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다이(왼쪽)와 나나는 임신을 위해 불임치료에 나선다.

이가라시 다이(왼쪽)와 나나는 임신을 위해 불임치료에 나선다. ⓒ 후지TV


"1년 이상 피임하지 않고 관계를 가져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검사해 볼 필요도 없이 불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가라시 나나(후카타 교코) 이가라시 다이(마츠야마 켄이치) 부부는 불임치료 클리닉에 방문했다가 의사가 말한 이야기에 깜짝 놀란다. 임신을 원했던 나나·다이 커플은 예정하지 않은 불임치료를 시작한다. 일본드라마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는 의료기관에서 제작한 특별 드라마 같다. 아내의 배란일을 예측해서 부부가 성관계를 맺는 '타이밍법',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질 초음파 검사, 정액 검사 장면이 간접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는 올해 1분기 <후지TV>에서 방영하고 국내 <채널J>를 통해 국내를 찾았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이 드라마를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를 '불임클리닉'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작품은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라시 커플을 포함해 공동 주택에 사는 다른 형태의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과 이혼남 커플(치히로·료지), 자식 교육열이 높은 아내와 실업자 남편 부부(미유키·신이치), 성소수자 남성 커플(와타루·사쿠)이다. 이들 가족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의 편견과 시선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해야 될 점은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가족사를 일상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개인 혹은 가족이 안고 살아가는 문제는 알고 보면 이웃의 문제다. 결국 나만 '특별히'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다. 불임치료, 성소수자, 전처의 아들을 데리고 온 이혼남, 실업자 남편은 일본 사회에서는 보통 차갑게 인식될 때가 있다. 부끄러워서 말하기 꺼려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임신을 못했다는 이유,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 이혼을 했다는 이유,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도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남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점. 이것이 사회 한 구석에 존재하는 편견과 시선이다.

 사쿠(왼쪽)와 와타루는 동성 커플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사랑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사쿠(왼쪽)와 와타루는 동성 커플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사랑을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 후지TV


시선에 의한 피해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나나는 병원 스케줄 때문에 직장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지만 불임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와타루가 성소수자였다는 사실을 안 치히로는 그에게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게 없다"고 발끈한다. 치히로는 아이 낳을 계획이 없다는 미유키에게 "아이를 낳아야 여자의 몫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중에 임신을 한 나나가 직장에 스케줄 조정을 요청하자 동료들이 불평을 하기도 한다.

편견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그렇게 형성된 가치관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경험의 유무도 있다. 드라마의 대사를 빌리자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시선과 편견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격차는 줄일 수 있다.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 가족들의 속사정을 알게 되고 조금씩 이해한다. 이 드라마의 등장하는 공동 주택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1층 중앙의 마당을 지나가야 한다. 자주 마주치다보니 서로의 일상을 더 접하게 된다.

자주 마주칠수록 소통은 늘어나는 법이다. 감추는 것이 답은 아니다. 가족끼리만 고민했다면, 이제는 함께 고민해주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 그렇게 연대하고 유대감이 생긴다.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렇게 차갑던 사회의 시선은 따뜻하게 바뀔 수 있다. 좀 더 사회가 건강하게 되는 길이다.


이웃집 가족은 푸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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