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 나오는 염기훈 수원 삼성 염기훈이 지난 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서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 실려 나오는 염기훈 수원 삼성 염기훈이 지난 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서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개막을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수원 삼성과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염기훈은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그는 0-1로 뒤진 후반 31분 상대 팀 외국인 선수 리차드의 거친 태클을 당한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했다. 염기훈은 구급차에 직접 올라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염기훈은 충돌 과정에서 가슴과 늑골 쪽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최근 월드컵 출전이 유력하던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왼쪽 풀백 김진수가 3월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중앙수비수 김민재는 리그 경기 중 정강이 미세 골절 부상을 입었다. 현재로서 두 선수는 월드컵 대표팀 소집까지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할수 있을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두 선수는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베스트11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대표팀은 현재 가뜩이나 수비불안이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장현수-권경원 등이 꾸준히 중용되고 있지만 잦은 실수와 불안한 조직력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던 김민재와 김진수가 모두 낙마한다면 김영권-박주호-김주영-김기희 등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염기훈마저 부상을 당한다면 대표팀으로는 공격진 구성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염기훈은 비록 대표팀에서 주전급은 아니지만 측면 윙어와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어서 유용한 백업 자원으로 꼽혀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한국의 원정 16강에 기여하여 대표팀에 몇안되는 본선 경험을 갖춘 30대 베테랑이기도 했다.

김민재·김진수 이어 염기훈마저 부상... 대표팀 계획 대폭 수정될까
물론 염기훈이 없어도 대표팀에는 손흥민이나 이근호, 황희찬, 권창훈, 이재성 등 언제든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은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 전술인 4-4-2에서 손흥민이나 이근호, 황희찬이 최전방 공격수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데다, 염기훈을 제외한 대표팀의 2선자원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윙어보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공간침투형' 선수들 일색이다.

정확한 '택배 크로스'가 특기인 염기훈이 빠지게 된다면 대표팀은 측면 공략과 세트피스에서 유용한 공격 옵션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또한 경기 후반에 분위기를 전환시켜줄 수 있는 확실한 '조커'의 부재도 더 두드러지게 된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7월 첫 부임 이후 올해 3월 유럽 원정까지 각종 국제대회와 평가전을 거치며 월드컵 구상을 80% 이상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월드컵 엔트리 발표(5월 14일)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줄부상으로 자칫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졌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부상 경계령은 세계 각국 대표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특히 대체불가한 핵심자원들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잃는다면 뼈아픈 타격이다. 한국축구만 하더라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하필 출정식이었던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전력의 절반'이라던 공격수 황선홍을 부상으로 잃었던 것을 비롯하여,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역시 주전공격수였던 이동국이 무릎 부상으로 낙마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주전 센터백 곽태휘를 부상으로 잃은 바 있다.

월드컵 코앞에 둔 대표팀, 이제 부상을 가장 경계해야

 2018러시아월드컵 시험무대가 될 북아일랜드 평가전을 하루 앞둔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왼쪽 세번째) 등 선수들이 23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2018.3.23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왼쪽 세번째) 등 선수들이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완전히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월드컵에서는 이동국 대신 조재진이라는 타깃맨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고,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곽태휘의 자리를 대체한 이정수가 수비수임에도 2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원정 16강행에 기여했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빈 자리를 꿰찬 선수들이 의외의 활약으로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는 축구에서 드문 일도 아니다.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 보이던 선수들에게는 대표팀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수도 있다. 소속팀에서 경기력 문제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월드컵 출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자아내던 청용이나 석현준, 지동원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수비수 김영권이나 홍철도 대표팀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어차피 이들은 최소한 14일 발표할 예비명단에는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일 염기훈-김민재 같이 포지션이 겹치는 일부 선수들의 부상회복이 늦어진다고 판단될 경우, 이들이 대안으로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대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의 부상 선수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파 선수들은 물론이고 특히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경우,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부담과 집중력 저하로 인한 부상의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팀사정에 따라 순위경쟁 등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은 선수들은 특히 걱정이 크다.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황희찬 등 유럽파들은 사실상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다. 시즌 내내 많은 경기를 소화한 유럽파 선수들은 이제 소속팀 일정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본선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불의의 부상'에 휩쓸리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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