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에서 부진한 롯데 번즈

롯데 앤디 번즈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에서 당한 루징 시리즈의 아쉬움을 인천에서 만회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4-6으로 대승을 거뒀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 4패의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는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지만 5위 KIA 타이거즈를 4.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여전히 중위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28승 36패).

5회 1사 만루위기에서 선발 박세웅을 구원한 노장 송승준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타선에서는 이대호와 포수 김사훈을 제외한 주전 7명의 타자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이 선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2홈런 3장타 5타점 4득점 5출루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그 주인공이다.

수비 전문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수겸장?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조성환(두산 베어스 수비코치)이라는 든든한 2루수 자원이 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잔부상에 시달리던 조성환은 2011년 타율 .243, 2012년 .278에 그치며 하락세를 보였고 2013년부터 후배 정훈에게 2루 자리를 물려 줬다. 정훈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93경기에 출전하며 롯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훈은 쏠쏠한 타격 실력과는 달리 수비에서는 약점을 보였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실책을 기록하며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결국 롯데는 정훈에게 계속 2루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 외국인 내야수를 통해 2루수 자리를 채우려 했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야마이코 나바로처럼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2루수면 좋았겠지만 그런 내야수는 흔하지 않았고 롯데는 1990년생의 젊은 내야수 번즈를 65만 달러에 영입했다.

2016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했던 번즈는 빅리그 경험이 통산 10경기에 불과한 선수다. 마이너리그에서도 6년 동안 타율 .264 55홈런2 83타점 87도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고 롯데와 계약하기 전 트리플A에서는 타율 .230 8홈런 38타점 13도루에 그쳤다. 주력은 좋은 편이지만 타격에서는 큰 강점을 찾을 수 없는 전형적인 수비형 내야수였다. 실제로 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2루수로 출전한 121경기에서 3개의 실책과 .995의 높은 수비율을 기록했다.

번즈는 작년 시즌 롯데에서도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과시했지만 뜬금없이 터지는 홈런포를 제외하면 타격에서는 만족스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6월에는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일부 롯데팬들은 타격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번즈를 하루 빨리 장타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7월 초 부상을 떨치고 돌아온 번즈는 전혀 다른 선수로 돌변했다. 전반기 58경기에서 타율 .276를 기록했던 번즈는 후반기 58경기에서 무려 .330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303 15홈런 57타점 71득점 10도루. 롯데는 조성환 이후 그토록 기다렸던 공수를 겸비한 젊은 2루수를 만났다.

퇴출 위기에서 극적으로 부활하며 맹타

화려하진 않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에 큰 힘을 보탠 번즈는 올 시즌 73만 달러에 롯데와 재계약했다. 롯데는 스토브리그에서 강민호(삼성)가 이적하면서 포수 포지션의 생산력이 크게 약화됐지만 민병헌 영입을 통해 상위 타선의 공격력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번즈가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번즈는 5월까지 타율 .239 5홈런 15타점에 그치며 조원우 감독과 롯데 팬들의 기대치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을 수 있다지만 번즈는 자랑하던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어설픈 플레이를 연출했다. 조원우 감독은 4월 중순 부진한 번즈를 2군에 보내는 충격요법을 쓰기도 했지만 '상동 나들이'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심지어 번즈는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208로 부진했다).

그렇게 공수가 모두 안 되는 계륵 같은 외국인 선수로 전락하던 번즈는 5월 31일 LG전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며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 번즈는 6월에 출전한 12경기에서 타율 .381(42타수 16안타)4홈런 13타점 15득점을 폭발시키고 있다. 지난 8일 KIA전에서는 윤석민을 상대로 한국 무대에서 첫 만루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번즈는 SK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번즈는 0-1로 뒤진 4회 박종훈으로부터 승부를 뒤집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번즈는 롯데가 3-4로 역전을 당한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좌완 김태훈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승부를 뒤집는 결승 3점 홈런을 작렬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2루타를 추가한 번즈는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장타 5타점4득점으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5월이 끝날 때 타율 .239에 불과했던 번즈의 시즌 타율은 보름 만에 .269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번즈는 여전히 오지환(LG트윈스,11개)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10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침체된 타격 컨디션을 완벽히 회복한 만큼 수비에서만 안정을 찾으면 번즈는 다시 공수겸장 2루수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 그리고 번즈가 작년 후반기의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롯데는 다시금 상하위 타선의 조화로운 균형을 갖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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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 연타석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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