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 듀오'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시즌 막바지 들어 고전에 빠져있다. 손흥민은 장기간의 골침묵에 시달리며 주전 경쟁에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기성용은 소속팀이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놓여있다.

손흥민은 6일 오전(아래 한국 시각) 열린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2017-20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에 교체 출전했으나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종료 직전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올 시즌 맹활약했던 손흥민, 시즌 막바지에는...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올 시즌 1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으나 최근 8경기 연속으로 득점포를 추가하지 못했다. 최근 컨디션이 떨어졌다는 우려와 함께 이날 웨스트브롬전에서는 베스트11에서 제외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자리에 에릭 라멜라를 투입했다. 손흥민은 후반 22분 알리를 대신해 출전했지만 교체 이후에는 눈에 띄는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21골을 기록하며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 골 신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지난 3월 12일 리그 30라운드 본머스전에서 17, 18호 골을 연이어 터뜨릴 때만 해도 다시 한번 개인 최다골 기록 경신까지 충분히 가능할 듯 보였지만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며 2년 연속 20골 기록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3시즌 간 꾸준히 발전해온 손흥민이지만 여전히 약점으로 지적 받는 부분은 '기복'이다. 손흥민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골을 몰아치지만, 슬럼프에 빠지면 장기간 침묵하는 경우도 많다. 손흥민은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에서 올 시즌 리그-컵대회-챔피언스리그까지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게다가 활동량이 많은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상 그동안 체력 부담이 누적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손흥민이 그동안 팀에 기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라멜라-루카스 모우라 등 포지션 경쟁자들과 끊임없이 주전 경쟁을 유도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용병술도 손흥민에게는 반갑지 않은 부분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알리-에릭센 등 다른 주전급 선수들이 체력 저하와 슬럼프로 고전하던 시절에도 꾸준한 신뢰를 보여준 데 비해 유독 손흥민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도 무관에 그쳤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16강에서 유벤투스에 역전패하며 탈락했고 FA컵은 맨유를 만나 또 다시 준결승에서 무릎을 끓었다. 현재로서 남은 목표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수성 정도다.

10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13일 레스터 시티와 2경기를 남겨둔 현재 토트넘이 유리한 입장이지만 4위 첼시의 추격 가능성이 남아있어서 방심할 수 없다. 올 시즌 종료 이후 러시아 월드컵-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국제대회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시즌 막바지 득점 기록이나 주전 경쟁을 무리하게 의식하기보다는 적절한 페이스 조절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강등 위기에 처한 스완지, 기성용의 선택은

 기성용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조니 에번스(5)를 앞에 두고 드리블하고 있다. 2018.3.25

기성용이 24일(현지시간) 영국 벨파스트 윈저파크경기장에서 열린 북아일랜드 평가전에서 조니 에번스(5)를 앞에 두고 드리블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기성용의 스완지시티 AFC는 강등의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경기를 남겨둔 현재 스완지는 승점 33점으로 강등권인 18위에 올라있다. 공교롭게도 골 득실로 스완지에 앞서 간산히 잔류권인 17위에 올라있는 사우샘프턴과 37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팀 모두에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사실상의 단두대 매치다.

최근 스완지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공식 경기 8경기 연속 무승이다. 지난 본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0-1로 패했다. 지난해 12월 폴 클레멘트 감독을 경질하고 포르투갈 카를루스 카르발할 감독을 선임하며 후반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맨시티-첼시 등 하필 강팀과의 대결이 몰린 4월에 연패의 늪에 빠지며 다시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기성용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팀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빛이 바래고 있다.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에게 소속팀의 강등 공포는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다. 2010-2011 시즌 박주영(서울FC)의 AS 모나코(프랑스), 2011-2012 시즌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속했던 볼턴, 정조국(강원FC)이 임대로 활약한 낭시(프랑스), 20120-2013 시즌 박지성(은퇴)과 윤석영(가시와 레이솔)이 속한 QPR, 2013-2014 시즌에는 김보경(가시와 레이솔)의 소속팀이었던 카디프시티(잉글랜드), 2014-2015 시즌에는 윤석영의 QPR과 김보경의 위건 등이 각각 하부 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한 바 있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임대 시절(2013-2014 시즌)을 비롯하여 스완지에서 수년간 강등 위기를 겪으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며 생존왕의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어차피 올해로 스완지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기성용으로서는 올시 즌 최악의 경우, 팀이 2부리그로 강등 당한다고 해도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스완지에서 5년 넘게 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최다출전 기록까지 세운 기성용으로서는 팀의 주축 선수로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하고 쓸쓸하게 떠나는 모양새는 달갑지 않을 시나리오다. 이미 겨울 이적 시장부터 AC밀란 등 여러 클럽들은 기성용을 눈독 들이고 있다. 스완지가 강등 당할 경우 기성용은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기성용은 다가오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나란히 한국 축구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기왕이면 소속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홀가분하게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 월드컵에서도 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최종엔트리 발표와 월드컵 본선까지 이제 남은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슬슬 부상이나 컨디션 관리를 더 신경써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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