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현역 시절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공식 프로필 키는 167cm, 작은 체구임에도 한 뼘 이상 큰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골을 터뜨렸다.

마라도나 뒤를 이어 리오넬 메시(170cm)가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고 있다.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메시는 가공할 득점력을 뽐내며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님'을 입증했다. 이들 외에도 이니에스타(171cm), 다비드 실바(170cm), 마티유 발부에나(167cm), 세르히오 아구에로(173cm) 등 왜소한 체구의 스타플레이어는 많다. 

베로나 기대주 이승우의 공식 프로필 키도 170cm다. 많은 이들이 이승우의 약점으로 피지컬을 꼽는다. 하지만 이승우 또한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님을 조금씩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2017년 11월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입견 깬 이승우

이승우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 중이다. 낮은 무게 중심으로 바탕으로 볼을 지켜낸다. 지난해 전북 현대(1군) vs. U-20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드리블로 전북 수비진을 벗기거나 영리하게 반칙을 얻어냈다. 정교하게 볼 컨트롤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승우는 세리에A 명문 AC밀란을 상대로도 '성장한 자신'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2017~18 세리에A 36라운드서 후반 만회골을 터뜨렸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이승우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밀란 수비진을 벗겨냈다. 특히 장신 수비수와 직접 부딪치며 볼을 지켜냈다. 계속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던 그는 마침내 세리에A 데뷔골을 신고했다. 후반 39분 코너킥 상황서 밀란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페널티박스 중앙서 오른발 발리로 연결했다. '부폰 후계자'로 불리는 돈나룸마(AC밀란) 골키퍼도 꼼짝 못 하는 슈퍼골이었다.

베로나는 위안을 얻었다. AC밀란에 1-4로 지면서 세리에B 강등이 확정됐지만 이승우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베로나 지역지 '헬라스 1903'는 "아크로바틱 슈팅으로 돈나룸마 골키퍼를 무너뜨렸다"며 이승우의 성장은 큰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매체 '투토 메르카토'도 이승우에게 팀 내 최고 평점 7을 주며 "(밀란 최정예 부대를 상대로) 화려한 골을 터뜨렸다"고 주목했다.

단순히 골을 넣었다는 것만으로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높은 점수를 준 게 아니다. '세리에A' 무대에서 'AC밀란'을 상대로 이승우의 기술이 통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승우는 만 20세에 불과하다. 1~2년 더 지나면 피지컬은 더욱 보완될 것이며 그라운드에서 '작은 키로 살아남는 법'을 확실히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전문가가 본 이승우의 잠재력

일부 축구팬들은 아직도 이승우의 피지컬에 물음표를 단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의 시선은 다르다. '독일 분데스리가 전설' 차범근은 이승우의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봤다.

차범근은 지난해 이승우와 면담을 통해 "2017년 4월 잠비아 U-20팀과 평가전이 떠오른다. 이승우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득점했을 때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 그런 골을 넣을 공격수가 몇이나 되겠나. 장점을 극대화하라. 뛰어난 드리블과 경기를 읽는 시야,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만드는 천재성을 지녔다. (주눅 들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고 조언했다. 

이승우는 영리하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다. 왜소한 체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AC밀란을 상대로 증명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한가. 몸싸움 하는 법을 터득 중이다. 바르셀로나에 이어 베로나 피지컬 담당코치가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보다 나은 환경에서 단점을 줄여가고 있다. 자신감을 주면 솟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승우에 대한 선입견을 거둬야 하는 이유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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