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8회 방송분이 시청률 12.3%(닐슨코리아 집계)을 찍으면서, 방영 시작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미스터 션샤인>은 케이블채널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3회부터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꾸준한 시청률 상승을 보여왔던 터다. 24부작 중 8회까지 방송되었으니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더 올라갈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암울한 시대 배경에 다소 무거워 보이는 듯한 이 드라마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병헌(유진 초이), 김태리(고애신), 김민정(쿠도 히나), 유연석(구동매) 등 배우들의 돋보이는 연기가 인기를 견인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극 흐름을 만들어 가는 김은숙 작가의 공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로 크다.

8화 미스터 션샤인 유진초이에게 안기는 애신

▲ 8화 미스터 션샤인 유진초이에게 안기는 애신 ⓒ tvN


작가는 이야기에 알파벳을 곁들여 시청자들을 참여시키고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드디어 'L'의 'LOVE(러브)'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는 고애신(김태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주인공은 이제껏 '러브'를 '총 쏘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어렵고 뜨거워야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비로소 두 남녀가 애틋하게 그리는 마음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뜻을 알게 된 후 당황하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주인공 애신의 모습은 이미 뜻을 알고 지켜봐 오던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영어는 애신의 마음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쓰기 연습을 하면서 알파벳 A에 '애플' B는 '보이' C는 '쿡' D는 '댄스'라고 하다가 E가 나왔을 때 '유진'이라고 쓰고 있는 장면은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특히 8화 속 명장면은 오랜만에 만나 '다음 단계의 러브가 뭐냐' 묻는 애신에게 유진 초이가 H '허그'라고 답했을 때다. 잠시 동안 애신이 유진 초이에게 안길까, 허그의 뜻을 알고 있을까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순간이 잠시 흐르는데, 애신이 유진 초이에게 와락 안기며 "H네. 허그. 이미 다 배웠소"라고 말하는 장면은 알파벳이 설렘을 유발하는 장치로서 제 역할을 했다는 걸 보여준다.

깊은 울림이 있는 대사들

시대상이 반영된 만큼 <미스터 션샤인>에선 결코 가볍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위험한 상황 속 대사뿐만 아니라 평범한 듯 읊조리는 말에도 비장함이 녹아있다. 조선 여인이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상황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유진 초이의 이야기에 '숱한 날들이 준비였다'고 하는 고애신.

이어지는 반박으로 유진 초이는 "한 여인을 구한다고 조선을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애신은 "어느 날엔가 저 여인이 내가 될 수 있다"며 대화를 끊어낸다. 또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을 알려는 애신에게 그의 스승은 "아무개라고 알면 된다"고 하며 그 아무개들은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라고 답하기도 한다. "조선이 살아남는다면 역사에 이름 한 줄이면 된다, 지금은 그 무엇도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본격적이지 않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의병의 모습과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에서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유진 초이가 김희성(변요한 분)에게 "자신 손톱 밑에 있는 가시가 심장이 뜯겨져 나간 누군가 보다 아프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한 일갈은 주인공의 마음을 반영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주 <미스터 션샤인> 방송분에서 일본 군사가 유발한 사건에 빌미가 된 마메마키는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큰 임팩트를 남겼다. 마메마키란 일본에서 춘분에 콩을 뿌리며 복을 비는 전통행사인데 자신의 나이만큼 콩을 먹는 풍습이다. 일본군이 자신에게 술을 따라준 여인에게 올해 콩을 얼마나 먹었냐고 에둘러 나이를 물어보는데 극 중 그것을 모르는 조선 여인은 많이 먹었다. 100개 정도 먹었다고 대답해서 화를 부른다. <미스터 션샤인>은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와 일본,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적 색채까지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의 스토리가 24회까지 어떻게 순식간에 이어질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미스터 션샤인 김은숙작가 이병헌 김태리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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