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미디 쇼 ‘유병재 : 블랙 코미디’ 포스터

▲ 넷플릭스 코미디 쇼 ‘유병재 : 블랙 코미디’ 포스터 ⓒ YG엔터테인먼트


지난주부터 유병재와 넷플릭스가 함께 선보이는 스탠드업 코미디 쇼가 공개된다는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유병재는 2013년 tvN < SNL 코리아>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고, 이후 드라마 <초인시대>(tvN), 예능물 <꽃놀이패>(SBS), <배우학교>(tvN) 등 주로 TV 방송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리고 3월 16일 넷플릭스가 출시한 코미디 쇼 <유병재 : 블랙 코미디>는 이런 그가 2017년 8월 11일부터 이틀간 국내 무대에 올렸던 동명의 공연 실황을 그대로 담아낸 내용이다. 유병재는 1시간 남짓 진행되는 이 영상물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블랙 유머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형식으로 선보였다.

유병재는 자신이 지향하는 블랙 코미디를 두고, 코미디 본연의 목적인 즐거움과 함께 슬픔, 분노, 찝찝함, 불쾌함 등과 같은 몇 가지 감정을 추가로 동반하는 코미디로 규정하면서 이 쇼를 시작했다. 그는 이런 콘셉트를 기반으로 유년시절의 잊지 못할 경험, 연애의 어려움, 부모님의 양육 방식, 은밀한 성생활, 악성 댓글 등 주로 자전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개그를 비교적 자유롭게 쏟아냈다.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유병재가 자신을 한 없이 낮추고 웃음거리가 되기를 자청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긍정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그는 유년시절에 겪었던 가난을 개그의 소재로 삼거나 작은 키와 잘 생기지 않은 얼굴 등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비하하는 내용 등으로 관객을 웃기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필자는 쇼를 보면서 이런 자기 긍정과 소탈한 면이야말로 유병재 코미디의 강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관객들이 자칫 예민해질 수도 있는 소재의 개그를 보고 들으면서도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페이소스와 풍자를 부담 없이 즐기고 소화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풍자는 상대적으로 그 수위가 높지 않았다. 자신을 소위 '일베'로 몰았던 한 인터넷 게시글 관련 일화나, 자신의 '연애 사업'을 훼방 놓았던 사람 명칭을 휴대폰에 '자유한국당'으로 저장했다는 등의 소소한 우스갯소리를 통해 유병재 본인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정도였다.

물론 그것이 실망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찌질함'과 소심함으로 대표되는 그의 평소 이미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 정도 수위와 표현이 지금 코미디언 유병재와 가장 잘 어울리고 또한 현재의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코미디 쇼 ‘유병재 : 블랙 코미디’ 영상물 한 장면 캡처 이미지.

▲ 넷플릭스 코미디 쇼 ‘유병재 : 블랙 코미디’ 영상물 한 장면 캡처 이미지. ⓒ YG엔터테인먼트


다른 한편으로는 유병재가 본격적인 스탠드업 코미디를 꿈꾸고 있다면 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판단도 하게 됐다.

먼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그의 '입담'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단어 사용이 많았고 전반적으로 조리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눌변'처럼 보이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는 생각을 하기도 힘들었다.

코미디에서 눌변을 연기하는 것에도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법인데, 적어도 이 쇼에서 그의 화술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그가 꽉 짜인 개그보다 헐렁하거나 자연스러운 개그를 지향한 데서 온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개그와 경제적인 언어 구사는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가 아니다. 더욱이 블랙 코미디는 촌철살인과 같은 표현이 많을수록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장르 아니던가?

이와 관련해서는 그가 좀 더 많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게다가 이 쇼와 관련한 소식들을 보면, <유병재 : 블랙 코미디> 두 번째 에피소드가 올해 안에 제작되고 공개까지 된다고 한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가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유병재 : 블랙 코미디 유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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