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연패를 시작으로 1일 경기까지 12연패다. 이 쯤 되면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만 만나면 작아지는 LG 트윈스가 여전히 '두산 포비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두산전 기록이 좋았던 외국인 투수 소사마저 팀의 연패를 끊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LG 패배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14대8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LG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LG 패배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가 14대8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LG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와 두산의 정규시즌 10차전에서 LG가 8-14로 패배했다. 두 팀은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경기 중반 LG의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잦아지면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두산전 12연패와 함께 2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또 두산에게 시리즈를 내주게 됐다.

투-타 전력이나 두 팀의 순위만 본다면 큰 차이가 없으나 뚜껑을 열어보면, 경기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두 번 정도 지는 것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이것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지켜보는 팬들은 이제 더 이상 화를 낼 힘도 없다. '잠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실망스럽다.

실책 11개 VS 0개, 병살타 11개 VS 2개... 기본기-집중력 부재가 야기한 연패

10연패라는 결과도 충격적이고,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이다. 10번의 맞대결 동안 공식적으로 기록된 LG의 실책 개수는 무려 11개로, 두산은 단 한 개의 실책을 범하지 않은 것과 다소 비교된다. 여기에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까지 포함하면 기억하기 싫은 순간은 더욱 많아진다.

병살타 개수도 LG 타선이 11개, 두산 타선이 2개로 무려 5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찬스를 많이 만들어도 병살타가 나오는 순간 분위기는 한순간에 끊기기 마련이다. 1일 두산전에서도 7-10로 뒤진 7회초에서 오지환의 병살타로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반면, 위기를 막은 두산은 7회말 공격에서 4득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실책과 병살타는 정말 사소해 보여도 결국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무더운 날씨 속에서 실책은 치명적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의 힘도 빠지고, 수비 시간이 길어지는 야수들 입장에서도 손해다. 4차전까지는 3점 차 이내 승부로 접전이 펼쳐졌으나 5번째 맞대결부터 두 팀의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LG의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는 두산전 타율 0.387 1홈런 3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7월 31일 경기에서도 6회말 송구 실책을 범하며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르시아뿐만 아니라 양석환, 이형종의 수비도 불안하고 김현수가 1루수로 맡았을 땐 내야진 전체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LG와 달리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은 나오는 야수마다 제 몫을 다한다. 허경민, 조수행, 최주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타자들이 LG를 상대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이고, 후반기 들어 페이스를 끌어올린 오재일은 올 시즌 LG전에서만 홈런 5개를 쏘아올렸다. 무엇보다도 빈 틈 없는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 야수진의 힘이 LG전에서 더욱 돋보이고 있다. 마운드도 큰 고민이 없다.

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점수 벌리는 류지혁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6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류지혁이 1타점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번의 패배 속에서 3점 차 이내 승부도 무려 5번이나 있었다. 모든 경기가 두산 쪽으로 확 기울어진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장기간 연패의 원인은 상대팀이 아니라 LG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유증' 남은 LG, 점점 멀어지는 2위권...이런 경기력으로는 4위 수성도 위험

연패가 장기화되면 선수단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서로 파이팅을 불어넣으면서 근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덕아웃에서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는 김현수 한 명밖에 없다. 나머지 선수들은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거나 일부 야수들은 경기 내에서 순간적인 실수로 위기를 자초한다. 10경기를 모두 곱씹어보면 거의 비슷한 패턴이었다.

단순히 한 경기 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산과 헤어진 이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해서 지고 있더라도 점수 차가 크지 않으면 필승조를 기용해 승부수를 던지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못했다. 오히려 팀 내 불펜의 중심이나 다름이 없었던 김지용이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진단을 받으며 적신호가 켜졌다.

2일 경기에서는 '선린인고 동기' 김대현과 이영하의 선발 맞대결이 예고됐다. 직전 등판에서 두 투수가 썩 좋은 내용을 기록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경기 후반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팀이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이영하가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이 날 경기도 두산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진다. 김대현이 아무리 잘 버텨도 이긴다는 확신이 없다.

LG 선발 소사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LG 선발 소사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과 몇 주 사이에 두산을 만나서 패배가 쌓였고, 이는 LG의 2위권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2위 SK와 5경기 차, 3위 한화와 4경기 차로 추격하기 버거운 상황이 됐다. 게다가 5위 삼성이 4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고 넥센, KIA, 롯데 등도 한 계단이라도 올라가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매 경기에 임한다.

5할 승률도 무너질 위기다. 104경기 53승 1무 50패 승률 0.515로, 승패 마진이 +3까지 줄었다. LG에게 남은 경기는 40경기이고,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야 PS 직행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산과의 3연전이 끝나면 LG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SK, 롯데, 삼성, 넥센, KIA, SK(1경기)를 차례대로 만나야 한다. 만만한 팀이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LG에게 두산전 패배가 더 뼈아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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