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FC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았던 이승우(베로나)가 본격적인 성인 무대 데뷔 첫 시즌부터 고전하고 있다. 이승우는 올 시즌 세리에A로 이적한 후 리그에서 9경기, 컵대회 2경기 등 총 11경기에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두 달이 넘게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FC도 강등권에서 허덕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4월 15일(아래 한국시각) 볼로냐와의 원정경기에서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잡았다. 교체 명단에 포함된 이승우는 후반 23분 호물루를 대신하여 투입되며 지난 2월 5일 AS로마전 이후 리그 9경기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20여 분간 활발한 움직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팀은 0-2로 패하여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그나마 오랜 공백기에도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움직임으로 가능성을 어필했다는 게 위안거리였다.


'화려한 유망주' 이승우에겐 높았던 프로의 벽?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화려한 후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선수로는 드물게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통통 튀는 개성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3년 FIFA는 FC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승우에게 FIFA 공식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원치 않은 공백기를 거치며 바르셀로나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이승우는 결국 이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또래들과 경쟁하던 유소년 시절과 달리 성인 무대의 벽은 높았다. 강등권을 허덕이던 베로나의 팀 사정까지 겹쳐 검증되지 않은 이승우에게 꾸준한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승우의 부진과 함께 그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여론도 다소 냉담해졌다. 한때 이승우에게 걸었던 높은 기대치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격이다. 그가 처음 주목받게 된 계기였던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명성과 개성 넘치던 언행은 이제는 이승우를 비판하는 소재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상 언론은 이승우가 성인 무대에 데뷔도 하기 전부터 유소년 레벨에서 보여준 가능성만으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었던 측면도 있다. 유스 선수에게 열광하던 분위기는 명문팀 출신이라는 학벌, 스펙에 쉽게 현혹되는 우리 사회의 군중 심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이승우에게 필요한 것은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기니 모하메드 알리를 뚫고 첫 골을 넣고 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기니 모하메드 알리를 뚫고 첫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장기적으로 이승우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경험은 오히려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의 현 주소가 어디인지를 절감하고 한계를 극복해가며 성장한다. 이승우는 본격적인 성인 무대 데뷔 첫 해를 겪어가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단순히 당장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승우는 아직도 스무살에 불과하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볼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최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승우는 여전히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과 미래를 갖춘 유망주다. 다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승우 본인이 증명해야 할 몫이다. 이승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비난도, 어설픈 위로나 격려도 아니다.

현재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불리는 손흥민이나 기성용은 그보다 더 많은 찬사와 비난을 일상적으로 겪었다. 이제 막 성인 리그에 발을 디딘 이승우를 평가하는 기준이 유소년 시절보다 더 엄격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이승우가 프로선수로서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