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꾸준한 자기관리를 통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투수 임창용 ⓒ KIA 타이거즈


KBO리그 현역 40대 투수 중 1명인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리그 역대 7번째로 통산 1400 탈삼진 기록을 달성했다. 임창용은 10일 광주 북구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구원 등판해 이 대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이 탈삼진 기록은 팀이 동점 허용 위기에 처했을 때 나온 삼진이라서 더 의미가 컸다. 임창용은 8회초 1사 1, 3루에서 역전까지 내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 받았고, 아웃 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역전 위기를 넘겼다.

다만 안타깝게 세이브 기록까지 올리진 못했다. 주전 마무리투수 김세현이 최근 부진으로 2군에 가 있었기 때문에 임창용은 세이브 추가를 앞둔 9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오재원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블론세이브를 범했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게 됐다.

임창용은 연장 10회까지 2.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10회초 2사 1, 3루 위기를 맞이한 뒤 김기태 감독이 마운드에 직접 올랐지만 임창용을 교체하진 않고 독려하면서 숨고를 틈을 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임창용은 10회에 실점하지 않으며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고, KIA는 연장 11회에 안치홍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다.

개인 통산 탈삼진 기록 역대 7위, 현역에선 배영수에 이은 2위

1995년부터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한 임창용은 1976년생으로 박정진과 더불어 KBO리그 최고령 투수 중 1명이다. 생년월일까지 따지면 생일이 약간 빠른 박정진(5월 27일생)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투수(양력 6월 30일생)다.

임창용은 타이거즈에서 마무리투수로 성장했고, 이후 선발투수로도 전환해 활약한 기록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에 선발이든 구원이든 상황에 따른 보직을 수행하며 당시의 삼성 휴대폰 브랜드 이름을 따 '애니콜'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다.

임창용의 커리어 기록은 KBO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 NPB와 메이저리그 기록도 있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5시즌 동안 128세이브 173탈삼진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카고 컵스에서 잠시 기회를 얻어 5경기 6탈삼진 기록이 있다. KBO리그에서 254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에 300세이브 조건을 충족하여 구원투수 최초로 성구회에도 가입했다(KBO리그 기록 50% 이상 반영될 경우 합산 인정).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독특한 투구 폼으로 현재까지 롱런하며 뛰어난 구위로 탈삼진을 많이 기록했기에 임창용은 KBO리그 역대 탈삼진 기록에서 7위에 올라있다. 원래 지난 시즌까지 기록은 6위였는데, 선발투수였던 배영수(현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임창용보다 먼저 1400탈삼진을 달성했다.

개인 통산 탈삼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세운 선수는 KBO리그 최다승 투수인 송진우(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다. 송진우는 KBO리그에서 유일한 200승 투수이면서 탈삼진 부문에서도 유일하게 2000탈삼진을 달성한 투수였다(210승 2048탈삼진). 탈삼진 2번째 기록은 타이거즈 역대 최고의 잠수함 선발투수였던 이강철(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 152승 1749탈삼진)이다.

역대 3위 기록은 국보급 투수라 불리었던 선동열(현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이다. 선동열은 선수 생활 전반부는 선발투수로, 이후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146승 132세이브 1698탈삼진을 기록했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하여 10승 98세이브 228탈삼진 기록을 남겼다.

역대 4위에는 정민철(현 국가대표 투수코치 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랭크되어 있다. 정민철은 한화 이글스 시절 탈삼진왕 타이틀도 2번을 차지하면서 통산 161승 1661탈삼진으로 역대 다승 분야에서는 송진우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5위는 박명환(전 성남 블루팬더스 코치)이 랭크되어 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그리고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하고 은퇴한 박명환은 통산 103승 1444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통산 이닝에서 17시즌 1613.2이닝에 그쳤고, 승리투수와 인연이 그리 깊지는 못했다.

현재 진행형인 임창용의 기록, 현 시대 구원투수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위업

역대 6위 배영수와 7위 임창용의 기록은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만 41세인 임창용에 비해 젊고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배영수(1981년생)가 현역 생활을 몇 년 더 지속할 경우 역대 5위 박명환의 기록을 넘어 1600탈삼진 정도까지는 넘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역 선수들 중 배영수와 임창용 다음으로 탈삼진을 많이 잡은 투수는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이다. 장원준은 5월 10일까지 통산 1325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 10위에 올라있다. 역대 9위 한용덕(현 한화 이글스 감독, 1342탈삼진)과 8위 김수경(현 NC 다이노스 재활군코치, 1370탈삼진)의 기록이 눈 앞에 있고, 풀 타임을 소화할 경우 그 역시 올해 안에 1400탈삼진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장원준은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임창용이 은퇴한 뒤 그의 기록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임창용의 기록을 향후 구원투수들이 따라잡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탈삼진 역대 순위에 올라있는 투수들 중에서 선동열과 임창용은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 역할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탈삼진 기록이 많이 쌓여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선동열과 임창용의 기록은 당시의 구원투수 활용 시스템이 현재와는 많이 다른 점도 있다. 당시에는 선발-중간-마무리의 계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시대였고, 선동열의 경우 구원투수로 활약하던 시절에도 9회 세이브 상황에만 올라온 것이 아니라 경기 중간부터 끝까지 던진 적도 상당히 많았다. 임창용 역시 멀티 이닝을 던지며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많은 투수다.

이 때문에 전문 마무리투수 시스템이 정착된 현 시대의 구원투수들이 임창용의 기록을 따라잡기 어렵다. 현재 전문 마무리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KBO리그 277세이브)이 KBO리그에서 625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오승환의 NPB와 메이저리그 현재까지 기록을 합하더라도 945탈삼진이다(5월 11일 한국 시각 기준). 통합 기록으로 1000탈삼진은 눈 앞에 다가와있지만, 1982년생의 오승환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임창용이 당장 은퇴하지 않는다면,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서 몇 년 동안 더 꾸준히 활약할 경우 통합 기록에서는 임창용의 기록을 간신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승환이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임창용의 기록을 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2015년 임창용과 오승환은 해외 원정 도박에 함께 연루되었는데, 이 때문에 임창용은 2016년에 시즌의 절반에 해당되는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이행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팀과 계약하는 시점부터 이 징계가 발효되기 때문에 기록을 쌓기 어려운 요소를 넘어서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 롱런하는 투수 드물어

KBO리그 전문 마무리투수들 중 오승환과 임창용 다음으로 많은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 241세이브)이다. 그러나 손승락은 5월 10일까지 통산 574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는데, 오승환과 달리 100탈삼진 시즌이 한 번도 없는 등 적립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라 통산 1000탈삼진 달성도 다소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임창용의 통산 탈삼진 기록은 단순한 보직에 따른 구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의 활약상을 통해 KBO리그의 투수 운영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선발과 구원을 오갔던 임창용의 기록은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는 과도기에 쌓인 기록들이기 때문에 그의 기록들을 통하여 투수 분업화가 이뤄지는 과정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체계적인 투수 관리에 있어서는 아직 좀 더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는 KBO리그에서 롱런하고 있는 투수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특히 구원투수들은 선발투수와 달리 규칙적으로 등판하기 어렵다.

구원투수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많은 이닝을 던질 수도 있고,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도 있다. 마무리투수가 9회말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다가 초구에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1구 패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선발투수보다 기록을 적립하기 힘든 구원투수로 1400탈삼진을 달성한 임창용의 기록은 "기록적으로는" 큰 의미를 지닌다. 포지션과 보직을 떠나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활약하는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기록은 야구 역사에 있어 그만큼 더 큰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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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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