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1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경기장 안에서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축구는 결국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함께 해내야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가치는 높다. 흔히 프로축구 선수들 간 실력 차이를 '종이 한 장'으로 표현하지만, 그 차이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에이스라 부른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수 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팬들은 전율을 느낀다.

어떤 경기에서든 에이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그 무대가 월드컵이라면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만 개최되고 축구판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만큼 경기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스타 플레이어도 월드컵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극한의 압박감을 뚫어낼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 뛰어난 실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지닌 우승후보국의 에이스들을 알아보자.

남아메리카와 유럽 축구의 교집합인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축구 역사를 뒤흔든 천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곳은 남미의 기술과 유럽의 힘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의 보고였다. 8년 전 스페인은 세밀한 패스 재능을 갖춘 '기술자'들의 힘으로 월드컵을 제패했다.

반면 이웃나라 포르투갈은 지지부진했다. 루이스 피구가 중심이 된 '골든 제네레이션'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간 것을 제외하면 초라한 성적을 냈다. 두 번의 조별리그 탈락과 한 번의 16강, 한 번의 4강 진출이 포르투갈의 21세기 월드컵 성적이다. 포르투갈에게 월드컵 정상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알제리의 친선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알제리의 친선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 트로피

포르투갈 축구에는 거대한 별 세 개가 있다. 첫 번째 별인 '흑표범' 에우제비오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조국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앞서 말했듯이 두 번째 별 피구는 독일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성과를 냈다.

이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차례다. 포르투갈 축구 역사상, 아니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를 향해 달려가는 호날두에게 남은 목표는 월드컵 트로피 하나 뿐이다. 아직 어렸던 2006년 월드컵의 아쉬움을 씻고자 한다. 2008년 생애 첫 발롱도르를 수상한 호날두는 지난 10년 간 항상 유럽 축구 정상에 위치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모든 영광을 거머쥐었다. 클럽 소속으로 획득할 수 있는 트로피 전부를 자신의 진열장으로 가져왔다.

호날두의 정체성은 단연 득점에서 발현된다. 참가하는 어떤 대회에서든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뽐냈고,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단호함으로 6시즌 연속 득점왕에 등극했다. 축구에서 가장 귀한 득점을 뽑아 내는 일이 호날두에게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작아진다는 한 때의 비판도 이겨냈다. 파울레타가 가지고 있던 포르투갈 대표팀 최다 득점자 자리는 빼앗은지 오래고, 81골로 A매치 최다 득점자 2위 페렌츠 푸스카츠(84골)를 맹추격하고 있다.

무엇보다 2년 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 승자가 됐다. 조별리그 3위에 그쳤음에도 변경된 대회 규칙 덕에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올라간 포르투갈은 끈적한 경기력으로 결승에서 개최국까지 집어삼키며 우승을 했다. 결승전에서 부상을 당하면 눈물을 흘렸던 호날두는 벤치에서 동료들을 강하게 격려한 끝에 포르투갈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만들어냈다.

쉽지 않은 조별리그... 우승까지는 어렵다?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에 포함됐다. 난적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조다. 일단 이번 월드컵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이베리아 반도의 라이벌 스페인을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만난다. 지난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은 독일에게 0-4로 완패하며 궁극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던 불편한 기억이 있다.

스페인 이외의 국가도 까다롭다. 저평가 우량주 모로코가 포르투갈을 위협한다. 네덜란드 리그 도움왕 하킴 지예흐를 비롯해 유네스 벨한다, 아민 하릿 등 기술과 속도를 겸비한 2선 자원이 풍부하다. 지난 대회에서 특유의 '늪 축구'로 아르헨티나를 곤경에 빠뜨렸던 이란도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통과 티켓에 근접해 있다.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이 만든 끈끈한 조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로 2016 우승의 주축 페페, 주앙 무티뉴, 윌리안 카르발류가 중심을 잡고 곤살로 게데스, 브루노 페르난데스 등 신성들의 발 끝도 날카롭다.

가장 큰 힘은 역시 호날두의 존재감이다. 포르투갈의 오랜 고민인 걸출한 최전방 공격수 부재를 자신이 직접 메우고 있다. 파트너 안드레 실바와의 투톱 시스템이든 혼자서 원톱으로 나서든 상관없다. 곁에 과거보다 능력있는 도우미들이 더 많이 있다. 패널티 박스 안에서 득점에 집중할 수 있는 호날두다.

패널티 박스로 진입한 호날두는 득점기계 그 자체다.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으며 경이로운 점프력으로 공중 폭격도 가한다. 동료의 패스를 찾아가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은 비견할 수 있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패널티 박스 안에서 그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슈퍼맨이다.

포르투갈은 유럽 최강자 자격으로 대회에 참여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에게 밀린다. 남미의 브라질도 포르투갈보다 앞서 있다. 결국 '에이스' 호날두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냐에 따라 포르투갈의 최종 성적이 결정될 공산이 높다. 우승은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 참여한 호날두의 집중력은 높을 것이다. 호날두와 함께하는 다스 퀸나스(포르투갈 대표팀 애칭)는 우승을 꿈꾼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호날두 우승 후보 포르투갈 다스 퀸나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