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울산과 대구의 K리그1 경기가 열린 울산문수경기장에서는 '월드컵 스타' 조현우와 그의 아내 이희영씨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조현우는 이날 경기 중 상대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핸드볼 파울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퇴장을 당했다. 마침 관중석에서 남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씨가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남편이 퇴장당했는데 왜 웃느냐'고 이씨를 비난했다.

몰지각한 일부 팬들은 이희영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찾아와 악성 댓글을 다는 등 도를 넘은 행동을 보이고 있다. 조현우 가족은 결국 계정을 삭제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깜짝스타로 부상한 조현우는 언론과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덩달아 아내인 이씨에 대한 관심도 늘면서 벌어진 해프닝인 셈이다.

입모양만으로 추측한 상황, 해명해도 안 믿는다

홈런 레이스 우승한 이대호 14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이벤트에서 우승한 드림 올스타 이대호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7.14

▲ 홈런 레이스 우승한 이대호 14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이벤트에서 우승한 드림 올스타 이대호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7.14 ⓒ 연합뉴스


중계화면으로 인한 오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타자 이대호는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사구로 출루한 이대호는 후속타자인 채태인의 내야 땅볼에 2루로 진루하다가 포스 아웃됐다. 이대호가 벤치로 복귀하면서 상대팀인 두산 유격수 김재호를 향해 뭐라 말하는 듯한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 장면이 방송된 후 일부 누리꾼들은 입모양을 추론하며 이대호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대호가 아웃된 상황에 화가 나 후배인 김재호에게 "웃지 마라"라고 경고했다는 것. 공교롭게도 이대호는 지난해에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상대팀 내야수 오재원을 불러 훈계하는 듯한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렀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대호가 야구 선배라는 이유에게 상대팀 선수들을 '군기 잡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LG 유강남은 4회초 선발투수 양현종의 직구를 받아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때 양현종이 1루로 뛰는 유강남을 빤히 쳐다보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일부 누리꾼들은 "양현종이 홈런 치는 유강남을 노려봤다"고 비난했다.

최근 이러한 해프닝은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문제는 일부 누리꾼들의 편향적인 시선이나 입맛대로 해석된 장면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7년 KBL 고양 오리온 소속 이승현(현 상무) 선수는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인 커스버트 빅터를 향해 "저 깜둥이가 뭐라는 거야"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승현은 이후 파울을 불지 않는 심판을 향해 "저거 안 불고 뭐하는 거야"라는 혼잣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음성이 들리지 않는 중계화면에서 이승현의 입모양만 본 일부 누리꾼들이 추측으로 비난했던 것.

비디오 판독보다 무서운 여론 판독... '악마의 편집' 해서야

조현우 분투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조현우 분투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거론되는 '악마의 편집' 논란처럼 단편적인 장면이나 이미지만 놓고 대상을 함부로 단정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이대호, 양현종은 논란 이후 전후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이대호는 "사구를 맞아서 아픈데 웃고 있더라. 워낙 친해서 장난친 것"이라고 털어놨고 (2018년 7월 15일 <스타뉴스> "웃지마라? 오해다" 롯데 이대호, '꼰대 논란' 처음 입 열다), 유강남 역시 양현종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내가 양현종을 상대로 너무 잘 쳐서 그랬다더라"고 밝혔다(2018년 7월 21일 <스타뉴스> 양현종·유강남, '논란의 진실'과 '훈훈했던 전화한통'). 그러나 이미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상황,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선수의 기량이나 팬서비스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특정 장면으로 추측하며 선수의 인성을 함부로 재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으로 보인다. 선수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가족이나 지인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고 악의적인 추측으로 몰아가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선수 가족이라는 이유로 관중석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행동을 하는 것까지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 최희섭은 병원에서 재활하던 때에 가족과 함께 자신의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의 경기를 시청하는 사진이 포착돼 집단적인 인신공격을 받았다. 선수의 사생활에 일부 누리꾼들의 주관적 잣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야말로 진짜 '꼰대' 같은 일이 아닐까.

스포츠에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불완전한 인간의 눈과 귀를 보완하는 경우가 대거 늘어났다. 그러나 VAR은 기계의 힘을 발려 단지 인간이 놓친 '사실' 그 자체만을 판독할 뿐이지만 인간의 의지와 주관적 해석이 개입되면 '악마의 편집'이 될 수도 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누군가를 '마녀사냥' 하는 짓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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