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드의 첫 단독 내한 공연(첫번째는 2013 안산 밸리록 페스티벌)

라이드의 첫 단독 내한 공연(첫번째는 2013 안산 밸리록 페스티벌)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전국이 뜨거웠던 지난 24일, 영국 록밴드 라이드(Ride)가 단독 내한 공연을 열었다.

라이드는 오아시스의 베이시스트였던 앤디 벨(Andy Bell)이 속한 밴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앤디 벨은 라이드 해체 이후 노엘 갤러거에 의해 오아시스에 영입되었고, 6집의 'Turn Up The Sun'을 비롯한 몇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오아시스가 해체된 이후, 앤디 벨은 리암 갤러거가 이끄는 비디 아이(Beady Eye)에 가입하여 약 3년 간 활동했다. 비디아이마저 해산된 2014년, 앤디 벨의 선택은 라이드의 재결성이었다.

1988년에 결성된 라이드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슬로다이브(Slowdive) 등과 함께 대표적인 슈게이징 록밴드로 손꼽힌다. 슈게이징이란 19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록의 한 갈래로써, 기타 노이즈와 희미한 보컬, 내면으로 파고드는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다.

슈게이징(Shoegazing)이라는 이름은 이들이 관객과 활발히 소통하는 대신, 신발 끝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들은 열심히 발 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공연은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되었다. 라이드 멤버들이 하나둘 씩 무대 위에 올라서자, 팬들은 'RIDE'라고 적힌 파란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신곡인 'Lannoy Point'와 'Charm Assault'로 공연의 문이 열렸다. 라이드는 명반으로 뽑히는 < Nowhere >수록곡부터 신보 < Weather Diaries > 곡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을 들려주는 데에 집중했다. 공연 중간마다 팬들을 향해 웃어보이긴 했지만, 불필요한 멘트 따위는 없었다. 멤버들 모두 열심히 발 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할 뿐이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라이드는 스무곡 가까운 노래들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단독 공연인 만큼 지난해 도쿄 '섬머소닉 페스티벌'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사운드의 질감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

현대카드 언더 스테이지의 음향은 예전부터 음악팬들 사이에서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기타 사운드가 다소 뭉개지는 듯했다. 그래도 라이드가 보여준 공연은 훌륭했다. 거친 노이즈 사운드 사이에 자리 잡은 멜로디가 매혹적이었다. 두 보컬의 다소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기타 사운드와 조화되는 데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심심하마크 가드너와 앤디 벨은 서로가 서로의 코러스가 되어 차분한 하모니를 완성했다.

'Dreams Burn Down', 'OX4' 중 좋은 곡들이 많았지만, 역시 팬들의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낸 곡은 'Vapour Trail'이었을 것이다. 'Vapour Trail'은 매력적인 기타 리프와 낭만적인 가사가 두드러지는 곡으로써, 수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슈게이징을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로 뽑기도 했다. 과연 이 곡의 기타 리프가 흘러나오자마자 팬들은 일치된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하나 둘 휴대폰의 불빛을 키고 선율에 화답했다. 이런 이벤트를 예상하지 못한 라이드 멤버들 역시 크게 웃음을 지었다. 축구팬인 앤디 벨은 이 광경을 보고 '유럽 챔피언스 리그 관객들을 보는 것 같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그는 아스널 FC의 팬이다).

멋진 연주들의 연속이었다. 9분 남짓 되는 앵콜곡 'Leave Them All Behind'가 흘러나올 때쯤엔,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었다. 90분 내내 멋진 연주를 선보인 라이드는 'Chelsea Girl'을 마지막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공연장에서 나오자마자 귀가 멍했다. 높은 데시벨의 노이즈에 계속 노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열정적인 공연이 안겨준 훈장처럼 느껴져 불편하지만은 않았다.

라이드 앤디벨 마크가드너 슈게이징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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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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