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장난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구자욱의 장난스러운 행동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NC가 7-4로 앞서가던 7회말 삼성의 공격에서 타석에 선 구자욱은 NC의 두 번째 투수 구창모를 상대로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구창모의 실책으로 구자욱은 출루에 성공했다. 실책 직후 구창모는 원종현으로 교체됐다. 1루에 서 있던 구자욱은 실수를 범한 구창모를 향하여 놀리듯 혀를 내밀며 미소를 지었고 이 장면이 방송중계 화면에 잡혔다.

경기 직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구자욱의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구자욱의 행동을 비판하는 쪽과, 악의 없는 장난에 불과하다고 옹호하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사실 정답은 없다. 양쪽 모두 충분히 일리있는 의견이다.

경기장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라?

구자욱 효과 '톡톡'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삼성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팬들을 향해 세러모니를 하고 있다. 2018.5.10

▲ 구자욱 효과 '톡톡'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삼성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팬들을 향해 세러모니를 하고 있다. 2018.5.10 ⓒ 연합뉴스


선수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간 가벼운 대화나 장난을 주고받는 것은 예전부터 종종 있었던 일이다. 구자욱의 행동도 구창모와의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영상을 보면 경기가 잠시 중단된 틈에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듯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 정도의 '여유'도 없다면 경기장이 너무 삭막해지지 않겠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단순히 선수의 행동이 옳고 그르냐는 문제를 떠나, 중요한 본질은 요즘 팬들이 선수들이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계기술의 발달로 사각지대가 없어지고 중계영상 다시보기도 편리해지면서 예전 같으면 소리소문없이 넘어갔을 장면들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난 2017년 6월 롯데 이대호와 두산 오재원의 '꼰대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6월 23일 두산과의 경기가 끝난 뒤, 오재원을 불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누리꾼들은 이대호가 오재원을 훈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대호는 "경기 중 오재원이 1루로 송구해 정상적으로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주자 이대호를 기다렸다가 태그아웃 수비한 점이 장난스럽게 느껴졌다. 앞으론 그렇게 장난치지 말아달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2017년 6월 25일 <엠스플뉴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훈계 논란' 해명한 이대호와 오재원의 포옹).

양현종(KIA)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양현종은 지난 7월 8일 LG전에서 유강남에게 홈런을 맞은 뒤 굳은 표정으로 한동안 유강남을 주시하는 모습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유강남은 양현종에게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타자였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꼰대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강남은 양현종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자의적 해석으로 불필요한 오해 부르기도

혼신을 다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롱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NC 선발 구창모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8.6.9

▲ 혼신을 다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롱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NC 선발 구창모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8.6.9 ⓒ 연합뉴스


2015년 넥센 1루수 박병호는 투수 견제구를 받아 삼성 박석민(NC)에게 태그하는 과정에서 돌연 '급소'를 글러브로 터치하는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본의 아니게 '성추행'(?)을 당한 박석민은 잠시 박병호에게 항의했지만 심각하게 문제삼지는 않았다. 두 선수 역시 평소에 친분이 깊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라는 점에서 당시 팬들도 우스운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얼핏 구자욱의 사례와도 비슷해보이지만 박병호는 심지어 인플레이 상황에 장난을 쳤다는 점에서 더 비판받을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

이러한 해프닝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선수들은 언제 어디서든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더 신중한 몸가짐을 가지게 된다는 점은 일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심지어 특정 장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위험도 발생한다.

선수들도 결국은 팬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팬들이 원하는 기준에 모두 맞추려다 보면 성인군자 혹은 감정없는 기계가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프로답게 때와 장소를 가리는 언행이 필요하다면, 팬들 역시 조금 너그러워질 필요도 있다. 사소한 해프닝 하나를 두고도 '예능과 다큐'를 넘나드는 것은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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