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유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6년 1억2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다르빗슈 유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6년 1억2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 MLB.com


올 시즌 'FA 랭킹' 1위로 꼽혔던 다르빗슈 유의 행선지가 드디어 결정됐다. 다르빗슈는 11일(한국 시각) 새벽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6년 계약을 맺고 새 보금자리를 결정했다. 1억2600만 달러 보장에 인센티브를 모두 충족할 경우 1억500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는 계약이다. 추가로 2년째 되는 해에 '옵트아웃'(계약 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 권리가 포함돼 있어 성적 여하에 따라 내년에 있을 대형 시장 이후인 2019년 FA 시장에서 또 기회를 노릴 수도 있게 됐다.

다르빗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끝에 두 번째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월 중에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됐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팀들도 보였지만 다르빗슈의 계약은 매우 늦었다. 스프링캠프 소집이 겨우 열흘 남짓 남은 시점이다. 그럼에도 큰 계약을 이끌어 낸 원인을 짚어보자.

실질적으로는 시장에 나온 유일한 에이스급 FA 선발투수

이번 시장에서 준수한 선발투수로 평가받은 자원들이 아예 없진 않았다. 제이크 아리에타는 시카고 컵스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며 에이스 노릇을 했던 선수이고, 템파베이 출신의 콥 역시 그랬다. 세인트루이스의 랜스 린도 마찬가지다. 실제 이들 3명의 선수는 미국의 선수 이동 소식 사이트인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이하 MLBTR)의 FA 예상 순위에서 각각 4위, 9위, 11위에 올랐었다.

그렇지만 다르빗슈와 비교하기에는 약간 모자란 감이 있다. 아리에타는 성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었다. 물론 다르빗슈 역시 이번 정규 시즌에 실망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다저스 이적 후 폼 교정을 통해 날카로움을 일부 되찾았다. 반면, 아리에타는 15시즌부터 16시즌 전반기까지 압도적인 폼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우승권 전력의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모습이 됐다.

콥이나 린 역시 컨텐더 팀에서는 중위 로테이션이 더 어울리는 선수로 평가 는다. 원투펀치를 보좌할 뛰어난 3선발로는 훌륭한 초이스지만, 에이스 감으로 쓰기에는 약간 불안한 구석이 있는 선수들이다. 둘 모두 수술 이후 보이는 성적은 괜찮지만 FIP가 수술 전에 비해 높아지는 공통점이 있으며 좋았던 시절에 비해 삼진율이 많이 떨어졌다.

이런 다르빗슈의 매력은 구단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우승권 구단은 시장의 열기가 식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체됐지만 어찌됐든 다르빗슈에게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을 미리 생각해놓고 있었다.

1억 달러 이상의 수준에서 지속된 영입 경쟁

바로 며칠 전, 다르빗슈는 5년 1억1000만 달러의 오퍼를 거절했다. 연평균 2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이지만 기간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다르빗슈는 자니 쿠에토가 맺은 6년 1억3000만 달러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태도였다.

비록 MLBTR 예상 계약 규모였던 6년 1억6000만 달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지만, 다르빗슈 영입 경쟁에서 계약 규모는 이미 1억 달러 이상에서 형성되었고 항상 수개 구단이 붙어 경쟁이 지속됐다. 컵스, 다저스, 브루어스, 트윈스 등이 포함되어 최소 5~6구단이 다르빗슈를 노리고 있었으며 이 수요가 1억 달러 미만 수준으로 총액을 크게 떨어트리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다르빗슈는 예측보다 적은 계약액에 합의했지만 꽤 늦은 계약치고는 매우 좋은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팀에 합류하게 됐다.

컵스를 비롯한 구단, 더는 관망만 할 수 없는 시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구단 역시 더는 기다리기만 할 수 없는 시기에 도달한 점을 들 수 있다. 며칠 전, 선수노조는 미계약자를 위한 스프링캠프를 따로 차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명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역시 자신의 미계약자 고객에 한해 시즌 대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시기가 다시 도래했다.

이 상황에서 다르빗슈를 노리는 구단은 더 계약이 늦어지면 시즌 준비에 차질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새 팀에 합류하게 되면 다르빗슈는 사인이나 구단 철학에 따른 볼배합 등의 시스템과 선수나 감독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 등의 부분에서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 합류하게 될 선수의 시즌 준비를 생각한다면 지금까진 느긋한 태도를 취한 구단들이라 해도 이 시점에서는 계속 그런 자세를 취할 순 없었다.

그러면서 컵스가 다르빗슈가 요구했던 총액에 근접한 보장액을 제시했다. 선수 요구에 근접한 총액과 함께 2년 후 옵트아웃 권리와 인센티브, 12개 팀과의 트레이드 거부권 등을 추가해 다르빗슈를 품에 안았다.

새로운 팀에서 맡게 될 역할은?

직전 시즌까지 아리에타가 맡았던 역할을 다르빗슈가 그대로 맡게 될 것이다. 팀내 최고의 오른손 선발투수이자 존 레스터와 함께 좌-우 원투펀치를 형성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다르빗슈가 들어오면서 레스터와 짝을 이룰 선수를 얻었고, 이후 퀸타나-헨드릭스-챗우드가 하위선발로 둘을 받치는 형태가 됐다. 여러 투수들이 메웠던 4-5선발 자리가 강해졌고 원투펀치 역시 아리에타가 다르빗슈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전반적인 선발진의 전력 상승이 예상된다.

우승권 전력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내부 육성 선수들이 마이너리그를 졸업하고 몇몇은 트레이드 칩 등으로 활용되면서 유망주들이 많이 빠져나간 팜은 재정비가 필요하게 됐다. 그러면서 컵스는 당분간 멈춤 없이 앞만 보고 가야한다. 긴 암흑기 이후 재건된 전력으로 컵스는 2016년 한 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월드시리즈를 노릴 것이 매우 명백하다.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컵스와 길게는 6년을 함께하게 될 다르빗슈. 컵스는 다르빗슈를 보강하면서 더 좋은 선발진을 구축해 월드시리즈 문을 강하게 두드리려 하고 있고, 다르빗슈 본인도 지속적으로 월드시리즈를 노리는 컵스에서 작년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컵스와 다르빗슈의 동거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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