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선발투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화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한화보다 6개나 적은 7안타를 때리고도 5-4로 역전승을 만들었다. 옆구리 부상을 당한 이용찬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선발 자리에 구멍이 뚫린 두산은 이날 6명의 투수를 투입시키는 물량 공세를 통해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시즌 14승 5패).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재호는 7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렸고 '캡틴' 오재원은 행운이 섞인 결승 내야 안타를 쳤다. 7회에 등판한 베테랑 좌완 이현승은 볼넷 2개를 내주고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컨디션 난조로 임시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두산의 젊은 좌완 함덕주는 동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터프 세이브를 기록하며 시즌 4번째 세이브를 적립했다.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KBO리그 대표 좌완 영건

 두산 함덕주

두산 함덕주 ⓒ 두산 베어스


함덕주는 원주고 시절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는 아니었지만 제구력이 좋고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는 배짱이 돋보이는 투수였다. 2학년이던 2011년엔 청소년대표에 선발돼 아시아 고교야구 최강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원주고 소속으로는 야구부 창단 후 최초로 등장한 청소년 대표 선수가 바로 함덕주였다(원주고 대선배 안경현은 연세대 진학 후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함덕주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체격(181cm 78kg)이 크지 않고 구속이 빠르지 않다는 이유로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함덕주는 입단 첫 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늦게 출발했다. 7월 1군에 호출된 함덕주는 3경기에 등판했지만 1.1이닝 동안 5점을 내주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평균자책점 33.75).

준우승에서 6위로 떨어진 시즌으로 두산 팬들에겐 기억하기 싫은 해로 남은 2014년, 함덕주는 두산의 유일한 위안거리로 떠올랐다. 31경기에서 26.1이닝을 던진 함덕주는 1승2홀드4.44를 기록하며 1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특히 7월 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1.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내며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4년 가능성을 보인 함덕주는 프로 3년 차가 되던 2015년 본격적으로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용찬과 홍상삼의 군입대, 정재훈의 이적 등으로 구멍이 뚫린 두산 불펜에서 함덕주는 무려 68경기에 등판해 61.2이닝을 책임지며 7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투구 균형이 무너지면서 부진했지만 함덕주가 없었다면 두산의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쉼 없이 마운드에 올랐던 탓일까. 함덕주는 2016년 15경기에서 8.2이닝 6실점(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다. 하지만 선발로 변신한 2017년 35경기에 등판한 함덕주는 9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으로 다시 두산 마운드의 보물이 됐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김강률 이탈로 마무리 변신, 일주일 동안 4이닝 무실점 3세이브

2017년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함덕주는 시즌 막판 불펜 투수로 변신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필승조로 활약하며 두산이 치른 9경기 중 무려 8경기에 등판했다. 게다가 시즌 종료 후 국제대회 참가까지. 아무리 젊은 투수라고 해도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올해 연봉이 7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수직 상승한 함덕주에게는 오른 연봉만큼 마운드에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도 함께 무거워졌다.

함덕주는 작년 시즌 선발로 등판한 24경기에서 7승 8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5선발 투수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2015 시즌과 지난 2017 시즌 후반기에 함덕주가 불펜 투수로서 보여준 활약을 고려해 함덕주를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대신 2012년 10승을 거둔 경력이 있는 우완 이용찬을 5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함덕주는 불펜으로 돌아가 마무리 김강률 앞에 던지는 셋업맨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함덕주는 팀이 4-1에서 4-9로 역전패를 당했던 지난 1일 kt 위즈전에서 유한준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투구로 두산의 셋업맨 역할을 잘 수행했다. 하지만 이 기간 두산의 마무리 김강률은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38로 부진했고 김태형 감독은 지난 11일 김강률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김강률이 돌아올 때까지 함덕주와 루키 곽빈, 베테랑 이현승 등을 상황에 따라 마무리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의 집단 마무리 선언과는 달리 김강률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지 일주일이 지난 현재,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는 함덕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함덕주는 김강률 이탈 후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로 세이브 3개를 챙겼다. 18일 한화전에서도 안타 3개를 맞았지만 9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김강률이 빠진 현재의 두산 불펜에서 함덕주만큼 믿음직한 투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함덕주는 분명 두산의 5선발이었다. 하지만 두산이 가을야구를 할 때 함덕주는 마무리 김강률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이 돼 있었다. 그리고 김강률이 잠시 전력에서 빠져 있는 올해 함덕주는 두산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어떤 보직을 맡겨도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해 최고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듬직한 좌완이다. 두산 입장에서 더욱 기쁜 사실은 함덕주라는 만능 투수가 올해 만 23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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