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국내에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6월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펼친다. 러시아 월드컵 장도를 알리는 출정식 경기이자, 바로 다음날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 한국축구의 월드컵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난 온두라스전이 젊은 선수들의 기량 점검과 승리를 통한 팀 분위기 전환에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보스니아전은 '유럽팀 공포증' 탈출과 '스리백의 경쟁력 확인'이라는 과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온두라스전의 경우 이승우-문선민 등 대표팀 새내기들의 활약상과 오랜만에 무실점 승리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의 전력 자체가 떨어지는 데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스타일 모두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월드컵을 대비한 평가전으로서의 의미는 반감되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에딘 제코' 비롯한 장신 많은 보스니아 상대로 유럽팀 공포증 극복할까

보스니아 요주의 선수 에딘 제코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앞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축구 국가대표 에딘 제코가 지난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 보스니아 요주의 선수 에딘 제코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앞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축구 국가대표 에딘 제코가 지난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스니아전은 조금 다른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41위의 보스니아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벨기에, 그리스에 밀려 조 3위로 탈락했지만 한국(61위)보다는 월등히 높은 데다 에딘 제코(AS로마), 미랄렘 파니치(유벤투스) 등 유럽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파워와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스웨덴과 유사한 스파링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니아는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신체조건이 우수한 장신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선수들의 평균신장이 186~187cm에 이른다. 세리에 A득점왕 출신인 간판 공격수 제코는 193cm의 장신이다. 제코는 A매치에서만 총 52골(92경기)을 넣으며 보스니아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릴 만큼 국제 무대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인 해결사다. 수비수들도 세트피스에서는 높이를 앞세워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플레이가 위협적이다. 그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 수비가 진정한 시험무대에 올랐다고 할 만하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유럽팀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신태용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7월 이후 유럽팀을 상대로 6번 경기를 치러서 2승 1무 3패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몰도바와 라트비아를 상대로만 이겼을 뿐,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나 그에 준하는 전력을 갖춘 유럽팀을 상대로는 하나 같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 3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북아일랜드와 폴란드에 잇달아 패배한 것은 신태용호의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어차피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꺾어야 하는 팀이 바로 스웨덴이다. 스타일이 비슷한 보스니아를 상대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증명해야 월드컵을 앞두고서 자신감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온두라스전에서 일부 선수들이 부상과 컨디션 회복 문제로 제외되었다면 한국은 기성용과 이재성 등이 보스니아전에서는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최정예에 가까운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3백 수비 실전에서 다시 점검, 무엇보다도 부상 선수 없어야

신태용호는 지난 평가전에서 에이스 손흥민이 오랜만에 골맛을 본 데다 황희찬, 이승우-문선민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유럽팀을 상대로는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신체조건이 우수한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로 전형적인 센터포워드가 아니라 침투형 공격수인 손흥민이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이번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우와 문선민도 아직 성인무대와 A매치 경험은 크게 부족한 선수들이다. 보스니아전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최종엔트리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보스니아전에서는 다시 스리백을 가동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신태용호는 그동안 지난 온두라스전을 포함하여 포백을 사용하는 4-4-2 전술을 사실상 플랜A로 운영해왔고 내용도 가장 좋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리백을 내세운 3-5-2나 3-4-3 카드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신태용호에서 그동안 스리백 전술을 내세운 경기의 내용과 결과가 모두 그리 좋지 못했다는 것. 스리백으로 승리한 경기는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최약체로 꼽히던 북한전이 유일하다. 오히려 스리백 가동 시에 좌우 윙백들의 오버래핑으로 수비 뒷공간에 구멍이 뜷리거나,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홀로 고립되는 등 여러 가지 약점들을 노출한 바 있다. 보스니아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월드컵에서 신태용호의 전술 운용은 상당한 제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스리백은 포백에 비하여 선수들이 안정적인 호흡을 맞추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김민재의 부상 낙마와 김진수-장현수의 재활 문제로 인하여 한국은 수비 조합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줘야 할 '포어 리베로' 자리에 후보로 꼽히는 기성용과 정우영 같은 선수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보스니아전에서 가급적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부상선수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표팀은 다수의 선수들을 부상으로 잃었다. 부상 회복이 더딘 김진수나 지난 온두라스전에서 허리를 다친 이청용도 최종엔트리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스니아전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경기인 데다 바로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부담을 느끼고 '오버페이스'를 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도 한국은 황선홍, 이동국, 곽태휘 등 중요한 핵심선수들이 월드컵 출정식 전후로 부상을 당하며 큰 곤욕을 치렸던 전력이 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칫하다가 소탐대실하는 우려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훈련하는 축구 국가대표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 훈련하는 축구 국가대표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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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보스니아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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