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올 시즌 11연승을 포함해 지난해 9월부터 LG전 13연승을 질주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5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번 3연전 내내 LG보다 많은 안타를 때린 경기가 없었지만 뛰어난 응집력을 발휘하면서 LG와의 시리즈 4연속 스윕을 달성하며 2위 그룹과의 승차를 다시 10경기로 벌렸다(68승34패).

사실 이날 두산은 선발 투수도 경험이 적은 프로 3년 차의 이영하였고 양의지, 허경민 등 주전 몇 명이 휴식을 위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건우와 오재일 역시 각각 옆구리 통증과 발목 타박상으로 초,중반에 교체 아웃됐다. 그럼에도 두산은 연패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 LG에게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허경민 대신 1번 3루수로 출루해 5번 모두 출루하며 3안타1타점2득점을 폭발시킨 '슈퍼 백업' 류지혁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전역 후 두산 내야의 유틸리티 내야수로 자리 잡은 류지혁

충암고 시절 주장과 유격수를 맡으며 고교무대에서 뛰어난 수비 실력을 자랑하던 류지혁은 2011년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청소년 대표에 선발됐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구자욱(삼성)을 비롯해 박민우, 이민호(이상 NC다이노스), 한현희(넥센 히어로즈), 하주석(한화 이글스) 등 당시의 대표팀 멤버 상당수는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스타플레이어로 군림하고 있다.

2012년 충암고의 에이스였던 변진수와 함께 두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류지혁은 손시헌,김재호, 오재원 등 쟁쟁한 내야수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1군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2년 6월 프로 데뷔 2번째 경기에서 대수비로 출전했다가 1군 첫 안타를 때려 냈지만 류지혁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다. 결국 류지혁은 두산에 입단하는 대부분의 유망주들이 그렇듯 입단 1년 만에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류지혁은 2015년 후반기 1군에 합류해 14경기에서 대주자 및 대수비로 활약했지만 타석에서는 5타수 1안타 3삼진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류지혁은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선배들이 14년 만에 찾아온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부럽게 지켜 봤다.

철치부심한 류지혁은 2016년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고 뛰어난 수비실력과 적극적인 플레이를 통해 김태형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다. 백업 내야수로 개막엔트리에 포함된 류지혁은 한정된 기회에서도 글러브 토스 같은 감각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타석에서는 6월까지 1할대 타율에 그치며 '반쪽짜리 수비형 선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이 무더위에 지치기 시작하던 7월부터 체력을 비축한 류지혁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류지혁은 7월에만 33타수 17안타로 월간타율 .515를 기록했다. 7월23일 LG트윈스전에서는 LG마무리였던 임정우를 상대로 프로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류지혁은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에도 그라운드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로 두산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타율 .288 3홈런9타점34득점의 알토란 같은 성적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했다.

두산 내야의 주전 같은 백업, LG와의 3연전에서도 맹활약

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지혁은 작년 시즌에도 두산의 유틸리티 내야수로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59 77안타3홈런26타점60득점을 기록했다. 류지혁은 작년 시즌 유격수로 86경기, 3루수로 28경기, 2루수로 15경기, 1루수로도 8경기에 출전하며 두산 내야의 빈 곳을 채웠다. 오재원,김재호 등 두산의 주전 내야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큰 부담 없이 자리를 비울 수 있었던 데는 류지혁이라는 믿음직한 백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젊은 백업 내야수임에도 2018년 9500만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류지혁은 올 시즌에도 내야의 빈자리를 채우는 유틸리티 내야수의 역할을 맡았다. 물론 오재원,김재호,허경민으로 이어지는 주전들이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 류지혁이 주전으로 출전하는 경기는 썩 많지 않다. 1루수 오재일이 전반기에 부진했지만 류지혁을 1루수로 출전시키는 것은 류지혁의 다른 수비 능력을 낭비하는 일이다.

류지혁은 전반기까지 74경기에 출전해 타율 .262 14타점26득점5도루로 언제나처럼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타율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다른 내야수들이 워낙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면서 팀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백업 내야수로는 충분히 만족스런 활약이었다. 하지만 류지혁은 후반기 들어 15경기에서 타율 .324 4타점9득점을 기록하며 무더위를 뚫고 타격에서도 한껏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폭염 속에 치러졌던 LG와의 홈 3연전에서 류지혁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7월31일 경기에서 보내기 번트 하나만을 기록한 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류지혁은 1일 경기에서 5타수3안타3타점을 몰아치며 맹활약했다. 류지혁은 1번 3루수로 포지션과 타순을 옮긴 2일 경기에서도 안타3개와 볼넷1개, 몸 맞는 공 1개로 1번 타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31일,1일 경기에서는 오재원, 2일 경기에서는 허경민이 류지혁 덕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는 그만큼 1군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오히려 주전 경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하나의 포지션에 정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지혁은 조급해하지 않고 쟁쟁한 선배들의 장점들을 하나씩 흡수하며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히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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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류지혁 유틸리티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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