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돌이 이승우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의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6.7

▲ 날쌘돌이 이승우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의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6.7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가장 드라마틱한 행보를 보여준 한국 대표팀 선수 중 한 명은 역시 막내 이승우(20)다. '생애 첫 성인대표팀 발탁'과 동시에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되는 희대의 행운을 누린 주인공이 된 이승우는 벌써 A매치 4경기에 출전하면서 신태용호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선발로 나선 것만 두 차례나 되고 데뷔전인 온두라스전에서는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했다. 최종명단 확정 이후에는 팀에서 에이스급 선수의 상징이라고할 수 있는 등번호 10번을 부여받는 영광도 누렸다.

염기훈-이근호-권창훈-이청용 등 주전급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과 슬럼프로 낙마하며 2선은 대표팀의 강점에서 오히려 취약 포지션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하지만 대표팀의 위기는 이승우에게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수비수를 무너뜨리는 감각적인 측면 돌파와 개인기로 단숨에 대표팀의 공격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기중 투지 넘치는 헤드 퍼스트 다이빙을 선보이는 등 막내답게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성인대표팀에 기용될 만한 자격에 대한 의문,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는 활약이었다.

이동국-이천수-차두리-이승렬-김보경, 그리고

역대 월드컵 대표팀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탁하여 경험을 쌓게 해주는 일은 흔하다. 1998년의 이동국, 2002년의 이천수-차두리, 2010년의 이승렬-김보경 등이다. 이들은 비록 월드컵 무대에서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지만 기량이 우세한 선배들과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 간간이 후반 조커로 나와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활력소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약관의 나이에 출전한 생애 첫 월드컵에서 단숨에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골까지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2002년의 박지성(당시 21세)이 대표적이다. 박지성은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 직전까지 철저한 무명 선수에 가까웠고 언론에서도 대부분 박지성의 탈락을 예상했으나 히딩크 감독은 그의 뛰어난 체력과 공간이해력을 높이 평가하며 주전으로 중용했다. 박지성은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환상적인 트래핑에 이은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이후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스타 탄생을 알렸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쌍용' 이청용(당시 22세)과 기성용(21세)이 등장했다. 한국축구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두 선수는 허정무호에서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되며 이청용이 2골, 기성용이 2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이후 두 선수는 1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대표팀 부동의 주축 선수들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손흥민(당시 22세)을 위한 무대였다. 비록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지만 손흥민은 전 경기에서 모두 주전으로 활약했다. 알제리전에서는 만회골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월드컵 첫 득점을 신고했다. 벨기에와의 최종전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눈물을 펑펑 쏟아 많은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비록 브라질월드컵은 한국축구에 흑역사로 남았지만 손흥민이라는 차세대 에이스를 발굴한 것만으로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수비가담과 공간이해도 부분, 노력 더 필요해 보여

경기장 들어서는 이승우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을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 경기장 들어서는 이승우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을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 연합뉴스


이승우도 이대로만 한다면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자리까지 노리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다. 이승우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한국 선수로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이동국-고종수(만19세)-1986 멕시코 월드컵의 김주성(20세)에 이어 4번째로 어린 나이에 본선무대에 출장한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박지성-기성용-손흥민이 월드컵 무대에 첫 데뷔했던 시기보다 더 어린 나이다.

현재 월드컵 대표팀의 주력 포메이션은 4-4-2 혹은 3-5-2(3-4-1-2)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신태용 감독이 4-4-2 전술을 선택한다면 이승우가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현재 손흥민-황희찬이 투톱을 맡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2선의 측면 미드필더 한 자리는 이재성이 가져갈 것이 유력하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이승우와 문선민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인데 현재 평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이승우가 좀더 앞선다.

하지만 전문적인 윙어를 두지 않는 스리백의 경우에는 윙백이 측면 공격수의 역할을 대체하는 만큼 이승우는 후반 조커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선발이든 교체멤버든 개인기로 언제든 상대 수비수를 흔들 수 있는 이승우의 능력은 대표팀에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문제는 이승우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족한 국제경험과 피지컬이다. 앞선 평가전을 통하여 이승우가 공격적인 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평가전과 월드컵 무대는 수준이 다르다. 본선에서 만날 독일이나 멕시코, 스웨덴의 전력은 평가전에서 만난 팀들보다 더 강하다. 이승우가 성인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유럽이나 북중미 선수들의 거친 압박이나 몸싸움에 부딪혔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더 지켜봐야한다.

수비가담과 공간 이해도 부분에서도 아직 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신태용식 4-4-2 전술의 핵심은 최전방과 2선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스위칭을 통한 공간창출이다. 부상으로 낙마한 권창훈의 경우 공격력도 출중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수비가담과 활동량을 두루 갖췄다. 전문 윙어가 아님에도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침투플레이과 상대의 전전패스를 압박하는 능력이 빼어났다. 신 감독이 권창훈의 부상으로 플랜A의 변경까지 고려해야 했던 이유다.

이승우, 수비력과 체력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

이승우는 아직 수비력과 체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공격수 출신이다보니 측면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하는 역할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주전 공격진인 황희찬-손흥민과의 호흡이나 템포 조절도 매끄럽지는 않은 편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이번이 생애 첫 대표팀 발탁인데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이승우를 뽑을 계획이 있었다면 차라리 좀더 일찍 선발하여 대표팀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이승우는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또래 선수들과 함께 경쟁할 때부터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낯선 성인 대표팀에선 일단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를 하려고 주력하고 있지만, 그라운드에서만큼은 거침없고 당돌한 이승우만의 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줄 필요도 있다.

대표팀에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는 대단히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승우가 막내의 패기를 앞세워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월드컵 무대에서도 사고를 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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