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마린>(2006)에 출연한 존 시나의 모습.

영화 <더 마린>(2006)에 출연한 존 시나의 모습. ⓒ 20세기폭스코리아


미국 프로레슬링 간판스타 존 시나(40)가 방탄소년단(BTS)의 팬임을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 26일(한국 시간) 미국 방송국 니켈로디언이 개최한 '2018 키즈 초이스 어워드'(KCA)에서 글로벌 뮤직 스타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더 뱀프스(영국), 로드(호주), 블랙 커피(아프리카) 등을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키즈 초이스 어워드'는 미국 10대 시청자들이 참여해 음악·영화 등 각 분야 최고를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존 시나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제이홉은 겸손하고 쾌활하다. RM은 엉뚱하고 사랑스럽다. 멤버들 모두 재능 있고 멋지다"고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축하했다. 존 시나가 방탄소년단 팬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평소 자신의 SNS를 통해 방탄소년단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다.

최근 미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팬이 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진행자가 "인스타그램에 방탄소년단 사진을 자주 올리는데 혹시 '아미(방탄 팬클럽명)'인가"라고 묻자, 존 시나는 망설임 없이 "그들의 팬이다. 제이홉의 믹스테이프 가운데 'Baseline'이라는 곡을 좋아한다. '항상'이라는 곡도 즐겨듣는다"며 "우연히 알게된 그룹이며 경이로운 사람들이다. SNS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되는 건 멋진 일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뒤엎자'. '아미'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존 시나와 방탄소년단의 공통분모

방탄소년단, 크리스마스니까 하트 방탄소년단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SBS가요대전>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방탄소년단, 크리스마스니까 하트 방탄소년단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SBS가요대전>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시나는 미국 프로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헐크 호건-랜디 세비지-얼티밋 워리어-스티븐 오스틴 계보를 잇는 WWE 슈퍼스타로 평가받고 있다. 보디빌더 출신으로 2001년 프로레슬링에 데뷔했다. 신인시절엔 '힙합 래퍼'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다. 헐렁한 바지에 스냅백, 체인 목걸이를 걸친 채 링 위에 올라 "You can't see me"를 외쳤다.

존 시나와 방탄소년단의 공통점이라면 여성과 10대 청소년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또 두 스타 모두 SNS를 잘 활용한다. 존 시나는 지난 2014년 기준 1800만여 명 이상의 팔로워를 기록하며 미국 프로농구(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를 제쳤다. 북미 운동선수 통틀어 SNS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Like)'를 받았다. 방탄소년단도 SNS에서 존 시나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은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된 그룹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기네스 세계 기록' 측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리트윗 수 15만2112회(2017년 5월 기준)를 기록, 전 세계 모든 남성그룹을 제쳤다.

무명시절 이겨낸 존 시나와 BTS

방탄소년단이 그랬던 것처럼 존 시나도 무명시절을 거쳤다. 2000년대 초반 존 시나는 자버(jobber, 져주는 역할의 레슬러)에 가까웠다. 비슷한 시기 WWE에 데뷔한 브록 레스너(40·미국)에게 흠씬 얻어맞기도 했다. 또 존 시나가 2003년 로얄럼블(30인 매치)에서 랩만 부르다가 탈락할 때 레스너는 우승을 차지했다.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2018년 존 시나는 반전을 이뤄냈다. 전 세계 프로레슬러 가운데 수입 랭킹 1위에 올랐다. WWE의 아이콘이자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레슬러가 됐다. 반전의 계기는 레스너였다. 레스너가 2004년 WWE의 빡빡한 일정에 이골이 나 탈퇴하자, 빈스 맥매흔(72·미국) WWE 회장은 존 시나를 밀어줬다. 보디빌더 출신 존 시나의 근력은 레스너 못지않았다. 213cm, 204kg의 거구 빅쇼를 들어 올릴 정도로 괴력을 발휘했다. 이와 함께 잘생긴 얼굴, 깨끗한 사생활, 무엇보다 약물 논란에서 자유로운 건실한 레슬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었다. 존 시나가 WWE 슈퍼스타가 되자 호불호가 갈렸다. 안티 팬들(주로 남성들, 레슬링 마니아들)은 역대 WWE 스타들과 비교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레슬링을 전문적으로 배운 선수가 아니다보나 기본기가 부족했다. 각목 레슬러로 불릴 만큼 움직임도 딱딱한 편이다.

라커룸에서도 존 시나를 시기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안티 팬들은 존 시나가 등장할 때마다 "John Cena Sucks(존 시나 형편없어)"를 외친다. 그럼에도 존 시나는 맥마흔 회장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Never give up(포기하지 마)"를 외치며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다.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도 열심히 하는 등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존 시나는 안티 팬조차 끌어안았다. 자신을 야유하는 남성들과 인증샷을 찍고 "나는 링 위의 겁쟁이들보다 용감하다"며 야유를 자양분 삼아 노력을 거듭했다.

방탄소년단도 존 시나처럼 안티 팬들이 제법 있다. 안티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재능을 평가절하하고 깎아내린다.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안티 팬들은 쉽게 야유를 쏟아낼 수 없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중소규모 기획사가 배출한 '성장돌'이다. 사연 없는 멤버가 없다. 좌절과 아픔을 이겨내며 성실히 노력한 끝에 미국에 진출했다. 단편적 시선으로 방탄소년단을 바라본다면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

그들이 방탄소년단을 폄하할 동안 이들은 안티의 조롱을 자양분 삼아 세계로 뻗어갔다. 그들이 제자리 걸음 하며 신세한탄할 때 방탄소년단은 부와 명예를 쌓았다. 그리고 마이크 드롭에서 "망할 거 같았겠지만 I'm fine, sorry"이라고 외친다. 방탄 멤버 슈가는 자신의 믹스테이프 '마지막(The last)에서 시기한 자들에 대해 이런 가사를 남겼다.

"내 본질을 부정했던 게 수차례, 내 주소는 아이돌 부정은 안해. 수차례 정신을 파고들던 고뇌. 방황의 끝 정답은 없었네. 팔아먹었다고 생각 했던 자존심이 이젠 자긍심 돼. 내 팬들아 떳떳이 고개 들길. 누가 나만큼 해 (중략) show me the money.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중략) 우릴 팔아먹던 너넨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고."

존 시나는 프로페셔널과 성숙한 인격으로 WWE 정상에 섰다. 미국 국민이 사랑하는 슈퍼스타가 방탄의 아미임을 자처했다. 미국에서 BTS의 존재감이 커지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방탄소년단이 2018년에 또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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