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당시 한 종편의 뉴스특보 보도 화면

2015년 당시 한 종편의 뉴스특보 보도 화면 ⓒ 종편 화면 갈무리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영화제작자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1심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가 기각됐다. 이로써 횡령 등 차 교수의 주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지난 2015년 6월 4일 한 종편 채널은 '뉴스특보'라는 이름으로 영화제작자 차승재 동국대 영상원 교수의 국가보조금 횡령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상태에서 진선미 국회의원의 보증을 받고 출국한 사실도 거론했다. 같은 계열사 일간지의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이를 특별하게 부각시킨 것이었다. 차 교수는 <타짜>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 <살인의 추억> 등 다수의 흥행 영화를 제작했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를 역임한 국내 대표적 영화제작자다.

주로 보수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종편 패널들은 뉴스특보에 출연해 차 교수가 수사를 받던 중 사업상 목적으로 중국을 다녀온 것에 대해 '국회의원을 압박하거나 회유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주장했다. 또 "유명한 교수가 수억을 '땡긴' 것 아니냐"며 차 교수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방송에서 "야당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독재 타도하자고 하면서 자기들만 특권을 행사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차 교수의 친분을 강조하려는 듯 함께 토크쇼 행사를 진행하는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차 교수가 받은 혐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입찰방해 등이었다. 차 교수는 한 법인 대표와 공모해 2011∼2012년 서울 마포구에 있는 A 사단법인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고보조금 16억 원 수령에 필요한 자부담금을 허위로 계좌에 납입해 부당하게 보조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2015년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3년이 다 된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차 교수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던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검찰은 징역 5년의 중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앞서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입찰방해 혐의 일부만 유죄로 판시해 150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을 뿐,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서는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종편이 차 교수를 거세게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죄가 없던 사람을 몰아붙인 꼴이 됐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도 올랐던 차승재 "필요한 대응 할 것"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 성하훈


차 교수는 2심 판결 직후 자신의 SNS에 무죄 소식을 전하며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말을 아낀다"고 적었다. 차 교수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영화인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차 교수가 2015년 경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되자 영화계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수사일 수 있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하고자 했으나 검찰이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해 불구속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던 일부 보수 영화계 인사들은 차 교수에게 적용된 사기와 횡령 혐의 등을 강조하며 진보 영화계 인사의 부정 비리문제로 몰아가려는 모습이었다.

차 교수는 14일 전화통화에서 "법원도 아니고 검찰에서 경찰의 영장을 기각할 정도면 당시 검찰이 보기에도 수사에 무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8개월의 시간이 흘러서야 기소가 됐는데, 2015년 12월 말에 총선을 앞두고 지검장이 바뀌니 수사가 재개됐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개의 무거운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무죄가 난 것은 그만큼 과도하게 수사를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에 편중됐던 종편이 업무상 해외 출장을 도와준 당시 야당 국회의원을 비판하기 위해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를 부각한 것으로 보는데, 무죄가 나온 만큼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차승재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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