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렴대옥 (가운데)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김현선 코치(맨 왼쪽)와 리철운 팀메니저와 함께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렴대옥 (가운데)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김현선 코치(맨 왼쪽)와 리철운 팀메니저와 함께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 코치세요?
"네."

- 어떤 종목이세요?
"휘거."

- 네?
"휘거."

- 네?
"..."

기자는 연신 "네?"를 연발했다. 8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에서 북측 피겨스케이팅 팀의 김현선 코치와의 대화 도중이었다.

 북측 피겨페어 김현선 코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측 피겨페어 김현선 코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김 코치가 말하는 "휘거"는 북한말로 피겨스케이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제24차 광명성절(김정일의 생일) 경축 백두산상국제휘거축전이 폐막됐다"(2016년 2월 16일 <조선중앙통신>)와 같이 사용된다. 휘거는 피겨(figure)의 러시아 발음을 딴 것이다.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던 중 앞선 기자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 렴대옥 선수를 보호하고 있다.

북측 피겨페어 김주식 선수가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숙소동으로 이동하던 중 앞선 기자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 렴대옥 선수를 보호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기자는 김 코치를 비롯해 북한 선수단 소속 네 명에게 말을 걸었다. 그 중 대답을 거의 하지 않은 렴대옥 선수(피겨스케이팅 페어)를 제외한 세 명에게 우리로선 다소 생소한 북한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렴대옥 선수의 파트너인 김주식 선수의 말이다.

-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렴대옥 "우리..."
김주식 "기대에 보답하갔슴다."

- 렴대옥 선수는 어떠신가요.
김주식 "뭐 쌍선수인데 다 마음이 같지 뭐(웃음). 그렇게 합시다. 고맙습니다."

"쌍선수"라는 말은 녹음 파일을 다시 듣고서야 귀에 들어온 단어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은 남녀가 한 조를 이뤄 치르는 경기인데, 김주식 선수가 자신의 파트너인 렴대옥 선수와 자신을 "쌍선수"로 표현한 것이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정식 북한말은 '휘거 쌍경기'다. 뜻을 곱씹으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지만, 우리로선 생소할 수밖에 없는 단어다.

이날 경기 종목의 이름이 엇갈린 사례가 또 있었다. 북측 알파인 스키팀의 임원진으로 보이는 김태용씨는 "고산 스키"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기자가 잘 알아듣지 못한 채 재차 질문을 던지자 그제야 "알파인 스키"라고 설명했다.

- 어떤 종목이십니까?
"고조, 거 고산스키 종목을 좀 맡아보는...

- 스키요?
"알파인 스키. 고조, 그렇게만 알고 있으시라요."

 북측선수단 입촌식이 진행된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인공기가 계양되어 있다.

북측선수단 입촌식이 진행된 8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인공기가 계양되어 있다. ⓒ 이희훈


북측에선 알파인 스키 외에도 회전(Slalom)은 '돌아내리기', 대회전(Giant Slalom)은 '크게 돌아내리기', 슈퍼대회전(Super Giant Slalom)은 '내리지치기', 활강(Down Hill)은 '조약'이라고 표현한다.

김씨와의 대화는 단어가 아닌 발음 때문에 질문을 다시금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의 "김태용"이란 말을 기자는 북측 특유의 발음 때문에 "김태영"으로 들었고, 재차 기자가 "김태영"인지 묻자 그걸 김씨가 또 "김태용"으로 듣고 "네"라고 답한 것이다.

노파심에 기자가 "용이 아니고 영이란 것이죠"라고 또다시 묻자, 그제야 김씨는 "아니, 아니, 용"이라고 정정했다.

-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네, 나 김태용이라고 합네다.

- 김태'영'이요?
"네, 용."

- 용 아니고 영이란 말씀이시죠?
"아니, 아니,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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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북한 북측 북한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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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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