원들이 빈 자리를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다. 선수구성상 전문 수비형 풀백이 없는 김학범호의 불안요소를 고려할 때 수비라인 안정을 위하여 포백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을지도 변수다. 2002년처럼 승부차기까지 가는 상황도 고려하면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과 수비조율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공격진은 이제는 베스트 라인업을 찾아야한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황의조 등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는 많지만 조별리그 내내 아직까지 최상의 조합을 구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에이스 손흥민에 대한 집중견제가 불을 보듯 뻔한만큼 기회가 나면 다른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국제대회 우승은 선수 한두 명의 힘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진다. 한발만 미끄러지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있는 김학범호이지만,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럴 때일수록 팀의 집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김학범호가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나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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