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적시장이 마감하면서 재기를 노리던 국가대표 4인방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던 홍정호(전북)와 박주호(울산)는 나란히 K리그행을 선택했고, 지동원(다름슈타트)은 유럽무대에 잔류한 대신 2부리그로 임대되어 돌파구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은 친정팀인 볼턴 원더러스 임대가 막판에 무산되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에 잔류하게 됐다.

이들 4인방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었다. 특별한 부상이나 슬럼프가 없는데도 소속팀에서 오랫동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며 위기에 빠졌다. 자연히 대표팀에서도 멀어지며 러시아월드컵 출전을 향한 꿈이 가물가물해지는 듯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뛸 수 있는 소속팀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이들을 압박했다.

각자 다른 선택, 이적-임대-잔류... 결과는 '미지수'

 28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홈경기에서 홍정호가 선취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28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한국과 시리아의 홈경기에서 홍정호가 선취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택지는 저마다 달랐지만 이들 모두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나란히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나서야 했다. 홍정호와 박주호는 해외파라는 타이틀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중국무대에서 활약하던 홍정호는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제주 시절 이후 5년 만의 국내 복귀다. 프로 데뷔 이후 해외무대(일본, 스위스, 독일)에서만 활약해온 박주호에게는 11년 만에 첫 K리그 진출이다.

두 선수 모두 현재 시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다. 홍정호는 장쑤 쑤닝에서 중국 슈퍼리그의 외국인 쿼터 규정 변화로 인하여 출전기회가 줄어드는 직격탄을 맞았고, 박주호는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팀 내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근 1년 가까이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전북과 울산 모두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인 데다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획득했다는 점에서 홍정호와 박주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던 지동원은 독일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임대 이적했다. 지동원은 올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고작 교체로만 3경기에 출전하여 17분을 뛰는 데 그쳤다. 비록 2부리그이기는 하지만 이적과 동시에 선발로 출장하며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1도움)를 기록하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디르크 슈스터 다름슈타트 감독과는 아우크스부르크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지동원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지동원이 슈팅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지동원이 슈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이청용은 암울한 처지에 놓였다. 지동원과 마찬가지로 이청용도 2부리그 임대를 통해서라도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고 친정팀 볼턴 임대가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바카리 사코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로이 호지슨 팰리스 감독이 막판에 갑작스럽게 이청용의 볼튼행을 가로막았다.

이청용은 이적이 불발된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4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호지슨 감독의 선택이 '보험용'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청용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작 3경기에 총 109분을 출전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재로서 이청용은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출전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팰리스는 현재 리그컵(4라운드)과 FA컵(3라운드)에서 모두 탈락하여 프리미어리그 외에는 잔여 경기도 없다. 고작 12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청용이 얼마나 출전기회를 얻게 될지도 미지수다.

사실상 팰리스에 이적한 2015년 이후 3년 가까이 제대로 된 활약이 없었던 이청용이다. 마지막 희망이던 겨울 이적시장마저 소득없이 종료되면서 신태용 감독이 이청용을 뽑아야 할 명분마저 사라졌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2010-2014) 본선에서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측면 주전 공격수로 활약해온 '블루드래곤'의 모습을 러시아에서는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나마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홍정호-박주호-지동원 역시 월드컵 출전을 아직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터키 전훈에서 국내 복귀에 성공한 홍정호와 박주호의 차출이 가능했음에도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았다. "대표팀에 선발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이적만 했다고 바로 뽑는 것은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은 기회는 3월 국가대표팀 경기, 월드컵에 합류할 수 있을까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는 5월, 그 전에 마지막으로 정예멤버를 소집하여 점검할 기회는 3월 A매치 2연전뿐이다.

이적생 3인방으로서는 사실상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최대한 경기력을 끌어올려 신태용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이미 지난 반년간 신 감독과 평가전과 동아시안컵, 터키 전훈 등을 통하여 신뢰를 쌓아온 기존 선수들도 있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냉정히 말하면 이들 역시 좀 더 일찍 경기력을 끌어올렸어야만 했다. 지동원-홍정호-박주호는 최근 몇 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월드컵 본선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 와서야 뒤늦게 이적하여 한두 달 '반짝' 경기에 출전한다고 해서, 수년간 꾸준히 노력해온 선수들을 제치고 월드컵 본선까지 승선하게 된다면 또다시 '이름값'에 치우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더 확실한 경기력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아직은 이들의 경험이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박주호는 주포지션인 왼쪽 풀백 이외에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홍정호는 현재 확실한 수비 리더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있는 중앙수비진에 장현수-김영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지동원 역시 최전방과 2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공격자원으로 전술적 활용 가치가 높다.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이청용까지 4인방이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최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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