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시즌만 놓고 보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더 이상 '잠실 라이벌'이라고 부르는 것은 큰 실례일지도 모른다. 10-0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가 양팀의 우열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두산은 LG와 올해 맞대결에서 10전 전승으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즌 10차전에서 두산 타선은 LG 에이스 헨리 소사마저 시즌 최다 7실점으로 무너뜨린 대폭발에 힘입어 14-8로 완승했다. 또한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LG전에서만 무려 12연승중이다. 올시즌 압도적인 격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이지만 이 정도로 일방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팀은 LG뿐이다.

LG 선발 소사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LG 선발 소사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같은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지붕 두가족' 두산과 LG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팀성적에는 격차가 있었을지언정 양팀간 맞대결에서만큼은 팽팽한 명승부를 펼친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양팀간 상대 전적이 가장 벌어진 경우는 2005년으로 두산이 13승 5패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당시 LG는 한창 포스트시즌조차 나가지 못하며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이후로는 LG가 두산에 상대전적에서 뒤지더라도 일방적으로 밀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LG가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시즌은 4번(2000, 2009, 2012, 2014년)뿐이다. 특히 2015시즌 8승 8패로 호각세를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3년간은 두산이 LG를 상대로 우세가 갈수록 뚜렷하다. 2016시즌에 9승 7패, 2017시즌에는 9승 1무 6패였다. 올시즌도 이미 두산은 올시즌 남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LG전 상대전적 우세를 확정한 상태다.

다소 독특한 두산-LG의 '천적관계'

KBO리그 역사상 역대 특정팀 최다 연승-연패 기록은 기아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거둔 18연승이다. 기아는 2002년 9월 27일부터 2003년 9월 13일까지 약 1년여간 롯데를 상대로 한번도 지지 않았다.

단일시즌 양팀간 상대전적이 가장 벌어진 경우는 1982년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가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기록한 16전 전승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특정팀이 단일 시즌 전승-전패를 기록한 유일한 사례로 남아있다.

두산이 올시즌 LG와 남은 6번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한다면 2003년 기아-1982년 OB와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 양팀의 페이스로 본다면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 아니다.

당시 불명예 기록의 희생양이 된 롯데와 삼미의 경우 그해 부동의 최약체팀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는 2001년~2004년 4년 연속 최하위(8위)로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프로 원년 삼미의 승률은 고작 1할8푼8리(15승65패)로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승률 꼴찌팀이었을 만큼 상대와 격차가 컸다.

그에 비하면 두산과 LG의 천적관계는 다소 독특한 경우다. 두산의 전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LG도 올시즌 4위를 달리며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을만큼 나쁘지 않은 전력을 보유한 팀이다. 가장 최근 사례를 살펴 보면 2016시즌 롯데가 '경남 라이벌'인 NC를 상대로 1승 15패의 상대전적 기록을 남긴 바 있지만 그해 NC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고 롯데는 8위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며 전력의 격차가 있었다. LG처럼 리그 4강권 수준의 팀이 이 정도로 특정팀에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허용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양팀간 상대전적을 빼고 계산하면 두산이 55승 34패 승률 .618, LG가 53승 1무 38패 승률 .582로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 LG가 두산전에서 5할 이상의 승률만 기록했더라도 사실상 시즌 전체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정 팀 상대로 연승-연패 길어지면 생기는 영향

두산과 LG의 격차는 사실상 마운드와 수비에서 갈리고 있다. 두산은 LG전에서 팀타율 3할5푼7리를 맹타를 기록하며 무려 86점을 뽑아냈다. LG도 2할9푼5리로 타선 자체는 나쁘지않았지만 뽑아낸 점수는 45점으로 두산의 절반 수준이다.

팀평균 자책점으로 환산하면 LG의 두산전 방어율은 무려 7.39(시즌 평균 5.00)으로 치솟는다. 특히 두산을 상대로 팀의 강점인 불펜의 평균자책점이 7.02에 불과할만큼 잘 싸우다가도 경기 후반에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두산의 LG전 방어율은 4.26으로 시즌 평균인 4.97보다 낮다. 수비에서도 LG는 두산전에서만 가장 많은 11개의 실책을 범한 반면, 리그 최소실책팀인 두산은 LG전에서 실책이 하나도 없다.

전력의 차이를 떠나 특정 팀을 상대로 연승-연패가 길어지다 보면 자연적으로 양팀 선수단 내부에 만연하는 자신감과 압박감의 차이도 또 다른 변수가 된다. 두산은 LG를 상대로는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느긋한 여유를 가지게 되고, LG는 두산을 만나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오히려 선수들이 가진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양팀 팬들의 희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두산과 LG의 엇갈린 일방적 천적관계는 과연 얼마나 계속될까.

LG 패배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14대8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LG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LG 패배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14대8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LG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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