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 상대가 독일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과연 그럴까. 월드컵의 역사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본선 F조 배정되어 운명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본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쉽지 않은 월드컵이 예상된다. 한국은 러시아에서 현 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 북중미 축구의 최강자 멕시코, 유럽 지역예선에서 이탈리아를 떨어뜨린 스웨덴과 조별리그 경기를 가진다.

 독일, 칠레 1-0 꺾고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독일, 칠레 1-0 꺾고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 EPA/연합뉴스


조 2위까지 16강에 진출하는 데 '액면가'만 놓고 보면 조 3위도 쉽지 않다. 힘과 높이의 스웨덴, 속도와 기술의 멕시코, 무결점의 독일은 각각 경기 스타일도 달라 대비하는 일도 어려운 작업이다.

난이도 높은 조에 배정된 만큼 한국의 16강 진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많다. 보통 월드컵 본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국내 언론도 이번 월드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해외 언론은 한국이 조 3위에 등극하는 일도 기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실제로 한국 대표팀은 북아일랜드- 폴란드로 이어지는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공은 둥글다'라는 축구의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과 기성용의 존재가 일말의 희망을 준다. 수비진은 불안하지만 공격진은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손흥민 황희찬 시너지 황희찬(오른쪽)과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공격하고 있다.

▲ 손흥민 황희찬 시너지 황희찬(오른쪽)과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함께 공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가지 플러스 요인 중 하나가 경기 일정이다. 경기 일정이 한국에게 호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 스웨덴-멕시코-독일 순으로 경기를 가진다. 이상적인 경기 순서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지성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진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인 스웨덴을 1차전에서 만나는 점이 호재다. 승리만 거두면 조의 분위기를 선점할 수 있다. 3차전에 독일과 대결하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압도적인 전력에 독일이 1·2차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짓거나 유력한 상황을 만들면, 3차전 한국과 경기에서는 힘을 빼고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3차전에는 독일도 힘 빼지 않을까' 섣부른 기대에 불과하다

 독일의 최근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결과

독일의 최근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결과 ⓒ 봉예근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독일이 3차전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을 확률은 적다. 독일은 최근 6번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만 2차전 경기 종료 후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에서 2차전까지 승점 6점을 획득하며 16강행 티켓을 땄지만, 나머지 다섯 대회에서는 3차전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차전이 매번 독일에게 걸림돌이었다. 1994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페인과 1-1 무승부를 거둔 독일은 1998년에는 유고슬라비아 2002년에는 아일랜드와 비겼다. 2006년에는 폴란드에게 1-0 신승을 거뒀지만 2010년 대회에서 세르비아에게 패했고, 2014년은 가나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독일의 최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결과

독일의 최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결과 ⓒ 봉예근


한국에게 불행한 소식은 독일이 같은 기간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모조리 승리를 했다는 점이다. 1994년 한국을 3-2로 꺾은 독일은 이후 대회에서 3차전 상대였던 이란, 카메룬, 에콰도르, 가나, 미국을 전부 격파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차전 성적과 마찬가지로 1994년부터 여섯 번의 1차전 경기에서 매번 승점 3점을 챙겼다. 기대와 달리 독일은 3차전 경기를 안일한 자세로 임한 기억이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독일은 3차전까지 최상의 전력을 내보낼 확률이 높다. 독일의 목표는 조 1위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F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E조 1위 팀과 격돌하는데, E조 1위로 브라질이 유력하다. 독일 입장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대다. 같은 조에 조 1위를 넘볼 수 있는 멕시코가 있기에 확실한 '승점 3점' 상대인 한국을 독일은 반드시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정도 한국 편이 아니다. 요행보다는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는 강하고 우리의 준비는 아직 미진하다. 신태용호가 도전할 파도의 높이가 아직까지 너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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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월드컵 3차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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