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승리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한화 승리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를 상대로 3연전을 싹쓸이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화가 기아와의 시리즈를 완승한 것은 지난 2012년 7월 27일~29일 이후 무려 6년(2083일)만이다. 지난 8일 KT전(12-8)까지 포함하면 무려 4연승 행진이다.

한화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리즈였다. 일단 연승행진으로 한화의 팀순위는 단숨에 4위까지 반등했다. 한화는 8승 7패로 5할 승률을 넘어서며 3위 SK를 1게임차이로 추격했다.

호잉의 눈부신 활약, 샘슨도 첫 승 신고

무엇보다 선수단이 이번 승리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다. 기아는 지난해 우승팀이자 올해도 막강 전력을 유지하며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팀이다. 그런 기아를 상대로 한화는 1차전(4-3)과 2차전(6-3)을 각각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한 데 이어 3차전에서는 상대 에이스 헥터 노에시(2이닝 7실점)를 조기에 무너뜨리며 장단 17안타를 폭발시키고 15-4로 완승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였다.

기아가 시즌 초반 주축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하여 아직 지난 시즌 만큼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면도 있지만, 그점은 한화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의 4번타자 김태균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데다 슬럼프에 빠진 최진행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샘슨과 휠러같이 믿었던 외국인 투수들이 초반 난조를 보이며 선발로테이션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다. 한화 타선은 송광민이 4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맹타를 휘두르며 김태균과 최진행의 자리를 보란 듯이 메우고 있다. 송광민은 12일까지 타율 0.404(전체 3위)를 기록중이며 타점은 21개로 무려 리그 1위다. 특히 한화가 상승세를 탄 최근 7경기에서만 무려 16타점을 쓸어담았다. 그동안 한화의 프랜차이즈 내야수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송광민은 올시즌 초반 개인 커리어하이를 기대하게하는 맹활약으로 대기만성의 표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호잉, 싹쓸이 2루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호잉이 2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호잉, 싹쓸이 2루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호잉이 2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의 활약도 눈에 띈다. 호잉은 14경기에서 타율 .420, 5홈런 15타점으로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한화가 외국인 선수의 이름값보다 가성비에 치중하며 영입된 호잉은 일본프로야구(한신) 무대로 떠난 기존의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비교되는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호잉은 로사리오같이 폭발력있는 거포는 아니지만 대신 공수주에서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주는 전천후 선수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호잉은 시즌 개막 무렵만 하더라도 외국인 타자로는 드물게 7번 타자로 나설만큼 타격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근에는 4번 타자로도 나서고 있다. 4번으로 나섰을 때 3홈런을 기록했고 10일 기아전에서 홈런 2방을 앞세워 팀 승리를 이끌었다. 원래부터 기대했던 수비와 주루. 작전 소화 능력는 물론이고 팀 상황에 맞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목이다.

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반 부진으로 속을 태웠던 키버스 샘슨이 첫 승을 신고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샘슨은 시범경기에서의 호투와 달리 시즌 초반 제구 난조를 드러내며 3연패에 빠지며 고전했다. 외국인 투수 교체를 일찍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12일 기아전에서 최고구속 154㎞의 강속구를 앞세워 6이닝 1실점(3피안타)로 호투하며 KBO 무대 첫 승리와 퀄리티스타트를 동시에 신고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은 면도 있지만 상대 선발이 기아 에이스 헥터였기에 더 값진 승리였다.

5할 승률 회복, 한화의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

특히 송은범의 부활은 올시즌 한화의 반등을 이야기하는 데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2014년 한화와 FA 계약을 맺은 뒤 송은범은 3시즌 동안 4승 24패에 그치며 '최악의 먹튀' 취급을 받았던 송은범은 올시즌 벌써 3승을 거두며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7경기에서 자책점이 고작 1.88에 불과하다. 올시즌에는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는 송은범은 지난 8일 KT전(2이닝 무실점), 11일 기아전(3이닝 무실점) 등 어려운 상황에서 롱릴리프로 투입되어 고비를 틀어막는 눈부신 역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활력소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겪고 있는 한화는 올시즌을 앞두고 다시 '리빌딩'을 선언했다. 외부 FA를 단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도 이름값보다는 젊음과 내구성에 더 주목했다. 이로 인하여 사실 올시즌 한화의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편이었다.

지난 1일 SK에게 3연전을 스윕패당하며 2승 7패로 9위까지 추락하자 벌써 올시즌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고질적인 수비불안과 경기 후반 뒷심 부족은 여전히 쉽게 고쳐지지 않으며 '차라리 선수들을 혹독하게 굴리던 김성근 감독이 있을 때가 나았다'는 푸념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이후 롯데전 연승을 기점으로 4월 들어서 6승 2패의 상승세를 타며 반등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혹사 논란 같은 무리수 없이도 5할 승률을 회복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물론 한화는 아직 갈길이 먼 팀이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패배주의를 떨쳐내고 팀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당장의 연승과 연패도 중요하지만 긴 호흡이 팀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화의 희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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