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에스파뇰에 5-0 대승 지난 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 바르셀로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가 그의 팀 동료인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바르셀로나, 에스파뇰에 5-0 대승 지난 2016년 5월 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 바르셀로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가 그의 팀 동료인 루이스 수아레즈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세계 최고의 '9번' 공격수 수아레스가 돌아왔다.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이번 시즌 초반까지 본인에게 던져졌던 물음표를 강렬한 느낌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 오전 5시 30분(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프 누 경기장에서 2017-2018 스페인 국왕컵 준결승 1차전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와 발렌시아 CF의 경기가 펼쳐졌다. 올 시즌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바르사와 시즌 초반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발렌시아의 만남이었다.

경기의 주도권은 역시 바르사의 것이었다. 난이도 높은 캄프 누 원정에서 실리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발렌시아를 바르사가 시종일관 두드렸다. 그러나 발렌시아의 수비는 단단했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치명적인 드리블로 수비에 균열을 냈지만, 발렌시아 수비진의 집중력 높은 방어로 인해 바르사는 득점에 실패했다.

0-0의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순간 루이스 수아레스가 등장했다. 이전까지 활발히 움직였지만 이렇다 할 슈팅을 날리지 못했던 수아레스는 후반 21분 결정적인 찬스를 그대로 살리면서 선제 득점을 터뜨렸다. 패널티 박스 왼쪽 지역에서 메시가 올린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수아레스의 선제 골은 결국 결승골이 됐다. 캄프 누 원정만큼 발렌시아의 홈구장인 메스타야도 원정팀에 친절하지 않기에 1차전에서 터진 수아레스의 결승골은 두 배로 값지게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

발렌시아전 득점으로 수아레스는 4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좀 더 시야를 넓게 보면 최근 수아레스가 보여주는 득점력은 경이롭다. 지난해 12월 초에 펼쳐진 2017-2018 라리가 15라운드 비야레알전부터 본격적으로 골을 넣기 시작한 수아레스는 이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11경기에서 13골을 뽑아냈다.

평소 몰아치기에도 능한 수아레스지만 최근 기록은 꾸준함이 돋보인다. 지역 라이벌 RCD 에스파뇰과 국왕컵 8강 1차전에서만 침묵했을 뿐 나머지 10경기에서는 모두 골맛을 봤다. 한 경기에서 많은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경기 승리를 원하는 바르사 입장에서는 쉬지 않고 거의 모든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수아레스의 득점 빈도가 더욱 소중하다.

터뜨린 골의 순도도 상당히 높다. 지난 11경기에서 기록한 13골 중 무려 6골이 바르사의 승리를 가져다 준 결승골이었다. 2골의 동점골도 있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선제 득점 비율이 상당히 높다. 바르사를 상대하는 팀은 대부분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다. 때문에 선제 득점을 어느 시점에 터뜨리느냐가 바르사에게는 중요한 과제인데, 이 미션을 수아레스가 훌륭하고 완수하고 있는 중이다.

수아레스가 많은 골을 넣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시즌 초반 득점을 터뜨리는 데 애를 먹던 수아레스의 모습을 생각하면 반전이라 평할 만 하다. 수아레스는 15라운드 비야레알과 경기 이전까지 출장한 19경기에서 단 6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아레스가 가지는 이름값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였다.

지난 시즌 바르사 입성 이후 가장 저조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수아레스가 올 시즌 초반에도 부진을 이어가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경기력 자체는 준수했지만 득점 찬스에서 자주 기회를 놓쳤다. 그 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폭격한 헤리 케인의 등장으로 세계 최고의 '9번' 타이틀도 내어주는 듯 했다.

'수아레스 멀티골'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에 역전승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FC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 중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티코의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이후 수아레스의 멀티골에 힘입어 아틀레티코에 2-1로 승리했다.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하지만 월드클래스 공격수 수아레스는 항간의 의심을 비웃듯이 빠르게 살아났다. 비야레알-데포르티보-레알 마드리드로 이어지는 3연전에서 동료들의 완벽한 패스로 4골을 뽑아낸 수아레스는 자신감을 완벽하게 회복했다.

예전처럼 수아레스가 망설임 없이 패널티 박스 안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상대 수비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시즌 초반 메시가 담당했던 바르사의 주포 역할을 이제 수아레스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수아레스의 부활로 메시가 득점에 치중하지 않고 공격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면서 바르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 공략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발전하는 수아레스

1987년생 수아레스는 올해로 만 31세다. 서서히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경험이 쌓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신체 능력의 하락은 상대의 거칠고 조직적인 수비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제 아무리 뛰어난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만 30세를 기점으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택했을 정도다.

수아레스 또한 과거에 보여줬던 폭발력은 차츰 잃어가고 있다. AFC 아약스와 리버풀 FC 시절의 빠른 스피드와 다부진 돌파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수아레스가 지난 시즌의 끝자락부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이유와도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

이미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했던 수아레스는 본인의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기 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2014년 바르사에 입성할 때부터 수아레스의 변화를 시작됐다.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을 시기까지만 보면 수아레스는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축구계를 대표하는 '악동'이었다. 과거 경기 도중에 상대 수비수를 입으로 깨무는 기행을 수차례 범했고, 파트리스 에브라를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자주 도마에 올랐던 수아레스는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180도 바뀐 모습으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소속팀에게 손해를 끼치던 수아레스는 더 이상 없다.

그라운드 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다. 리버풀 시절 수아레스는 패널티 박스와 먼 거리에서도 공을 소유하고 공격을 주도하길 원했다. 반면 메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공격을 조립할 수 있는 우수한 자원들이 다수 배치된 바르사에서 수아레스는 득점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적 첫 시즌에는 징계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리그에서 16골을 넣는 데 그쳤지만, 다음 시즌에는 무려 40골을 작렬시키면서 득점왕에 등극했다. 과거 공격 지역 전체를 누볐던 수아레스는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도사리고 있는 맹수로 역할을 달리 했다.  

득점을 위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구사했던 수아레스는 바르사에서는 철저하게 팀 플레이에 집중하며 '에이스'보다는 공격진의 일원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신체적 능력이 감소한 현재 그 기조는 더욱 눈에 띈다.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직접 허무는 빈도는 현저히 줄었지만, 상대 수비 라인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침투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본래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거나 슈팅 지역을 선점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수아레스다. 그런 수아레스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힘을 쏟으니 상대 수비수는 알고도 수아레스를 제어할 수 없는 난관에 빠지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주변 동료에게 공을 건내고 위험 지역으로 뛰어가는 수아레스의 움직임은 공히 세계 최고라 평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나이의 시곗바늘이 베테랑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발전을 멈추지 않는 수아레스다.

수아레스의 맹활약 덕에 바르사의 상승세는 멈춤이 없다. 현재 바르사는 라리가와 국왕컵 우승에 상당히 가깝게 다가섰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만 원하는 성과를 이뤄내면 바르사의 세 번째 '트레블'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발전하는 수아레스가 이번 시즌 끝까지 그 폼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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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 11경기 13골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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