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내려오는 송승준 11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2회초 롯데 선발 투수 송승준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2018.4.11

▲ 마운드 내려오는 송승준 11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2회초 롯데 선발 투수 송승준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2018.4.11 ⓒ 연합뉴스


시즌 초반 최하위 부진에 빠져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첫 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롯데는 1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12-0으로 완승했다. 전날 넥센과 시즌 첫 대결에서 4-3으로 이겼던 롯데는 2연승과 함께 시즌 4승(11패)째를 챙기며 9위 삼성과의 격차를 1게임으로 좁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롯데는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부동의 4번 타자로 출장했던 이대호가 올시즌 처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 이대호는 이날 경기전까지 타율 0.226(53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대호 대신 선발 출전한 이병규

특별한 부상이나 체력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롯데 타선의 핵인 이대호가 벤치에서 대기하는 것은 드문 장면이다. 앞서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가 최근 팀의 부진으로 인하여 주장으로서 많은 압박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결장이 컨디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휴식 차원에서의 배려였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날 4번 지명타자에는 이병규가 배치됐다.

이날 넥센의 선발은 상대 에이스이자 롯데전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에스밀 로저스였다. 여기에 롯데 선발 송승준이 2회 1사 후 갑작스러운 허벅지 부상으로 조기에 물러나는 악재까지 겹쳤다. 롯데 자이언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 했다.

우려한대로 롯데 타선은 3회까지 로저스에게 고전했다. 하지만 4회를 기점으로 잠자던 롯데 타선이 깨어나면서 흐름이 반전됐다. 손아섭-채태인-이병규의 연속 출루로 만든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리며 0의 행진을 깼다. 이어 앤디 번즈의 우전안타와 신본기가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3-0으로 앞서나갔다.

롯데는 5회에도 무사 1, 2루에서 채태인의 2루타와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두 점을 얻어 5-0으로 기어코 로저스를 강판시켰다. 종전까지 롯데전 2승(2015-2016 시즌 한화 이글스 시절)을 기록 중이던 로저스는 이날 4.1이닝 동안 8안타와 사사구 3개로 5실점을 허용하며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해 만들어 낸 성과

희생플라이 치는 이병규 11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에서 롯데 이병규가 1타점 희생플라이를 쳐내고 있다. 2018.4.11

▲ 희생플라이 치는 이병규 11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에서 롯데 이병규가 1타점 희생플라이를 쳐내고 있다. 2018.4.11 ⓒ 연합뉴스


기세가 오른 롯데는 6회말 들어 2루타만 3개를 포함한 6안타와 2볼넷을 엮어 대거 7득점을 뽑아내며 넥센의 추격의지를 사실상 꺾어놓았다. 선발에서 제외되었던 이대호도 경기후반 대타로 출장하여 안타 1개를 추가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롯데 타선은 이날 올 시즌 최다인 17안타 12득점을 터뜨리며 대폭발했다. 채태인이 4타수 3안타 3타점, 손아섭이 3타수 2안타 3득점, 이병규 3타수 2안타 2타점, 신본기가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맹타를 휘둘렀다.

타선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마운드의 분전도 빛났다. 승승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급하게 투입된 진명호(3.1이닝 무실점)를 시작으로 오현택과 구승민-박시영-노경은(이상 각 1이닝) 등이 돌아가면서 고른 호투로 넥센 타선을 선발 2안타로 꽁꽁 묶었다. 롯데 마운드는 7회 2사까지 '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호투를 펼쳤으나 구승민이 넥센 김하성에게 첫 안타를 내주며 대기록은 아깝게 무산됐다. 하지만 끝까지 실점은 허용하지 않으며 올 시즌 첫 '팀 영봉승'은 달성했다. 또한 승리투수가 된 진명호는 지난 2012년 8월 21일 시민 삼성전 이후 무려 2059일 만의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팀의 최고 타자(이대호)와 FA 이적생(민병헌), 선발(송승준)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오히려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롯데의 반전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적어도 이날의 롯데만큼은 꼴찌 팀이라고 보기 어려운 저력을 과시했다. 특정 선수 한두 명이 잘해서 만들어낸 대승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합작하여 만들어낸 성과라는 게 고무적이다.

비판은 스타의 숙명이지만...

이대호 적시 2루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이대하고 1회초 1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2018.4.4

▲ 이대호 적시 2루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롯데 이대하고 1회초 1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2018.4.4 ⓒ 연합뉴스


롯데가 개막 7연패를 당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을 때도 근본적인 원인은 팀 전체의 동반 난조였다. 하지만 몇몇 주축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이 쏠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이대호는 팀의 주장이자 4번 타자라는 이유로 유독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대호의 과도한 몸값(150억)과 체중을 거론하며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이 넘쳐나는가 하면, 퇴근길에 한 극성 팬이 던진 치킨 박스를 등에 맞는 수모까지 당했다. 일본, 미국 등 다양한 무대를 거치며 누구보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이대호로서도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비판도 스타의 숙명이다. 이대호가 시즌 초반 기대치에 비하여 부진하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팀 성적이 좋지못한 상황에서 이대호 같은 간판타자를 제외한다는 것은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조원우 감독은 당장의 한 경기보다 선수와 팀 모두를 위하여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는 오히려 팀도 살고, 이대호도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됐다.

단지 이날의 한 경기 결과만 낳고 '이대호가 빠지니 롯테 타선이 더 잘 돌아간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아직도 롯데는 최하위이고 144경기 장기레이스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아나야 하는 선수는 역시 이대호다. 하지만 롯데가 그저 이대호의 활약에만 좌우되는 팀이라면 결코 강팀이 될 수는 없다.

이대호-민병헌-송승준-박세웅-강민호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도 롯데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수 있다는 경험과 지신감을 찾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롯데 선수들이 이날 보여준 집중력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결국 해답은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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