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이었다. 서울 SK 농구의 핵심 애런 헤인즈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vs전주 KCC)에서 쓰러졌다. 정규리그 54경기 평균 23.98득점 10.56리바운드 5.98어시스트를 기록한 헤인즈는 SK 농구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SK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는 우리 팀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였다.

방법이 없었다. 헤인즈는 경기 후 왼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진단 결과는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수술을 피할 수 없는 큰 부상이었고, 회복까지는 최소 8주가 필요했다. 플레이오프 출전 불발이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KCC전 극적인 승리, 4강 플레이오프 직행(정규리그 2위) 티켓과 맞바꾼 대가는 너무나도 커 보였다.

그러나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SK는 빠르게 대체 선수를 찾았고, 지난 시즌 창원 LG에서 활약한 제임스 메이스를 영입했다. 메이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53경기 평균 21.9득점 11.9리바운드를 기록한 센터였다. 최근까지 중국 리그에서 활약한 만큼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헤인즈의 부상 공백을 완벽히 메우기란 불가능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속도와 공격력은 헤인즈와 비교해 뒤처질지 몰라도 메이스는 높이와 힘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완벽한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챔피언 등극에 도전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이었던 제임스 메이스

'높이 대결 물러설 수 없지'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SK 제임스 메이스가 KCC 하승진의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 '높이 대결 물러설 수 없지'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SK 제임스 메이스가 KCC 하승진의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작은 좋았다. SK는 29일 오후 7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KCC와 맞대결에서 88-81로 역전승했다. 헤인즈가 빠진 올 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 중심에 헤인즈를 대신한 메이스가 있었다. 기대 이상을 해줬다. 1쿼터 중반 코트를 밟은 메이스는 깔끔한 중거리 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SK는 1쿼터에만 리바운드 7개를 잡아낸 하승진, 기세가 오른 찰스 로드, 외곽슛을 폭발시킨 이정현의 활약에 주춤했지만, 메이스가 골밑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추격에 성공했다.

메이스는 3쿼터에 폭발했다. 하승진을 앞에 두고 중거리 슛을 연속해 성공시켰다. 로드와 1대1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밀리는 듯했지만, 중반부터 우위를 점했다. SK는 메이스에 더해 김민수, 김선형, 테리코 화이트 등의 지원 사격까지 이어지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SK는 4쿼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메이스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위기가 있었고, 이정현과 정희재에게 3점슛을 내주는 등 거센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했다. 화이트와 안영준이 중요한 순간마다 3점슛을 터뜨리며 우위를 이어갔고, 김선형의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 확률은 76.2%(32/42)다.

'한' 많은 SK, 제임스 메이스가 풀어줄 수 있을까

SK는 우승이 절실하다. 팀 역사상 우승 경험은 1999·2000시즌이 유일하다. 임재현과 서장훈, 로데릭 하니발, 재키 존스 등이 활약했던 너무나도 오래전이다. 2001·2002시즌에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특급 신인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를 앞세운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에도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는 늘 초호화멤버를 자랑했다. '선수' 문경은을 비롯해 조상현과 방성윤, 전희철, 김태술, 주희정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팀 중심에 섰다. 크리스 랭과 알렉산더 존슨 등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 불리는 이들도 함께했다. 그러나 SK는 매번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선수 구성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지만, 조직력이 문제였다. 김태환과 김진, 신선우 등 KBL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들도 SK의 도약을 이끌지 못했다.

지난 2011년 4월, 문경은 감독(당시는 감독대행)이 부임하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선형과 주희정을 앞세운 빠른 농구, 헤인즈와 최부경 등 장신 포워드를 앞세우는 농구가 빛을 냈다. 2012·2013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2008·2009시즌부터 4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의 설움을 털어냈다.

그러나 챔피언 등극에는 실패했다. 양동근과 함지훈, 문태영을 앞세운 울산 현대모비스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0-4로 완패했다. 2013·2014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뒤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모비스에 발목이 잡혔다. 2014·2015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전자랜드(정규리그 6위)의 돌풍(0-3)에 고개를 숙였다.

2015·2016시즌에는 9위로 추락했고, 지난 시즌에는 7위에 머물렀다. 2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헤인즈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포워드 농구를 부활시켰다. 김선형이 시즌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헤인즈, 최부경, 최준용을 포함해 '신인왕' 안영준까지, 장신 포워드를 앞세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두고 헤인즈를 잃었지만,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SK는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뒤늦게 합류한 메이스가 '열쇠'를 쥐고 있다. SK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낸 덕에 2주의 시간을 벌었다. 헤인즈의 부상으로 인한 슬픔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메이스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고, 손발을 맞췄다.

골밑슛 성공하는 메이스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SK 제임스 메이스가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골밑슛 성공하는 메이스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주 KCC 대 서울 SK 경기. SK 제임스 메이스가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첫 경기는 합격이었다. 팀 승리 중심에 섰다. 다만, 지금보다 골밑에서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날 메이스는 중거리 슛 비중이 높았다. 하승진과 로드의 높이를 의식한 탓이었다. 3점슛 시도도 2차례나 있었다. 외곽슛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안정적이지가 않다.

메이스는 골밑 경쟁력을 보였다. SK에는 김민수와 최부경, 최준용 등 골밑의 힘을 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날 메이스가 골밑에서 중심을 잡을 때, SK는 박스아웃과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221cm 하승진은 속도와 높이를 겸비한 SK 농구에 크게 고전했다.

특히, SK는 KCC의 2-3 지역방어를 깨는 데 애를 먹었다. 메이스의 골밑 존재감이 커진다면 더 많은 외곽 기회를 잡아낼 수 있다. 화이트와 변기훈, 안영준 등이 기회를 살리면, 일찍이 상대 수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시즌 막판 합류한 메이스가 헤인즈도 풀지 못했던 SK의 오랜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서울 SK VS 전주 KCC 제임스 메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