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스틸컷.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는 2차 세계대전을 겪던 영국 런던의 한 마을에서 총성과 폭탄의 공포 속에서도 40년간 사랑을 이어 온 에델과 어니스트 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렸을 때 한 번쯤 읽어봤을 동화 <눈사람 아저씨>의 작가 레인먼드 브릭스의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직접 본 부모님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였다.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는 2차 세계대전을 걸친 40~50여 년에 걸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40년에 걸친 긴 시간동안 고속도로가 생기고, TV와 전화기가 집집마다 설치되고, 전기제품이 생긴다. 또한 히틀러와 영국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끝나기도 하고, 인류가 달에 갔다 오기도 한다. 초반에는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빨라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가 나타내려고 했던 것이 한 인간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납득할만 했다.

주인공들이 점점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그림으로 참 잘 그려냈다. 초반에 에델과 어니스트 부부의 조그맣던 아들이 심은 사과나무 씨앗은 에델과 어니스트 부부가 죽은 뒤, 영화 말미에 울창한 사과나무로 자란 것을 보여준다. 인물의 모습만 보고서도 시간이 흐른다는 걸 잘 표현했으며, 인류가 달에 갔다 오고, 집집마다 TV와 전화기, 그리고 자동차가 생기는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역사의 발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발전 모습과 애니메이션만의 푸근한 느낌이 참 잘 표현되어 아이들에게 영국이라는 새로운 곳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토리와 그림만으로 서정적인 감성 끌어내는 2D 애니메이션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스틸컷.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색채와 그림이 참 예쁘다는 것이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그림이 당연히 예뻐야 해서가 아니다. 간만에 고전 명작을 떠올리게 할 만큼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든 건 그 이유에서다. 부모님의 실화를 담아 특별했을 레이먼드 브릭스, 그리고 로저 메인우드 감독은 다양한 일러스트 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이 덕분이었는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느낌의 신선하고 예쁜 색채였다. 어느 것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그림이었다. 3D도 아닌 2D 영화인데, 화려함 없이도 스토리와 그림만으로도 서정적인 감성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를 꼽으면 '전쟁'인데, 영화의 스토리 중 중요한 것 하나이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레이먼드를 낳지만, 부모님에 의해 5살이 되었을 때 전쟁의 위협을 피해 안전한 시골로 보내진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집 마당에 방공호를 짓고, 집 안에서 잘 때도 안심하지 못한 채 쇠로 만든 박스 침대에서 자며 매일매일 폭격에 의해 누군가가 죽는다. 이는 애니메이션을 볼 아이들에게 전쟁의 참혹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신들은 평화가 좋은데, 왜 누군가는 이 평화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지 묻는 주인공들에 물음에 무엇이라 답하면 좋을까.

영화를 보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씁쓸한 현실적인 모습도 있었다. 레이먼드가 시험에 합격해 중등학교에 간 이후, 골프장에서 무언가 훔치다 걸려 잡혀 오기도 하고, 대학생이 될 수 있는데 미술학교에 가겠다는 아이를 생계 유지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훔치다 잡혀 온 아들이 원망스러워 화내고, 경찰차에서 내리는 아이를 보고 이웃집 아주머니가 이유를 묻자 경찰의 수사를 도와줬다고 말하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한다. 또한 나이가 들자 치매에 걸려 남편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인, 그리고 정신적 병이 있는 레이먼드의 약혼자에게 결혼은 현대등기소가 아닌 교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가정을 꾸리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왔다면, 레이먼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영화 속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고층 빌딩도 없고, 전자 기기가 없어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드넓은 땅과 사랑으로 가득한 캐릭터의 모습은 삶이라는 곳에 갇힌 우리가 탈출구를 찾고 있기에 더욱 와닿는지도 모른다. 5월 10일 개봉.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포스터.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에델과어니스트 애니메이션 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