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통산 2번째 우승으로 끝난 후 전 세계 축구팬들을 가장 들썩이게 한 '빅뉴스'는 역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벤투스FC 이적이었다. 2009년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9번의 시즌 동안 438경기에서 무려 450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2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호날두는 개인적으로도 R.마드리드 이적 후 4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축구의 신'으로 이름을 날렸다.

호날두는 R.마드리드 '갈락티코 2기'의 중심이었다. R.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중심으로 카카, 사비 알론소, 루카 모드리치, 메수트 외질(아스날), 앙헬 디마리아(파리 생제르맹),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토니 크로스 등 슈퍼스타들을 차례로 영입하며 화려하다 못해 호화로운 선수단을 구축했다. 덕분에 R.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3회 연속 우승 등 현대 축구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엄청난 업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 R.마드리드에 호날두는 없다. 출전 경기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21세기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인 호날두를 대체할 선수는 현 시점에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R.마드리드의 선수단에는 여전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하고 이들 중 누군가는 호날두를 대신해 R. 마드리드의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극강의 왼발을 가진 가레스 베일은 '포스트 호날두' 시대를 이끌어갈 1순위 후보로 꼽힌다.

토트넘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거물로 성장한 '극강의 왼발' 베일

 베일은 2013년 여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R.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베일은 2013년 여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R.마드리드로 이적했다. ⓒ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서 태어난 베일은 지역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해 1999년 사우샘프턴FC의 유소년팀으로 이적했다. 2006년 4월 만 16세의 나이에 1군 데뷔전을 치른 베일은 2006-2007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활약하며 45경기에서 5골12도움으로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베일의 당시 포지션은 왼발 프리킥과 공격가담에 능한 좌측 풀백이었다.

2007년 5월 토트넘 핫스퍼FC로 이적한 베일은 2007-2008 시즌 리그 8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발목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분데스리가로 떠난 이영표의 등번호(3번)을 물려 받은 2008-2009 시즌에는 베일이 출전한 24경기에서 토트넘이 무승에 그치면서 최고의 기대주에서 '계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베일은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끝낸 2009-2010 시즌 3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0-2011 시즌 본격적으로 윙어로 변신한 베일은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득점(11골)을 올리며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측면 공격수로 떠올랐다. 특히 베일이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챔피언스리그 인터밀란전은 베일의 대표적인 '인생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세계 최고의 우측 풀백으로 꼽히던 마이콘은 베일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리 세 골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했다.

2011-2012 시즌 지금은 R.마드리드의 동료가 된 모드리치와 함께 토트넘의 핵심선수로 활약한 베일은 43경기에서 12골14도움으로 더블더블 시즌을 보내며 '월드클래스 윙어'로 거듭났다.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된 2012-2013 시즌 베일은 득점에 치중하면서 리그에서만 21골을 기록, 로빈 판 페르시(페예노르트)와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 같은 쟁쟁한 스트라이커들에 이어 EPL 득점 랭킹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5~6위권을 맴도는 중상위권 팀이었던 토트넘은 세계적인 윙어로 성장하며 야망이 커진 베일을 감당하기엔 너무 작은(?) 클럽이었다. 때 마침 2013년 여름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영입했고 2012-2013 시즌 무관에 그친 R.마드리드에서는 베일을 데려오며 '맞불'을 놓았다. 훗날 FC바르셀로나의 MSN(리오넬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에 대적했던 R.마드리드의 'BBC라인(베일, 카림 밴제마, 호날두)'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결승전에 유난히 강한 빅게임 플레이어 베일, R.마드리드 이끌까

 부상이 너무 잦다는 점만 빼면 베일은 호날두가 빠진 R.마드리드의 새 에이스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기량을 갖췄다.

부상이 너무 잦다는 점만 빼면 베일은 호날두가 빠진 R.마드리드의 새 에이스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기량을 갖췄다. ⓒ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베일은 이적 첫 시즌 44경기에 출전해 22골16도움을 기록하며 스페인에서의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특히 엘 클라시코로 치러진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벗겨내는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짜릿한 결승골을 터트렸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연장 후반 헤더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R.마드리드에게 2번의 우승을 가져다 준 연속 결승골을 통해 베일은 축구팬들에게 '결승전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2015시즌 48경기 17골10도움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베일은 2015-2016 시즌 잔부상 속에서도 31경기에서 19골12도움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베일은 2016-2017 시즌 다시 잔부상에 시달리며 27경기에서 9골3도움으로 부진했고 대체자 역할을 한 이스코가 맹활약하면서 시즌이 끝난 후 이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호날두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쌍포로 활약할 거라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베일은 2017-2018 시즌 39경기에서 21골6도움을 기록하며 44경기 44골의 호날두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기록했다. 특히 '결승전의 사나이'답게 리버풀FC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교체 선수로 들어와 후반18분 그림 같은 바이시클킥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베일은 이어 후반 38분 페널티 지역 오른쪽 근방에서 때린 중거리슛이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의 실수로 골로 연결되면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R.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끈 베일의 원맨쇼였다.

호날두가 떠나며 외로운 처지가 된 베일은 지난 5일(한국시각) 호날두의 새로운 팀 유벤투스와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경기에서 R.마드리드의 새로운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호날두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베일은 전반 38분 페널티 지역 중앙으로 흘러 가는 공을 자신의 주무기인 왼발 슈팅으로 유벤투스의 골문을 열었다. 베일의 골로 동점을 만든 R.마드리드는 이어진 마르코 아센시오의 멀티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호날두가 떠난 R.마드리드는 30대에 접어든 벤제마의 폼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고 스페인 유망주 보르하 마요랄의 기량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큰 경기에 유난히 강하고 뛰어난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두루 갖춘 베일의 활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베일이 호날두의 조력자를 넘어 R.마드리드의 에이스로 공격을 진두지휘한다면 여전히 호화라인업을 자랑하는 R.마드리드는 다가올 시즌에도 유럽의 강호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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